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현 군 어머니 인스타그램 캡쳐

[스포츠니어스|김도연 기자] 수원FC의 '새로운 활력소' 박배종이 한 꼬마 팬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했다.

올 시즌 K리그2 수원FC의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수원FC는 14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부천FC1995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19라운드 홈경기에서 다닐로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수원FC(승점 36점)는 선두 제주(승점 38점)와의 승점을 2점차로 좁히며 K리그1 승격 직행 싸움을 계속 이어가게 됐다.

이 같은 수원FC의 승격을 향한 선두권 다툼에 새 활력소가 된 선수가 있다. 바로 '넘버원' 골키퍼 박배종이다. 사실 박배종은 올해 8월 중순까지만 해도 줄곧 벤치만 지키는 선수였다. 올 시즌 팀에 새롭게 합류한 유현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현이 지난 8월 16일 제주와의 경기에서 오른쪽 무릎 내측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고 전력에서 이탈하자 박배종은 바로 다음 경기인 8월 23일 서울이랜드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섰다. 올 시즌 첫 출전이었다.

비록 주전 골키퍼의 빈 자리를 메꾸기 위해 나선 박배종이지만 그는 보란 듯이 자신의 존재감을 맘껏 뽐냈다. 이날 박배종은 여러 차례 슈퍼 세이브를 선보이며 팀의 무실점 승리를 지켜냈다. 모두가 지켜보는 앞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그는 이후에 펼쳐진 팀의 모든 경기에 선발로 출격해 골문을 지켰다.

이처럼 필요 이상의 선수로 자리매김한 박배종은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듯 최근 한 초등학생 팬에게 평생 잊지 못할 선물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바로 자신의 유니폼을 선물한 것.

9월 초,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초등학생 팬인 갈도현 군이 직접 쓴 일기를 확인했다. '너무 갖고 싶은 골키퍼 유니폼을 못샀다. 그땐 너무 슬펐지만 참아야지'라는 내용이었다. 도현 군의 어머니는 "도현이가 박배종 선수가 입은 유니폼에 꽂혀서 온종일 인터넷을 뒤져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면서 "하지만 유니폼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큰맘 먹고 주문했지만 단체제작만 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자신의 계정에 적었다.

이를 본 박배종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자녀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어린 팬이 쓴 일기를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것이다. 당시 상황에 대해 박배종은 "평소 인스타그램을 즐겨하지 않는 편이라 확인을 잘 안 하는데 오랜만에 들어가보니 알림이 떠 있었다"며 "태그 된 글을 쭉 읽어보니 나를 좋아하는 꼬마 팬이 골키퍼 유니폼을 사고 싶어도 구할 수가 없다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 도현 군 어머니 인스타그램 캡쳐

이에 박배종은 도현 군에게 꼭 좋은 추억을 선물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나도 올해 1월에 태어난 딸 아이가 있다"며 "자녀에게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을 잘 안다. 내가 유니폼을 선물하면 도현 군에게는 훗날 기억에 남을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후 그는 구단 관계자에게 유니폼을 선물하고 싶은 한 학생이 있다고 직접 연락했다. 연락을 받은 관계자는 해당 학생의 신체 사이즈를 알려달라고 답했다. 하지만 박배종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내가 경기에 나설 때 입었던 유니폼을 주는 게 더 의미가 클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올 시즌 딱 1번 입었던 유니폼에 사인을 담아 전달했다"고 했다.

구단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도현 군의 어머니는 박배종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도현 군을 놀라게 하기 위한 깜짝 서프라이즈를 준비했다. 그녀는 "도현이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다가 택배가 도착한 당일 직접 열어보라고 했다"며 "유니폼을 발견한 도현이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믿을 수 없다는 듯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리액션도 바로 나오지 않았다"고 미소지었다.

잊을 수 없는 선물을 받은 도현 군은 온 동네에 자랑하며 그 큰 유니폼을 태권도장에 입고 가는 등 행복함을 감추지 못했다. 도현 군의 어머니는 "도현이가 유니폼을 입고 종일 슈퍼세이브를 연습한다"며 "또 시합 때 입었던 옷 같다며 유니폼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기도 했다. 이 유니폼을 자기가 받으면 박배종 선수는 뭘 입고 뛰냐며 걱정하기도 했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박배종 선수가 도현이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줬기에 이런 큰 선물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력과 함께 따뜻함이 돋보인 박배종의 모습이었다.

ⓒ 도현 군 어머니 인스타그램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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