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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김현회 기자]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삼성의 경기는 양 팀 감독의 지략이 돋보이는 한판이었다.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삼성은 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경기를 치렀다. 이 경기에서 수원삼성이 김태환의 프로 데뷔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두고 생존 경쟁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이날 패배한 인천은 다시 최하위로 떨어지며 강등을 피하기 위한 험난한 일정을 이어가게 됐다.

특히나 이날 경기는 인천 조성환 감독과 수원 박건하 감독의 지략 대결로도 관심을 끌었다. 두 감독은 시종일관 바뀌는 경기 흐름에 따라 전략을 변화시키며 수 싸움을 했다. 인천 조성환 감독은 전반 정동윤과 양준아, 김정호 스리백에 김호남과 김준엽을 좌우 윙백으로 포진하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제주 시절 윙백으로 기용하던 김호남을 다시 그 자리에 세우는 전략이었다.

조성환 감독은 김연수와 오반석이 부상을 빠지면서 고심 끝에 새로운 스리백을 가동했다. 측면 수비에 더 적합한 정동윤을 중앙 수비의 한 자리에 기용하는 고심 끝의 선택이었다. 인천은 김도혁과 문지환, 김준범이 중원을 구축했고 무고사와 아길라르를 공격에 배치했다. 김준범이 U-22 자원으로 활용됐다.

수원 박건하 감독의 수 싸움도 볼 만했다. 수원은 양상민과 민상기, 장호익으로 스리백을 구성했다. 헨리가 부상으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닌 가운데 인천의 정동윤과 마찬가지로 중앙 수비보다는 측면이 더 익숙한 장호익을 중앙에 배치했다. 이는 최근 수원이 지속적으로 써온 전략 가운데 하나다. 오른쪽 윙백으로는 이날 결승골의 주인공 김태환이 나섰다.

또한 이기제가 병역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좌측 날개는 보다 활용이 수월해졌다. 박건하 감독은 이기제를 왼쪽 윙백에 배치했고 이 자리를 지속적으로 지켜왔던 김민우를 아예 중앙 미드필더로 포진시켰다. 중원은 김민우와 고승범이 지켰고 그 바로 밑에는 한석종을 썼다. 최근 들어 물 오른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한석종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용하며 우위를 점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최전방은 타가트와 한석희 투톱이었다.

이런 가운데 전반 35분 만에 변수가 발생했다. 인천 김호남이 헤딩 경합 과정에서 머리에 충격을 받았고 순간적으로 시야가 흐려지는 부상을 입고 만 것이다. 그러자 곧바로 조성환 감독은 김호남을 빼면서 대대적인 변화를 줬다. 김호남이 포진해 있던 왼쪽 윙백 자리에 중앙 수비수로 나선 정동윤을 세우고 중원에 있던 문지환을 중앙 수비수로 돌렸다. 아길라르를 중원으로 내리면서 송시우를 무고사와 투톱으로 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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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들어 양 팀 수장의 지략 대결은 더욱 치열해졌다. 김태환에게 실점한 뒤 끌려가던 인천 조성환 감독은 후반 30분 김준범을 빼고 김대중을 투입했다.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수행하는 김대중은 곧바로 최전방으로 올라갔고 대신 무고사의 공격 파트너였던 송시우가 더 미드필드로 내려와 플레이했다. 김대중의 제공권을 이용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자 수원 박건하 감독은 6분 만에 이에 대응했다. 그가 꺼내든 것은 헨리 카드였다. 박건하 감독은 이날 득점을 기록한 김태환을 빼고 헨리를 넣었다.

헨리는 최근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이날 백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었다. 헨리가 투입되면서 수원은 양상민과 민상기, 헨리 스리백을 가동하게 됐다. 대신 중앙 수비의 오른쪽을 맡았던 장호익이 김태환을 대신해 오른쪽 윙백으로 전환됐다. 김대중의 제공권을 헨리로 원천봉쇄하겠다는 전략이었고 이는 그대로 적중했다. 경기 후 박건하 감독은 “헨리의 컨디션이 70~80%였지만 인천이 후반 제공권을 이용한 공격을 할 것을 대비해 헨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날 경기는 한 골밖에 터지지 않은 승부였다. 그만큼 서로 조심스러운 경기를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자칫 이 경기를 그르치면 강등권으로 떨어지는 두 팀의 맞대결이라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스코어에는 다 담기지 않을 두 팀 감독의 보이지 않는 지략 대결이 흥미로운 한판이었다. 90분 내내 두 팀 감독의 수 싸움이 흥미롭게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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