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안양 김형진 “프로에서 살아남기 위해 순한 성격 버렸다”


[스포츠니어스|안양=전영민 기자] FC안양 부주장 김형진은 지난 19일 펼쳐진 전남드래곤즈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20라운드 홈경기에서 K리그 통산 100경기 출전을 달성했다.

용호고등학교와 배제대학교를 거쳐 지난 2016년 대전시티즌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형진은 이듬해인 2017년 FC안양으로 유니폼을 갈아입었고 네 시즌 째 안양에서 활약 중이다. 지난해 김형열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는 주전 자리를 꿰차 스리백의 핵심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스포츠니어스>는 어느덧 안양 수비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그를 23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만났다.

반갑다. K리그 100경기 출전을 축하한다.
이겼으면 더 의미 있는 날이 되었을 텐데 전남한테 지게 돼서 아쉽다. 처음 프로에 데뷔한 후 대전에서 개막전 경기를 나갔다. 그때 경기장에 관중이 1만 2천명이나 들어왔다. 축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그렇게 관중이 많은 곳에서 뛰어봤다. K리그 100경기를 뛰고 그 경기가 생각났다. 감사할 뿐이다. 나름대로 뿌듯한 면이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이 있을 텐데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 100경기 출전 이후에 안양 팬들이 SNS로 연락을 많이 주셨다. 안양 팬들은 최고다.

사실 나는 안양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안양에서 나왔다. 안양초등학교와 안양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군포에 있는 용호고등학교를 나왔다. 지금도 안양역 근처, 만안초등학교 쪽에서 살고 있다. 거기서 10년 넘게 사는 중이다. 중학교 때도 안양종합운동장에 와서 고등학교 형들이랑 연습경기를 했다. 대전에서 1년을 보내고 팀을 새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때 대전과 재계약을 하지 않고 FA 신분이 됐고 팀을 찾다가 안양으로 오게 됐다. 계속 안양에 있었다 보니까 안양에 입단했을 때 감회가 새로웠다.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도 매년 경기장에 와서 안양 경기를 본다. 무엇보다 집이 가까우니깐 정말 좋다.

안양 사람이기 때문에 FC안양에 입단했을 때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안양LG 시절부터 경기장에 와서 경기를 봤다. 초등학교 때 경기장에 왔는데 그때가 이영표 선수나 신의손 코치님이 활약하고 계실 때였다. 그때 안양의 축구 열기가 대단했는데 안양LG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겨서 아쉬웠다. 다른 팀 선수들은 FC안양과 FC서울의 관계를 잘 모르는 선수들이 간혹 있는데 우리 팀 선수들은 모두 다 잘 알고 있다. 구단에서도 구단의 역사에 관해 선수들에게 매년 알려주신다.

2017년에 FC서울과 상암에서 경기를 했다. 정말 뛰고 싶었지만 경기에 나서진 못했다. 엔트리에 들지 못해 관중석에 앉아서 경기를 봤다. 당시에 분위기가 정말 장난 아니었다. 홍염도 터졌다. 하지만 경기에 나서지 못해 아쉬웠다.

FC안양 선수들 중 안양 출신인 선수가 또 있나?
세 명이 있다. (황)문기와 (유)연승이 형이 안양중학교 출신이다. 연승이 형은 2년 선배라서 중학교 때 같이 운동을 했다. 하지만 문기는 세 살 차이라서 같이하지 못했다. 사실 대학교 이후에 프로 무대까지 오는 선수들이 많이 없다. 내 주변에도 한두 명 정도가 전부다. 연승이 형이랑은 그래서 더 애틋하다. 안양중 선후배 중에 프로 팀에서 현재까지 뛰고 있는 선수는 동기였던 (류)재문이와 부산에서 뛰고 있는 (이)규성이가 있다.

올 시즌에는 부주장으로 활약 중이다.
학창 시절에도 주장을 해본 적이 없다. 부주장을 하라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땐 어려웠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컸다. 부담이 됐다. 지금은 그래도 편해졌다.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기 때문이다. 나이도 팀에서 중고참이고 감독님이 작년에 믿음을 많이 주셔서 많은 경기에 나갔다.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내게 부주장을 시켜주시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다. 주장인 (최)호정이 형을 많이 도와주고 어린 선수들의 힘든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있다.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경기가 끝나면 라커룸에서 호정이 형이 나이가 많은 형들에게 “하실 이야기가 있냐”라고 물어보신다. 그리고 마무리는 호정이 형이 한다. 나는 라커룸에선 딱히 말을 하진 않는다. 경기장에 들어갈 때 파이팅을 외치거나 “오늘 경기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는 정도다. 부주장이긴 하지만 위에 형들이 많기 때문에 선수들 전체에게 말을 할 때도 존댓말로 한다. 호정이 형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데 호정이 형이 내게 조언을 주시는 등 여러모로 많이 도와주신다.

부주장으로서 외국인 선수들을 관리하는 노하우는 있나?
외국인 선수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성격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강압적으로 한다고 해도 되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들을 잘 챙겨주고 있다. 언어는 잘 통하지 않지만 말이라도 한 번 더 걸고 같이 즐겁게 운동을 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김형열 감독은 어떤 부분을 요구하나?
“형들 말 잘 듣고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 어린 선수들을 케어하라”라고 하신다. 그것 말고 딱히 말씀하시는 건 없다. 내가 아는 지식 안에서 말해줄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거나 따로 데리고 가서 밥이나 커피를 사준다. 하지만 나도 사실 아직은 그런 걸 잘 못하는 것 같다. 안하던 걸 하려고 하니까 어색함이 있다. 이제 점점 지갑을 열어야 한다. 작년부터 형들이 가족 같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경기에 뛰지 못하는 후배들이 있으면 데려가서 밥을 먹었다. 다른 팀들과는 다르게 이런 문화가 있다. 이렇게 형들이 알려주니까 자연스럽게 나도 따라서 하게 됐다.

지난 시즌과 달리 최근 안양의 흐름은 좋지 않다.
경기에서 지면 팀 분위기가 당연히 가라앉는다. 그래도 선수들이 운동장에서 다시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파이팅을 하고 있다. 분위기가 쳐져 있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결과는 모르는 거다. 준비 과정은 재미있게 가져가는 편이다.

성적이 좋지 않다 보니 안양 팬들도 힘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아시다시피 우리 팬들이 다른 팀 팬들에 비해 상당히 열정이 있으시다. 코로나19 때문에 접촉을 할 수 없다 보니까 팬들이 SNS를 통해 힘을 주신다. 팬들께서 얼마나 열심히 응원을 해주시는지 선수들도 알고 있다. 팬들을 위한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뛰는데 홈경기를 해도 경기장이 텅 비어 있으니 그 점이 아쉽다. 가끔씩 시끌시끌하고 화기애애했던 작년 안양종합운동장의 분위기가 생각난다. 팬들에게 죄송하다. 작년에 우리가 잘해서 올해도 기대가 많으셨을 텐데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해 항상 죄송하다. 경기에서 지면 선수들끼리 “다음 경기에서는 팬들에게 죄송한 경기를 하지 말자”라고 말을 많이 한다.

최근에 상대 선수들과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이 부쩍 많이 보인다.
상대팀 외국인 공격수들과 신경전을 많이 한다. 말은 안 통하지만 일부러 상대 외국인 선수들을 자극하는 법을 (최)호정이 형이나 (유)종현이 형이 많이 알려준다. 아무래도 우리는 수비수다 보니까 다혈질적인 선수들을 일부러 많이 건드린다. 펠리페나 빈치씽코가 다혈질적인 성격이 많이 있었다. 특히 펠리페가 심하다. 펠리페는 우리한테 와서 욕도 하고 우리를 발로 차기도 했다.

옛날에는 전혀 상대 선수들과 싸우지 않았는데 많이 경험하고 느끼고 하다 보니 변했다. 한편으로는 살아남아야 하니까 많이 변한 것 같기도 하다. 순한 성격이거나 경기장에서 가만히 있다 보면 많이 당하더라.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어필을 한다. 상대에게 먼저 강하게 자극을 주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 감독님도 수비수들에게 “카드를 받지 않는 선에서 강하게 해라”라고 주문하신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오른발잡이지만 안양의 스리백 시스템에서 왼쪽 스토퍼 자리에 선다.
왼발잡이가 아니기 때문에 오는 불편함은 당연히 있다. 왼발로 받아서 공을 뿌려야 할 때가 많은데 오른발잡이이다 보니 오른발로 처리를 해야 해서 불편함이 있다. 하지만 대학교 때도 스리백에서 왼쪽 스토퍼 자리에 섰기 때문에 불편함은 있어도 어려움은 없다. 대전 시절에는 왼쪽 풀백 자리를 맡은 적도 있었다. 실수가 간혹 있기는 한데 난 수비수고 실점과 직접적으로 연관될 수 있는 자리기 때문에 실수와 실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요즘엔 간혹 오른쪽 스토퍼로 나서기도 하는데 감독님이 나에 대해 잘 아시기 때문에 주로 왼쪽 스토퍼로 기용을 하시는 것 같다.

닐손주니어와 호흡은 어떻게 맞추고 있나?
경기장 들어가기 전에 서로 “네가 앞으로 나가면 내가 좁히겠다. 대신 내가 앞으로 나가면 네가 신경을 좀 써줘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커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한다. 닐손주니어는 경험이 있는 선수다. 든든한 면이 있다. 뚫렸다 싶을 때도 공을 커트한다. ‘짬’이 있다. 그게 장점이다. 경기 끝나고 데이터를 보면 우리 팀에서 닐손주니어가 뛰는 수치가 제일 낮다. 제일 안뛴다. 대신 뛰어야 할 때와 뛰지 말아야 할 때를 잘 구분한다. 그게 닐손주니어의 장점이다.

닐손주니어가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긴 하지만 수비수들에게 지시를 내린다. 경험도 있고 나이도 거의 최고참인 선수다. 배울 점이 많다. 닐손주니어가 라커룸에서 말을 많이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 임팩트 있게 가끔씩 한마디를 한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서는 “집중해서 이 경기를 가져워야 한다. 승점을 따내야 한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안양 구단 내에서 ‘교회 오빠’라고 불린다는 이야기가 있다.
교회 집안이라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니고 있다. 교회를 다니면 교회 오빠가 되는 것 아니겠나. 일요일에 교회를 가는데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못 간다. 교회를 가면 마음이 편하다. 기도는 일상이다. 경기 들어가기 전에도, 경기 후에도 기도를 한다. 우리 팀에서도 교회를 다니는 선수가 굉장히 많다.

군대를 가야 하는 나이다.
여름에 상주상무에 지원을 했는데 떨어졌다. 겨울에 합격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겠다. 선수 모집 공고가 뜰지 안뜰 지도 모르겠다. 여러모로 머리가 아픈 상황이다. 올해가 상주에 갈 수 있는 마지막 나이(1993년생)다. 요즘 군대 문제가 제일 고민이다. 하지만 이 부분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려고 한다. 지금 내 나이 또래 선수들은 군대가 다 고민이다.

주 포지션인 센터백이지만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고 들었다.
스트라이커로 경기에 나서본 적이 있다. 2018년에 고정운 감독님이 계실 때였는데 딱 한 경기 스트라이커로 뛰었다. 그런데 나무위키에 내가 스트라이커 포지션도 뛸 수 있다고 적혀있더라. 원래 고등학교 때까지는 미드필더였다. 하지만 수비형 미드필더는 스위퍼랑 다를 게 없다. 프로에 와서는 작년에 한 번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적이 있다. 주 포지션은 예전부터 센터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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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들은 결혼을 일찍 하는 경향이 있다. 혹시 장가를 갔나?
결혼을 하지는 않았는데 지금 여자친구랑 5년 넘게 만나고 있는 중이다. 여자친구와 결혼할 생각이 있다. 대학생 때부터 만났다. 대학생 때는 돈이 없으니까 여자친구가 날 많이 케어해줬다. 이제는 내가 행복하게 해줘야 한다. 날짜는 아직 정하지 않았는데 언제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부모님들끼리도 사이가 좋으시다. 경기를 보러 자주 오시다가 우리 부모님과 여자친구 부모님이 자연스럽게 친해지셨다. 이렇게 된 게 벌써 2년 정도 됐다.

팀이 지거나 내가 못했던 날에는 스트레스를 받는 걸 아니까 여자친구가 아무 말을 안 한다. 여자친구가 축구를 꽤 좋아하는 편이라 축구에 대한 대화가 잘 된다. “이때는 네가 이렇게 했어야지”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준다. 잘한 부분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만 “여기선 네가 클리어링을 잘했어야지”라든지 아니면 “코너킥 때 더 세게 해딩을 해야지”라고 이야기를 해준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나도 ‘아 이렇게 느낄 수 있었겠구나’라며 다시 한 번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 같다. 우리 부모님도 여자친구를 되게 좋아하시고 예뻐하신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안양의 순위는 하위권이다.
남은 경기 동안 이 상황을 바꿔보려고 하고 있다. 팬들이 어떤 마음인지 안다. 팬들이 응원해주시는 것 이상으로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운동장 안에서 선수들끼리 말도 많이 하고 단합을 많이 하고 있다. 선수들끼리 긍정적인 말을 말하고 있다. “누구 때문에 졌다”라고 말을 하기 보다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긍정적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훈련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고 있다.

남은 경기들이 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하다 보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거다. 아무래도 내가 수비수다 보니까 팀이 실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선수들이 지금 준비하고 있는 만큼 성적이 잘 나오길 바라고 있다.

이번 시즌 안양은 힘겨운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안양은 김형진과 인터뷰 후 펼쳐진 지난 26일 부천과의 리그 21라운드 홈경기에서도 무기력한 경기 끝에 0-0 무승부를 거두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실패했다. 과연 안양은 올 시즌 잔여 경기들에서 현재의 상황을 탈피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형진은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까. ‘부주장’ 김형진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henry412@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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