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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선수 시절 맞트레이드 상대였던 두 사람이 이제는 어엿한 양 팀의 사령탑이 되어 맞대결을 펼친다. 바로 제주유나이티드 남기일 감독과 안산그리너스 김길식 감독의 이야기다.

오는 11일 13시 30분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선 제주유나이티드와 안산그리너스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23라운드 경기가 펼쳐진다. 겉보기에는 다소 밋밋할 수 있는 두 팀의 대결이다.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현재 홈팀 제주는 승점 47점으로 리그 선두, 원정팀 안산은 승점 20점으로 리그 최하위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전적 역시 제주가 안산을 압도하고 있다. 제주와 안산은 이번 시즌 리그에서 두 번 만남을 가졌는데 두 경기 모두에서 제주가 승점 3점을 따냈다. 첫 맞대결이었던 지난 5월 31일 경기에선 제주가 주민규와 강윤성의 연속골로 브루노가 한 골을 추가하는데 그친 안산을 2-1로 제압했다. 이어 지난 8월 23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시즌 두 번째 만남에서도 제주가 공민현의 두 골에 힘입어 안산을 3-1로 대파했다.

이렇듯 전력 차로 보나, 현재의 순위로 보나 두 팀의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주와 안산의 경기는 축구 외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팬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경기다. 바로 제주 남기일 감독과 안산 김길식 감독의 현역 시절 인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사이는 특별하면서도 다소 묘하다.

지난 2004년 1월 전남드래곤즈와 부천SK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 건의 트레이드 소식을 알렸다. 바로 남기일과 김길식이 일대일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바꿔입은 것이다. 이 트레이드로 인해 부천 소속이던 남기일은 전남으로 향했고 반대로 전남 소속이던 김길식은 부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이 과정에서 남기일을 전남에 내준 부천은 전남으로부터 2억원의 현금을 추가로 받기도 했다.

그렇게 유니폼을 바꿔입은 두 선수는 서로의 팀에서 활약을 이어갔다. 김길식은 부천SK가 제주유나이티드로 연고이전을 한 이후인 2006시즌까지 제주에서 활약했고 이후 루마니아 FC 오체룰갈라치를 거쳐 대전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반면 남기일은 전남 유니폼을 입은 후 성남일화와 천안시청 축구단을 거쳐 2010시즌을 끝으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세상은 좁다"고 했다. 남기일과 김길식의 인연은 현역 은퇴 후에도 이어졌다. 지난 2013년 광주 여범규 감독은 새 시즌을 앞두고 코칭스태프 인선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여범규 감독은 남기일을 수석코치로, 김길식을 미드필더 코치로 임명했다. 맞트레이드 상대였던 두 사람이 한 팀에서 코치로 재회하게 되는 흥미로운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동행은 오래가지 않았다. 김길식 코치는 지난 2013년 8월 16일 여범규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자진사퇴하자 코치직에서 동반 사퇴했고 반대로 남기일 코치는 여범규 감독의 뒤를 이어 광주의 감독대행직을 맡았다.

이후 김길식 감독은 전임지도자로 대한축구협회에서 오랜 기간 어린 선수들을 지도했고 남기일 감독은 2014년 광주의 K리그1 승격을 이끌고 광주의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다. 2018년부터 작년까지는 성남 지휘봉을 잡아 성남의 K리그 1승격(2018)과 K리그 1잔류(2019)를 이끌어냈다. 그렇게 전임지도자와 K리그 감독으로 각기 다른 길을 걸어온 김길식 감독과 남기일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각각 안산과 제주 지휘봉을 잡으며 K리그2에서 재회하게 됐다.

이렇듯 다가오는 제주-안산전은 다이렉트 승격을 노리는 제주와 최하위 탈출이 절실한 안산의 현 상황 외에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있는 한 판이다. 한때 맞트레이드 상대였던 두 사람은 시간이 지나 어느새 어엿한 프로 팀의 수장들이 되었다. 그리고 상대를 꺾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과연 두 감독 중 다가오는 경기 이후 웃게 될 사람은 누가 될까. 자존심을 건 양 팀 수장의 시즌 세 번째 대결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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