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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아산=조성룡 기자] 요즘 충남아산FC는 업무가 늘었다.

충남아산이 최근 독특한 활동을 인터넷 상에서 전개하고 있다. 사실 그리 독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일상생활처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이다. 충남아산은 축구 커뮤니티 사이트인 '에펨코리아(이하 펨코)'에 아이디를 개설하고 국내축구 게시판에서 제법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사실상 구단이 '갤러'인 셈이다.

시작은 사소했다. 올 시즌 K리그2가 무관중으로 개최되면서 충남아산은 관중들의 소리를 음향 효과로 도입했다. 하지만 이것은 무언가 음향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했다. 충남아산 구단은 외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했고 한 축구팬이 충남아산에 여러가지 음향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다.

무관중 경기가 계속되면서 충남아산 구단은 해당 축구팬과 계속해서 연락을 취했다. 그 때 '펨코'에 대해 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축구팬이 자신이 활동하는 커뮤니티에 충남아산에 대한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해당 글에 대한 반응이 좋은 것을 확인했다. 구단 관계자는 "그 때부터 우리가 직접 글을 올려보자는 생각을 했다"라고 회상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구단이 제휴를 맺고 글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런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아이디를 만들고 글을 올리는 것이다. 전자의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후자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구단 관계자 또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그냥 무작정 걸어간 셈이다"라고 웃었다. 그렇게 충남아산 구단은 '펨코'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실제 충남아산 구단 직원이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기 시작하자 '펨코' 회원들의 반응은 제법 좋았다. 충남아산에 대한 인지도도 제법 올라갔다. 충남아산이 게재하는 글은 내부 회의 없이 담당자가 그 때 그 때 순발력을 발휘해서 글을 작성한다. 쓸 데 없는 정보를 담은 TMI나 충남아산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주로 올린다. "요즘 소재가 떨어져서 고민하더라"고 충남아산 관계자는 귀띔했다.

충남아산 구단은 '펨코'에 "반응이 좋을 경우 붱붱이 굿즈 출시를 검토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자 반응은 굉장히 뜨거웠다. 실제로 충남아산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붱붱이 굿즈 출시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예산을 편성해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는 않다. 굿즈 제작의 최소 수량이 500개라 완판을 보장하지 않는다면 선뜻 나서기 어렵다. 그래도 구단 관계자는 "노력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과연 '펨코'에 충남아산 구단의 어떤 직원이 글을 작성할까? 구단 관계자는 "해당 직원의 정체는 끝까지 비밀을 유지하려고 한다"라고 입을 굳게 닫았다. 다른 관계자 또한 "펨코에 글이 올라가면 지인들에게 '너 아니냐'라면서 연락이 쏟아진다"라면서도 "나는 글을 작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체는 밝힐 수 없다"라고 딱 잘라 말했다.

물론 '펨코'에서의 왕성한 활동이 실제 구단에 큰 도움이 되는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구단 관계자는 "커뮤니티의 경우 축구를 처음 접하는 팬이 아니라 이미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이 주로 이용하는 만큼 신규 팬 유입 등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 중계 시청자 수 등 충남아산에 관련된 여러 수치에서 큰 상승폭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남아산은 계속해서 '펨코'를 하고 있다. "적어도 축구팬들과 소통하는 구단이 되고싶다"라는 것이 이유였다.

향후 충남아산은 '펨코'에서의 활동을 통해 다른 커뮤니티와의 교류 또는 소통도 조금씩 추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다면 신규 팬 유입을 위해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활동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언젠가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커뮤니티에서 '충남아산FC'라는 닉네임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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