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삼성 양상민은 외모나 플레이 모두 터프해졌다.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양상민은 수원삼성의 꽃미남 선수였다. 2007년 수원삼성에 입단한 그는 빛나는 미모를 자랑하며 수원삼성에서 청춘을 불태웠다. 그런 그가 2020년 현재는 전혀 다른 선수로 변모해 있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수염을 기른 37세의 노장 수비수 양상민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후배들을 이끌고 있다. 예전 그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완벽한 변신을 했다.

2007년 수원에 입단한 그는 수원 유니폼을 입고 300경기 이상 출전한 7번째 선수가 됐다. 이운재(390경기), 곽희주(369경기), 김진우(357경기), 이병근(351경기), 박건하(333경기), 염기훈(358)에 이어 양상민도 수원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양상민은 적지 않은 나이에도 올 시즌 팀의 주축 수비수로 활약 중이다. 지난 26일 벌어진 FC서울과의 슈퍼매치에서도 풀타임 활약한 그는 무려 5년 5개월 만의 슈퍼매치 승리를 이끌기도 했다. 투혼을 발휘하고 있는 양상민과 <스포츠니어스>가 단독으로 대화를 나눴다.

반갑다.

나도 반갑다. SNS을 통해 당신이 여기 저기 취재 다니고 있는 걸 봤다.

나도 당신의 SNS에 올라오는 아들 은우의 귀여운 모습을 잘 지켜보고 있다. 최근 컨디션은 어떤가.

큰 부상 없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일단 나한테는 부상이 가장 큰 걱정인데 부상이 없어서 다행이다. 작은 부상들은 달고 살지만 경기를 하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다.

올해 37살이다.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나.

노장 축에 속하지만 체력적으로도 괜찮다. 의식적으로 체력 관리를 꾸준히 하려고 한다. 사소한 것부터 신경 쓰고 있다. 몸에 안 좋은 건 최대한 안 하려고 하고 먹고 자는데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피로가 쌓이면 바로바로 치료를 받는다. 젊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이제 체력적으로 안 되면 선수 생활을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경기장에서 90분을 뛰는 데는 지금까지 큰 문제가 없다.

지난 슈퍼매치 승리는 특히나 의미가 깊었을 것 같다.

5년 5개월 동안 서울을 이기지 못했다. 정말 긴 시간이었는데 이 기간 동안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도 심했다. 팬들한테도 너무 죄송한 마음이었다. 단순한 경기가 아니라 슈퍼매치 때면 더 집중했다. 예전에는 슈퍼매치를 하면 “한 번 이겨보자”고 후배들을 막 윽박지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후배들에게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무슨 부탁을 했다는 건가.

“이번 경기가 나한테는 마지막 슈퍼매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꼭 이겨달라”고 부탁했다. 선수들을 집중시키는 건 여러 방법이 있고 사실 이 방법이 후배들한테 통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슈퍼매치에서 이긴 뒤 (김)다솔이가 와서 “형, 마지막 슈퍼매치 이겨서 축하해요”라고 농담을 던지며 축하 인사를 하더라. 아직 마지막이 아닐 수도 있는데 너무 ‘마지막’을 강조하더라.

올 시즌 양상민은 수원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과거 슈퍼매치에서는 후배들을 독하게 다룬 모양이다.

다른 경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걸 선수들이 느끼게 하기 위해서 그랬다. 잔소리를 많이 하기 보다는 오히려 분위기를 잡기 위해 일부러 말도 안 하고 더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어떤 방법이 더 옳은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이번 경기는 워낙 선수들이 잘 뭉쳐서 힘이 생긴 것 같다.

외모가 많이 변했다. 그 꽃미남이던 선수가 터프가이가 됐다.

우리가 강등권에 있으면서 내 자신이 너무 안일한 생각으로 생활한 건 아닌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난 8월 부산과의 경기에서 한 달 반 만에 선발로 경기에 나섰다. 경기에 계속 못 나가는 상황에서 내가 안일하게 임했던 것 같다. 선발 출전 통보를 받고 그날 부산과의 야간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점심 먹고 나가서 삭발을 하고 들어왔다. 마음을 다잡고 싶었다. 그 부산전에서 우리가 3-1로 이기면서 지금도 이 머리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내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한 건데 동료들도 이 모습을 보고 같이 힘을 냈다고 생각한다.

머리를 짧게 자르고 수염까지 길러 더 강해 보인다.

사실 일부러 좀 더 강한 인상을 주기 위한 의도도 있었다. 그렇게 봐주셨다면 성공한 거다.

주위의 반응은 어떤가.

이제는 주변에서도 적응한 것 같은데 오래된 친구들이나 예전에 같은 팀에서 뛰었던 후배들은 가끔 “외모가 너무 무섭다”고 사진 캡처를 보낸다. 하태균이나 박종진이 “왜 이렇게 무서워졌냐”고 하더라.

BJ 홍구를 닮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안 그래도 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내가 인터넷 방송을 잘 찾아보지 않아서 그 분이 누군지는 잘 몰랐는데 얼마 전에 양형모가 그 분 사진을 캡처해서 보내줬다. 그런데 사진을 보는 순간 웃어 넘길 수 없을 정도로 나와 닮았더라. 안 그래도 요새 BJ 홍구를 닮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당신의 아들이자 수원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은우는 갑자기 아빠가 홍구, 아니 터프가이가 된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내가 은우에게 머리를 짧게 자를 거라고 이야기를 먼저 했는데 은우 시각에서는 짧은 머리는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더라. 그래서 내가 머리를 짧게 자르고 나타나니까 “어? 아닌데? 더 잘라야 하는데?”라면서 이마처럼 맨질맨질하게 다 잘라 버리라고 하더라. 아빠를 대머리를 만들려고 한다. 신기해하면서 머리를 계속 만진다. 수염은 예전부터 한 번씩 길렀기 때문에 다가가면 “아빠 수염 따가워”라고 하긴 하는데 큰 거부감은 없다.

올 시즌 양상민은 수원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얼마 전 당신의 인스타그램을 보니 아들이 수원 유니폼을 입고 엠블럼을 가리키는 세리머니까지 하더라. 조기교육이 확실하다.

나도 너무 신기하다. 그런 걸 가르친 적이 없는데 이제는 아빠가 수원 선수라는 걸 너무 잘 안다. 수원 동영상도 찾아보고 선수들 세리머니하는 것도 찾아본다. 이런 걸 틀어주면 엄청 집중해서 본다. 이제 6살이어서 유치원 등원을 하는데 수원 유니폼을 입고 가겠다고 엄청 고집을 부린다. 그래서 입혀서 보내려고 했더니 갑자기 집 앞 광장에서 그 유니폼을 입고 2층을 바라보며 엠블럼 세리머니를 하더라. 2층에 아무도 없는데 마치 관중석 바라보듯이 그런 동작을 하는 걸 보고 너무 놀랐다.

요새 표정이 굉장히 풍부해졌다. 거의 ‘제2의 유경렬’급이다.

원래도 내가 표정이 다양한 편이긴 하다. 그런데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표정 변화를 최대한 자제하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냥 모든 감정을 경기장에서 표현해 보자’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그래서 더 다양한 표정이 나오는 것 같다. 또한 우리 아들과 함께 놀다보니까 더더욱 표정이 풍부해졌다. 내재돼 있던 감정이 얼굴에서 나오는 것 같다.

이제 꽃미남에서 터프가이로 변신했는데 다시 섹시 화보를 찍을 생각은 없나.

예전 그 화보를 말하는 건가. 그때가 기억난다. 2011년 1월 동계 전지훈련을 시작할 때 찍었던 화보가 요새도 가끔 인터넷에 올라오더라. 사실 그땐 내가 화보를 찍을 준비가 안 돼 있었다. 미리 화보 촬영을 한다고 말해줬다면 그 전 12월부터 몸을 더 만들었을 텐데 너무 급하게 통보를 받아 부족한 게 많았다. 혹시 다시 만약에 누군가 화보 촬영 제안을 해주시면 이제는 더 준비해서 기꺼이 촬영하겠다. 당신에게 내 화보 촬영 섭외 요청이 오면 꼭 다시 연락달라.

알겠다.

그때는 몸과 마음 모두 준비가 안 돼 있었다. 이제는 더 완벽히 몸과 마음을 준비하겠다.

올 시즌 양상민은 수원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외모와 함께 플레이 스타일, 후배들을 대하는 모습도 많이 변한 것 같다. 뭔가 더 야성미가 넘친다.

맞다. 내가 그런 역할을 해야겠다고 느꼈다. 우리 선수들 중에는 못된 선수들이 없다. 다들 열심히 한다. 그런데 강등권에 있으면서 분위기가 침체되다 보니 그걸 좀 깨워줄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혼도 내고 싫은 소리도 좀 하는 역할을 내가 해야겠다고 느꼈다. 그게 꼭 우리 선수들에게 하는 말뿐 아니라 상대한테도 강하게 대하면서 우리 선수들을 일깨워주는 쪽으로 잘 발전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아까 말한 것처럼 강력한 외모로 어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게 100% 다 통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해야 할 역할이다. 아마 나를 무서워하는 후배들도 분명히 있을 거다.

욕하고 화를 많이 내서 후배들하고 멀어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요즘엔 후배들이 나를 피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 혼자다.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 회사에서도 나를 빼놓고 자기들끼리 대화하는 ‘단톡방’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의욕 없이 뛰는 모습을 싫어했고 그럴 땐 정말 따끔하게 혼을 냈다. 안일하게 생각할 상황이 아닌데도 경기에 못 나가면 의욕 없이 지내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이런 선수들에게 “열심히 하자”가 아니라 싫은 소리도 하면서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안 뛰는 선수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도 있다고 싫은 소리를 좀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요새 밥도 혼자 먹게 되더라.

저런.

그런데 나도 뭐 어렸을 땐 그랬다. 선배들이 싫은 소리하면 피했다.

같이 밥 먹어 주는 좋은 동생들은 없나.

최근에는 (민)상기나 (양)형모, (김)민우, (한)의권이 같은 그런 중고참들이 그래도 가끔 나를 챙겨준다.

올 시즌 양상민은 수원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염기훈이 팀 내에서 엄마 같고 당신은 아빠 같다.

(염)기훈이는 엄마가 맞다. 기훈이는 다 어우르고 정말 한 번씩 안 될 때 싫은 소리하고 타이른다. 그런데 나는 싫은 소리만 한다. 기훈이가 엄마라면 나는 나쁜 삼촌 정도로 하자. 집에서 같이 사는 엄한 삼촌 정도로 해달라.

수원삼성이 예전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지원이 예전보다 부족해 진 것도 사실이고 성적도 떨어졌다. 가슴이 아프고 늘 죄송한 마음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상황에서도 팬들에게 희망과 즐거움을 줘야한다. 과거의 높은 곳만 봐서는 안 되고 우리도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이 안에서 얼마든지 즐거움과 기쁨을 찾아야 한다. 그걸 찾아야 하는 게 우리의 일이다. 과거에만 너무 얽매여 있으면 마음만 아프더라.

최근 감독이 연이어 바뀌면서 흔들린 것도 사실이다. 내부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어땠나.

나도 사실 혼란스럽긴 했다. 나머지 어린 선수들이나 중고참 선수들도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또 경기에 나가야 한다. 이런 평정심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그래도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잘 가려고 준비를 하고 있다.

박건하 감독 부임 이후 팀 분위기도 좋아졌고 슈퍼매치도 이겼다. 좋아지고 있는 부분은 있다면.

감독님께서는 아직 우리 팀의 많은 부분을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길잡이처럼 우리 방향은 이쪽이고 우리가 해야 될 게 무엇인지를 잡아주고 계신다. 우리가 지금은 한 쪽 방향을 같이 바라보고 가면서 힘이 생겼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양상민은 수원 수비진을 이끌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올 시즌 네 경기가 남았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나.

올 시즌 23경기를 했는데 연승을 이번에 처음했다. 그런 게 부끄럽기도 하고 죄송하기도 하다. 앞으로 남은 네 경기를 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우리가 탄력을 받으면 이걸 이어가는 힘이 부족해서 선수들에게 많이 이야기했다. 9월 말인데 연승이 처음인 건 분명히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그 다음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우리도 연승을 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적지 않은 나이다. 현역으로 뛸 시간이 그리 많이 남지는 않았다.

현역으로는 더 하고 싶다. 할 수 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다고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 되는 건 아니다. 최근에 나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을 계속했는데 이런 상황이 오다보니 이 앞에 있는 내 상황을 차근차근하다보면 내 미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래를 계획한다고 해서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고 많은 선배들이 말씀을 하시더라. 당장 내 앞의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선수 생활을 2~3년은 더 하겠다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 경기가 마지막 경기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늘 한다고 들었다.

2년 전에 큰 부상을 당하면서 내가 생각지도 못하게 이 경기가 마지막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작년부터 그런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언제 그만둬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고 부상을 당하면 회복하기가 어려운 나이이다보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뛰는 경기들이 많아지고 있다.

마지막 질문이다. 코로나19로 경기장에 오지 못하고 멀리서 응원하는 수원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우리 팬들은 지금도 편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팀 성적이 좋지 않아 힘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중이다. 고참으로서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 뿐이다. 이제는 우리가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많은 팬들이 경기장에 찾아올 수 있도록 결과로 답하겠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

양상민은 수원의 상징과도 같은 선수다. 기량이 꺾일 나이지만 팀을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우고 있다. 그런 양상민과 함께 수원은 올 시즌 개막 후 첫 연승을 기록했다. 5년 5개월 만에 슈퍼매치에서 승리도 거뒀다. 많은 이들은 수원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하지만 양상민은 명가의 재건을 위해 묵묵히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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