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산그리너스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왜 안산그리너스는 관중 없는 경기장에 공을 들였을까?

안산그리너스가 오는 27일 대전하나시티즌과의 홈 경기에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과거에도 안산은 경기 날에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해왔다. '8월의 크리스마스'라는 콘셉트로 한여름에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조성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윤화섭 구단주와 임완섭 감독이 산타 모자를 쓰고 경기장에 등장해 많은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추석'이다.

안산의 대전전 경기는 추석 연휴 3일 전에 열린다. 그래서 이날 안산은 홈 경기장인 와~스타디움을 추석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한껏 꾸몄다. 경기장 내에 추석 인사가 적혀있는 대형 현수막을 설치할 뿐 아니라 관중석 곳곳에 허수아비를 설치했다. 뿐만 아니라 안산의 전 직원은 한복을 입고 경기를 준비했다.

ⓒ 안산그리너스 제공

안산의 전 직원들은 한복 대여업체에서 공수한 한복을 입고 경기에 임했다. TV로 잡하지 않은 직원들도 모두 한복 차림이었다. 화사한 핑크색 한복을 입고 기자석을 관리하던 홍보 담당 직원은 "다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막상 입어보니 추석 분위기가 나 긍정적인 반응이었다"라면서 "조금 덥다는 것만 단점일 뿐 굉장히 좋다"라고 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심지어 볼 스태프와 들것을 담당하는 의료 인력도 한복을 입었다. 공이 터치 라인 밖으로 나갔을 때나 선수가 부상을 당했을 경우 한복을 입고 공을 건네주거나 들것을 들고 뛰어 들어가는 스태프들의 진풍경이 벌어졌다. 해당 장면은 경기장에서 직접 보기 어렵지만 생중계를 통해 팬들이 접할 수 있었다.

사실 안산은 김길식 감독도 한복을 착용하는 방안을 고려했다. 이날 안산의 볼 스태프는 도령복, 직원들은 신하복을 입었다. 나름대로 콘셉트가 있는 셈이다. 그리고 구단을 대표하는 김 감독에게는 조선시대 왕의 복장을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부 회의 끝에 김 감독에게는 한복이 주어지지 않았다. 연승을 달리고 있는 와중에 경기 지휘에 불편함을 줄 수 있는 변수를 만들지 말자는 의견이었다.

무관중 경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굳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안산은 코로나19 시국에 지칠 수 있는 팬들의 마음을 고려했다. 특히 올 추석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이동 자제가 전 국민에게 권고된 상황이다. 한가위 연휴에 고향으로 가지 못하는 축구 팬들과 안산시민들이 생중계를 통해 지친 마음을 달래기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특히 이 이벤트는 안산시장이자 안산 구단주인 윤화섭 시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안산 윤화섭 시장은 평소 시정 업무를 볼 때 안산 구단이 제작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닐 정도로 안산 구단에 대한 관심이 높다. 윤 시장은 추석을 맞이해 직접 구단에 이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안산은 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경기장에 구현했다.

ⓒ 안산그리너스 제공

안산 구단은 '보여주기' 식으로 이 행사가 끝나지 않기 위해 정성을 들였다. 경기가 열리기 전 안산 구단 직원들은 허수아비를 모두 수제로 만들었다. 안산 농가에서 볏짚을 공수해 진짜 허수아비 느낌이 나도록 제작했다. 전 직원이 총동원돼 허수아비는 안산 와~스타디움 구석구석에 설치됐다. 이렇게 제작한 허수아비는 무려 60개다. 제작 기간은 나흘이 걸렸다.

안산은 경기장에 오지 못하는 팬들을 위해 온라인을 통한 이벤트로 추석 선물 또한 준비했다. 스폰서의 협조를 받아 '호텔스퀘어' 5행시를 통해 숙박권 2매를 선물로 증정하고 불빛 속에 가려진 선수를 맞춘 팬 중 추첨을 통해 박홍근 홈패션 이불, 유디치과 구강세트, 고려은단 음료, 더윤 화장품 크림, 구단 제작 상품 등을 선물한다. 이 이벤트는 안산 구단 SNS을 통해 진행됐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