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부천=조성룡 기자] 3전 전패 무득점 7실점.

19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부천FC1995와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홈팀 부천은 전반전 제주 안현범과 주민규에게 연달아 골을 내주며 0-2로 패배, 승점 획득에 실패했다. 전반 초반 순식간에 두 골을 내준 것이 뼈아팠다. 이번 경기로 부천은 7연패의 늪에 빠지며 프로 입성 이후 최다 연패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이번 경기는 양 팀의 세 번째 맞대결이었다. 지난 5월 26일 두 팀의 첫 맞대결은 많은 관심을 받았다. 비록 무관중 경기로 열렸지만 연고이전이라는 악연으로 얽힌 팀들이 리그 경기에서 만나는 것은 처음이었다. 두 팀 선수들도 이 무게감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첫 만남에서 두 팀은 비교적 조심스러운 경기를 했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주민규의 헤딩골로 제주가 1-0으로 승리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부천의 경기력은 나름대로 희망적이었다. 공격에서는 답답한 부분이 많았지만 어쨌든 리그 최강의 스쿼드를 구축한 제주를 상대로 잘 버텼기 때문이다. 비록 홈에서 열린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부천은 충분히 다음 맞대결에서 승리를 다짐할 수 있어 보였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 부천의 모습은 점점 실망스럽게 변했다.

두 번째 맞대결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7월 12일 제주에서 예정됐던 경기는 갑작스러운 안개로 인해 연기됐다. 그리고 8월 26일에 열렸다. 경기 당일에도 태풍으로 인해 경기 개최가 쉽지 않았다. 부천은 만일을 대비해 작은 규모의 선수단을 꾸려 제주도로 향했다. 부천 송선호 감독은 제주전 맞춤 선발 라인업과 전술을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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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오히려 독이었다. 전반 막판까지 버티던 부천은 제주 이동률의 원맨쇼에 페널티킥 골을 헌납하며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반 17분에는 부천에서 뛰었던 공민현에게 추가골을 허용했고 이후 후반 31분과 35분 강윤성과 에델에게 또 실점했다. 0-4. 라이벌 경기답지 않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송선호 감독이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일 만했다.

그리고 9월 19일 열린 올 시즌 마지막 맞대결, 부천은 다시 한 번 승리를 다짐했다. 그러나 8분 만에 다짐은 공허한 메아리로 바뀌었다. 제주 안현범이 득점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리고 불과 5분 만에 부천의 수비 실수로 주민규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부천은 후반에 좀 더 나아진 경기력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득점하지 못했다. 결국 세 경기 동안 부천은 한 골도 넣지 못했다.

물론 부천과 제주에는 엄연한 전력 차이가 존재한다. 제주는 K리그1 수준의 스쿼드를 보유하고 있다. 부천은 넉넉치 못한 살림을 꾸리는 시민구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과는 실망스럽다. 축구는 단순히 돈으로 설명하지 못하는 그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다. 부천은 그 무언가를 충분히 가지고 있는 팀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3전 전패 무득점 7실점. 기다리고 기다렸던 제주를 맞아 부천이 첫 시즌에 거둔 성적이다. 손 꼽아 기다려왔던 순간이지만 지나고나니 이보다 더 허망할 수 없을 것이다. 만일 현재의 순위대로 올 시즌이 종료된다면 제주는 K리그1으로 승격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왔던 '연고이전 더비'는 다시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한다. 14년 만에 기회가 찾아왔지만 부천은 단 한 번도 살리지 못했다. 팬들의 염원과는 전혀 다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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