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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성남=김현회 기자] 포백일까 스리백일까. 성남FC 축구는 참 요상(?)하다.

성남FC는 20일 성남탄천종합운동장에서 광주FC와 하나원큐 K리그1 2020 홈 경기를 치렀다. 두 팀 모두 이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다른 경기 결과에 따라 파이널A에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에게 배포된 예상 포메이션에서 성남은 4-2-3-1 포메이션을 예고했다. 이 스타팅 포메이션은 구단에서 직접 제공한다. 하지만 실제 경기에도 똑같은 전략을 써야하는 의무는 없다. 어디까지나 참고자료용이다.

하지만 이날 성남의 스타팅 포메이션은 놀라웠다. 기존 경기에서 성남은 늘 3-3-3-1 포메이션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3-3-3-1 포메이션을 실제 쓰는 건 아니었다. 때에 따라서는 3-3-3-1에 가까운 포메이션을 구축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5-4-1 포메이션이나 5-3-2에 가까운 전형을 구사한다.

그런데 이날 성남은 기존의 3-3-3-1 포메이션이 아니라 포백을 기반으로 한 4-2-3-1 포메이션을 쓰겠다고 했다. 스타팅 포메이션처럼 실제 경기에 나서지는 않더라도 뭔가 큰 변화가 있는 건 아닌지 궁금했다. 하지만 성남은 이날도 스리백을 주축으로 한 5-4-1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역시나 성남은 탄탄한 수비를 기반으로 한 경기를 펼쳤다.

경기 전 제공된 자료에는 유인수와 임승겸, 연제운, 이태희가 포백으로 나서고 박태준과 김동현이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다고 전해져 있었다. 나상호와 이스칸데로프, 박수일이 바로 그 윗선에 서고 김현성이 최전방 원톱으로 나선다고 돼 있었다. 하지만 실제 성남의 포메이션은 경기 전 제공된 것과는 달랐다.

이날 성남FC는 5-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김영광이 골문을 지켰고 임승겸과 연제운, 이태희가 스리백을 구성했다. 유인수와 박수일이 좌우 측 윙백으로 출격했고 김동현과 박태준이 중원에 포진했다. 나상호와 이스칸데로프가 양쪽 측면에 출장했고 최전방 원톱으로는 김현성이 나섰다.

그렇다고 성남이 포메이션에만 국한된 경기를 하는 건 아니다. 실제 스리백의 오른쪽에 자리한 이태희는 틈만 나면 풀백처럼 오버래핑을 해 공격 진영까지 파고 들었다. 표기상으로는 이날 왼쪽 날개에 가까웠던 나상호는 때에 따라 김현성보다 위에 서 투톱 역할을 했다. 오른쪽 윙백 박수일은 윙포워드처럼 움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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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의 최근 경기는 예상 포메이션을 전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지난 상주와의 원정경기에서는 3-3-3-1 포메이션을 쓴다고 했지만 4-4-3 포메이션에 가까운 전술을 들고 나왔다. 연제운과 이창용이 중앙 수비수로 나서고 임승겸과 이태희를 풀백처럼 썼다. 임승겸을 중앙 수비수로 분류해야 하지만 플레이 유형은 포백의 왼쪽 풀백에 가까웠다. 박태준과 김동현이 중원을 구축했고 유인수와 박수일이 날개로 포진했다. 나상호와 토미가 투톱으로 나섰다.

이어 벌어진 대구와의 원정경기에서는 포메이션을 숫자로 나누기 어려운 전술이 등장했다. 임승겸이 왼쪽 풀백에 가까웠지만 중앙 수비수로 분류해야 이해가 가능한 전략이었다. 임승겸과 연제운, 이창용이 스리백을 구축했고 윙백으로는 유인수와 이태희를 썼다. 박태준과 김동현이 중원을 지켰고 박수일과 나상호는 윙포워드로 분류해야 하지만 더 가운데에서 플레이했다. 양동현이 최전방 원톱이었다. 굳이 포메이션을 따지자면 3-4-3에 가까웠지만 분류가 의미 없는 자유로운 비대칭 전술이었다.

최근 성남의 전략은 변화무쌍하다. 기존의 딱 떨어지는 4-4-2 포메이션이나 3-5-2 포메이션 등으로 분류하기에는 애매한 전략이다. 최근 K리그에서 김병수 감독이나 설기현 감독, 박진섭 감독 등이 전략가로 잘 알려져 있지만 김남일 감독도 이에 못지 않은 파격적이면서도 틀에 구애 받지 않는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이런 혼란스러운 전략이 무조건 승리를 보장해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날도 성남이 포백처럼 보이는 스리백을 들고 나와 많은 혼란을 준 것 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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