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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인천=명재영 기자] 수원에 새로운 보배가 등장했다.

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4라운드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삼성의 경기에서 수원이 전반 43분 김태환의 결승 골에 힘입어 인천에 1-0 승리를 거뒀다. 수원은 이날 인천까지 꺾으면서 리그 3연승을 달렸다. 한때 리그 11위까지 떨어졌던 수원은 이제 승점 27점으로 리그 8위에 올라서면서 강등권 싸움에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빛난 선수는 역시 결승 골을 기록한 김태환이었다. 김태환은 매탄중과 매탄고를 거쳐 수원에 입성한 '성골(聖骨) 블루'다. 고교 3학년이던 2018년 여름 준프로 계약을 통해 1군에 합류한 김태환은 지난해 3월 전북현대와의 리그 개막전에서 첫 프로 출전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팀이 0-4로 대패하면서 프로의 쓴맛을 제대로 본 김태환은 경기가 끝난 뒤 눈물을 쏟았고 이후 출전 기회를 쉽게 잡지 못했다.

지난해 리그 세 경기 출전에 그친 김태환은 포기하지 않았다. 뒤에서 묵묵히 기다리던 김태환은 팀이 본격적으로 위기에 빠진 올해 여름에 다시 출전 기회를 잡았다. 교체 자원으로서 본인의 장정인 많은 활동량을 보여준 김태환은 오래지 않아 선발 기회까지 잡았다. 주승진 감독대행 시절 공격수로 나섰던 김태환은 그라운드 안에서 적극적인 모습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박건하 감독이 부임하면서 윙백으로 역할을 바꿨다.

활동량에 비해 세밀함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10경기도 되지 않아 공격포인트로 응답했다. 23라운드 FC서울전에서 타가트의 첫 번째 득점을 도우면서 프로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김태환은 이날 경기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인천의 골문을 흔들면서 첫 득점까지 신고했다. 그냥 한 골이 아니라 팀의 상승세를 견인하는 승점 3점짜리 골이었다.

김태환은 득점 직후 박건하 감독에게 달려갔다. 달려가면서 유니폼의 옷깃을 위로 세웠다. 박건하 감독의 현역 시절을 재현한 모습이었다. 팀의 유스를 거쳐 성장한 선수가 팀의 전설로 평가받는 감독 밑에서 그라운드를 누비며 옛 장면을 재현하는 모습은 수원 팬들에게는 그 어떤 세레머니보다 상징적인 장면으로 다가왔다.

김태환은 경기 후 <스포츠니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옷깃 세레머니는 예전부터 미리 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환은 이어 "출전 기회를 주신 감독님께 감사와 존경의 표시를 하고 싶었고 생각난 것이 감독님의 현역 시절 트레이드 마크였던 옷깃 세레머니였다. 이 순간을 그동안 절실하게 기다렸던 만큼 앞으로도 수원을 위해 온 힘을 다해 뛸 것"이라고 전했다.

강렬했던 슈팅만큼이나 인상적인 세레머니로 수원 팬들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은 김태환. 2000년생의 유망주가 수원에 새로운 역사를 안길 수 있을까. 김태환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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