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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성남=김현회 기자] 탄천종합운동장의 분위기는 침울, 그 자체였다.

성남FC는 17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FC서울과 하나원큐 K리그1 2020 홈 경기를 치렀다. 이 경기는 두 팀 모두에 물러설 수 없는 승부였다. 5승 7무 12패 승점 22점을 기록 중인 성남은 12개 팀 중 11위에 머물러 있었고 FC서울 역시 7승 4무 13패 승점 25점으로 9위를 기록 중이었다.

이날 경기는 제한적 관중 입장이 허용됐다. 팬들은 경기장에 들어와 성남 선수들을 향한 질책성 걸개를 내걸었다. 성남은 최근 5경기에서 1무 4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두며 졸지에 강등권으로 추락했다. 팬들은 때론 강한 어조로, 때론 간절한 부탁조로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역시나 ‘너네가 받은 퇴장이 1부의 퇴장이 아니길’이라는 걸개였다.

최근 성남은 김남일 감독을 비롯해 연제운 등이 경기 도중 퇴장을 당해 전력누수가 커졌다. 이날 경기에서도 김남일 감독은 퇴장 징계로 경기에 나올 수 없었다. 또한 ‘반복되는 실수는 무능을 증명한다’, ‘너와 나의 역사에 다시 강등을 새기지 마라’, ‘피 눈물을 흘리며 지켜보고 있다’, ‘161120 치욕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자’는 걸개도 내걸렸다. 지난 2016년 성남의 강등을 경험했던 팬들로서는 다시는 이런 강등을 경험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그러면서 팬들은 ‘리그 홈 경기 1승 누가 홈 주인인가’라는 걸개와 함께 ‘포기마! 할 수 있어 성남!’ ‘포기하는 순간 곧 강등이다’, ‘못 간다고 안 보는 게 아니다’라며 선수들의 독려를 주문했다. 코로나19 이후 제한적 관중 입장 허용으로 팬들은 경기장에서 거리를 두고 앉아 목소리도 낼 수 없지만 경기 전부터 선수들에게 걸개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하프타임 때 만난 성남 구단 관계자의 얼굴도 어두웠다. “혹시 전할 만한 재미있는 구단 소식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팀 분위기가 너무 어둡다”고 짧게 말했다. 결국 성남은 이날도 수비적인 경기 운영을 펼치다가 후반 조영욱에게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하루 전 열린 강원-인천전에서 인천이 패하며 성남으로서는 달아날 수 있는 기회를 맞았지만 결국 성남은 인천과의 승점을 1점차로 유지하게 됐다.

경기 종료 직전 패색이 짙어지자 성남 서포터스석에서는 주섬주섬 걸개를 준비했다. 그리고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팬들은 준비한 걸개를 펼쳐보였다. 한두 개가 아니었다. 일반 관중석에 인사를 한 선수단이 서포터스석으로 향하자 걸개는 더 많아졌다. 직설적이고 강렬한 비판이 이어졌다. 성남 팬들은 ‘무능한 프런트 감독 OUT’이라는 걸개를 내걸었고 ‘너희는 나가면 그만. 남는 건 팬들 뿐’이라고 질책했다.

김남일 감독과 이재하 단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걸개 중에는 ‘남처럼 안일하게 하면 이재한녕’이라고 김남일 감독과 이재하 단장의 이름을 빗댄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강등이 코앞인데 아직도 남일이냐’, ‘진짜 빠따칠 사람은 따로 있었네’라고 김남일 감독을 비판했다. 성남 선수들은 서포터스석으로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서 인사를 전한 뒤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서포터스 중 일부는 “사퇴해”라며 거친 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남일 감독의 표정도 몹시 좋지 않았다. 기자회견장에는 김남일 감독이 등장하자 무거운 공기가 흘렀다. 김남일 감독은 “공격 활기가 부족했다. 측면에서도 어려움을 겪었고 고립되는 바람에 우리가 원하는 경기를 할 수 없었다”고 짧게 소감을 말했다.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공교롭게도 탄천종합운동장 기자회견장 바로 옆 방에서는 흥겨운 사물놀이가 시작됐다. 기자회견장 분위기는 침울한데 흥겨운 사물놀이 리듬이 동시에 흘러 나오는 건 일종의 ‘블랙코미디’ 같았다.

김남일 감독을 향한 거센 질문도 쏟아졌다. 한 기자는 “지난 경기에서 항의를 하다가 퇴장을 당했다. 이 장면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김남일 감독은 “강원전이 끝나고 감정을 자제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면서 “그런 점에서 선수들에게도 사죄했다. 차분하게 받아들여야 했는데 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날 경기는 경기 전부터 경기 종료 후까지 침울함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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