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유나이티드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생존왕' 인천유나이티드의 최근 기세가 무섭다. 인천은 최근 치른 리그 다섯 경기에서 3승 1무 1패를 기록하며 하위권 판도를 흔드는 중이다. 지난 27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성남FC와의 리그 2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는 무려 여섯 골을 몰아치며 부산을 12위로 끌어내리고 11위로 도약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런 인천 상승세의 중심에는 베테랑 수비수 양준아가 있다.

이번 시즌 양준아는 스리백의 중앙 센터백 자리에서 안정적인 빌드업과 정확한 상황 판단, 노련한 플레이로 수비진의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스포츠니어스>는 29일 양준아와 인터뷰를 통해 최근의 상승세, 남은 리그 네 경기에 대한 각오, 조성환 감독 부임 후 달라진 팀 분위기 등에 관해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성남전 승리를 축하한다.

고맙다. 최근에 한 골 승부가 많았다. 경기 전에 성남전도 한 골 승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먼저 득점하는 팀이 이길 확률이 높을 거라고 봤고 그렇기 때문에 선수들끼리도 "절대 먼저 실점하면 안된다. 선제골을 넣게 되면 이길 확률이 높아질 거다"라고 말하고 경기에 들어갔다. 그런데 마침 경기 초반에 상대 퇴장이라는 변수가 발생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 같다.

성남전을 뛰면서 '이 경기는 잡겠다'라는 생각이 든 건 언제였나?

무고사가 헤딩골로 두 번째 골을 성공시켰을 때 '오늘은 이기겠구나' 싶었다. 사실 축구에서 1-0 상황은 불안하다. 1-0과 2-0은 분명 다르다. 올 시즌 우리가 두 명이 없는 상황에서도 경기 종료 직전에 동점골을 넣어 상주와 1-1로 비긴 적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성남전에서 선제골을 기록했을 때까지만 해도 안심하지 못했는데 무고사가 두 번째 골을 넣고 나서는 안도감이 들었다.

성남전 또 하나의 수확은 무실점을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그런 무실점 경기들이 남은 경기들을 하는데 있어서 좋게 작용하는 것 같다. 우리가 최근에 강원 원정을 가서 3-0으로 이기고 있다가 두 골을 내주는 바람에 남은 시간을 마음 졸이며 했던 적이 있었다. 성남전에서도 전반전 이후에 감독님이나 선수들끼리 "강원전을 생각하자"는 말을 많이 했다.

성남전 후에는 고참으로서 선수들에게 어떤 말을 해줬나?

원래 다른 형들은 선수들에게 말을 많이 하는 편인데 나는 말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면 다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내 거부터 잘하자'는 마인드다. 내가 해야 할 거를 잘 못하는 상황에서 다른 선수들에게 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경기 중에는 다르다. 요즘에는 경기장 안에서 말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기장 밖에서보다는 경기장 안에서의 말들이 더 중요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

솔직히 파이팅을 넣어주고 '으쌰으쌰' 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건 경기 중에 동료들에게 "뒤로 수비 간다" "어느 쪽으로 돌아서라"라는 말들이다. 나는 수비수고 뒤쪽에 있다 보니 앞에 있는 선수들의 상황이 많이 보이는 편이다. 그래서 옆에 있는 선수들이나 앞에 있는 선수들한테 경기 중 상황에 대한 말들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 인천 경기를 보면 오반석-양준아-김연수 체재의 스리백 시스템이 안정화된 느낌이 난다.

우리 세 명은 서로의 장단점이 뚜렷하다.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동시에 서로의 단점을 옆에 있는 선수들이 보완을 해주고 있어서 이 부분에서 시너지 효과가 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수비를 우리 세 명만 할 수는 없는 거다. 미드필더들이나 공격수들이 앞에서 수비를 열심히 해주고 있는데 그러다 보니 수비진들도 힘을 받고 있는 것 같다.

ⓒ 인천유나이티드

조성환 감독 부임 후 팀 분위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제주에 있을 때 감독님과 같이 했던 적이 있다. 필요할 때는 카리스마가 있으시지만 한편으로는 정이 많고 따뜻하신 분이다. 나는 감독님의 그런 모습을 알기 때문에 감독님이 무섭거나 하진 않다. 감독님의 진심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 감독님이 어떤 걸 원하시고 어떤 걸 싫어하시는지 잘 알기 때문에 편한 것 같다.

조성환 감독은 스리백에 일가견이 있는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감독님께서 지금 우리 선수 구성이 포백보다는 스리백에 특화된 선수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 것 같다. 스리백 선수들의 장점과 단점을 근처에 있는 선수들과의 조화를 통해 잘 맞춰가게 해주신다. 지금 우리가 네 경기가 남아있는데 '매주 다가오는 한 경기 한 경기에 모든 걸 쏟아붓자'는 생각이다. '뒤는 생각하지 말고 다가오는 한 경기를 준비해 모든 걸 올인하자'는 생각이다. 이게 맞는 것 같다. 우리가 다음 경기를 생각할 여력은 없는 것 같다. 사실 지금 우리가 11위지만 완전한 11위는 아니지 않나.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한 경기 한 경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며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시즌 초반 굉장히 힘든 시기가 있었다. 어떻게 그 과정을 이겨냈나?

그런 상황을 이겨내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다 필요 없고 승리다.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대구전(인천 1-0 승)이 반전 포인트가 되었던 것 같다.

승리로 마무리되긴 했지만 그날 대구는 30개에 가까운 슈팅을 때렸다.

대구 원정에 가서 이기는 건 우리팀 뿐 아니라 다른 팀들에게도 다 힘든 일이다. 대구전 이전까지 승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대구전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이 컸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서 비기고만 가도 정말 잘한 거다'라는 생각을 경기 전에 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까 선제골을 넣었고 반면 대구는 골을 넣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어느 순간 '조금만 더하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경기를 뛰면서 몸을 날릴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선수들이 다들 몸을 날렸다. 지금 생각해도 그 경기로 인해 우리 팀이 지금의 반전된 상황을 맞지 않았나 생각한다.

대구전 이후로 분위기가 정말 많이 달라졌다. 대구전 이후에 선수단 내에 '우리가 조금만 더하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심어진 것 같다. 1-0 승리가 어떻게 보면 축구에서 의미가 있다. 밖에서 보시는 분들은 재미가 없거나 마음이 조마조마하실 수 있겠지만 이기고 나면 보람찬 게 1-0 승리인 것 같다. 더 팀이 단단해지고 결속력을 다지게 되고 끈끈해지는 게 생기는 게 1-0 승리라고 생각한다.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엔 "무관중이지만 팬들은 지켜보고 있다"는 걸개가 걸려 있다.

걸개를 보면 많은 생각이 교차한다. '우리가 더 잘했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도 들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도 든다. 한 가지의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분명 팬들이 우리만큼이나 혹은 우리보다도 더 속상하실 것이다. 팬들이 걸개를 걸어주셔서 경각심도 가지고 힘들 때 한 발이라도 더 뛸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팬들이 경기장에 오시지 못하지만 집이나 어디서든 열심히 응원을 해주시는 것을 알고 있다. 팬들의 기운을 받아 우리가 열심히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 인천유나이티드

최근 팀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은 누가 하고 있나?

선수들보다는 감독님이 많이 하시는 것 같다. 감독님께서 주도적으로, 의욕적으로 분위기를 이끌고 계신다. 커피도 정말 잘 사주신다. 선수들끼리 커피 내기를 해서 어떤 선수가 걸리든 감독님이 대신 커피를 사주신다. 감독님은 예의를 중요시하시는 분이다. 감독님이 오시고 나서 생활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팀의 기강이 많이 잡혔다. 시간 약속, 복장, 훈련 태도 이런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같이 맞춰가고 공유하자는 마인드가 강하시다. 선수들도 이제 감독님에게 적응을 많이 해서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다.

무고사도 인천에는 없어서 안될 존재다. 인성적인 측면에서나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실력에서나 말이다. 무고사는 어떻게 해야 본인이 선수들에게 신뢰와 존중을 받을 수 있는가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외국인 선수라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선수들을 무시할 수도 있는데 무고사는 본인이 우리를 더 존중해준다. 이런 선수를 우리가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나. 평소에도 "파이팅 파이팅!"이라고 힘을 많이 불어넣는다. 무고사는 주위 사람들 챙기는 걸 즐겨하는 것 같다. 무고사는 신사다. 지금 부상을 입은 마하지도 부상만 아니었다면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선수인데 나도 그렇고 다른 선수들도 마하지의 부상에 대해 많이 아쉬워하고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세워놨던 목표는 뭔가?

목표를 따로 세워두진 않았다. 작년은 개인적으로 너무 좋지 않은 시즌이었다. 컨디션도 좋지 않고 경기력도 너무 좋지 않았다. 올해는 동계훈련 시작할 때부터 마음을 다잡았다. 다른 동계훈련 때에 비해 훈련도 많이 했다. 나이를 먹다 보니 '어린 선수들에게 체력적으로 지기 싫다'는 마음이 커지더라. 어린 선수들에게 뒤쳐지지 않으려고 체력 훈련도 더 하려고 했다. 그 부분이 지금 컨디션이 좋은 원인이지 않나 생각한다.

이번주 친정 수원삼성과 중요한 길목에서 만나게 됐다.

다른 거 다 필요 없이 지금 입고 있는 유니폼의 팀을 위해 뛰는 게 맞는 것 같다. 수원이 최근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지만 우리도 그에 못지 않다. 한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뀌고 있다. 우리는 안정권이 아니다. 다가오는 수원전에서는 그동안 보여준 것 그 이상으로 해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이라고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선수들과 뭉쳐 끈끈한 모습으로 좋은 경기를 보여주겠다. 팬들이 집에서 응원을 해주시는 것의 기운을 받아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네 경기에서도 팬들의 기운을 받아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 좋은 결과로 마지막에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난해 힘겨운 한 해를 보냈던 양준아는 올 시즌 180도 달라진 경기력으로 인천 수비진을 책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즌 종료까지는 네 경기가 남아있는 상황이고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인천과 양준아의 운명은 어떻게든 바뀔 수 있다. 과연 올해에도 인천은 다시 한 번 K리그1 생존에 성공하며 '생존왕'이라는 자신들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리고 양준아는 남은 네 경기들에서 어떤 활약을 선보일까. 양준아의 발끝에 많은 인천 팬들의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henry412@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