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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고양=조성룡 기자] 송민규가 올림픽대표팀 첫 경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9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컵 축구국가대표팀 vs 올림픽대표팀 경기에서 양 팀은 공방전 끝에 2-2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첫 번째 맞대결을 마무리했다. 국가대표팀이 이주용의 선제골로 앞서나갔고 올림픽대표팀이 송민규의 동점골과 권경원의 자책골로 경기를 뒤집었으나 막판 국가대표팀이 이정협의 골로 균형을 맞췄다.

이날 송민규는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이번 경기는 송민규의 첫 올림픽대표팀 경기였다. 송민규는 올 시즌 소속팀 포항스틸러스에서 맹활약하며 강력한 영플레이어상 후보로 떠올랐지만 막상 국가대표팀과의 인연은 없었다. 송민규는 이번 2020 하나은행컵에서 김학범 감독의 부름을 받아 낯선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송민규의 활약은 첫 출전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뛰어났다. 물론 전반전에는 조금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국가대표팀 김태환을 상대로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그래도 부지런히 뛰어다니면서 활동량으로 이를 만회하려고 노력했다. 냉정하게 전반전 송민규의 모습은 포항에서 보던 그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도 송민규는 송민규였다. 후반 시작 5분 만에 그는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대표팀에서 첫 번째 골을 만들었다. 자신감 넘치는 드리블로 수비수 세 명을 따돌린 이후 골을 넣었다. 이후 특유의 건들거리는(?) 세리머니는 덤이었다. 이 한 골로 송민규는 대표팀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낸 셈이다.

송민규의 모습은 1999년생이라고 믿기 어려웠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국가대표팀 '선배'들을 상대하면서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포항이 만들어낸 당돌한 작품은 1989년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훌륭했다.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에 가면 어려운 시기를 겪지만 송민규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송민규는 과하게 겸손한 모습이었다. 다시 1999년생으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K리그에서 그는 "나도 내 성장세가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라는 등 톡톡 튀는 발언으로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골에 대한 기쁨보다는 연신 "경기력이 아쉽다"라는 말을 했다. 무언가 송민규답지 않았다. 아마 김학범 감독에게 경기력에 대한 지적을 받은 모양이다.

그러자 김학범 감독이 송민규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했다. 김 감독은 "송민규는 자신의 장점을 잘 보여줬다"라면서 "다만 송민규가 대표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플레이 스타일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라고 설명했다. 송민규가 자책하고 있지만 결코 못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K리그에서는 어마어마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송민규지만 아직까지 대표팀 경력이 없기에 능력에 100% 확신을 갖지 못한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송민규는 이번 경기를 통해 자신이 왜 영플레이어상의 강력한 후보인지 증명해냈다. 그리고 도쿄 올림픽을 준비하는 김학범 감독 또한 행복한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이제 이 재능을 올림픽대표팀 안에 녹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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