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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명재영 기자] 이제는 정말 절벽이다. 푸른 날개가 끝내 추락하고 말까.

수원삼성의 위기 수준이 경고를 넘어 심각 단계로 넘어간 모양새다.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21라운드에서 수원삼성이 포항스틸러스를 맞아 0-0 무승부를 거뒀다.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수원은 포항의 결정력 부족 덕에 겨우 승점 1점을 추가했다.

리그 4위를 상대로 나쁘지 않은 결과일 수도 있지만 문제는 경쟁 상대인 인천유나이티드의 경기 결과다. 인천이 같은 시간에 FC서울을 1-0으로 제압하면서 승점이 18점으로 똑같아졌다. 승점이 같을 시 득점 수에 따라 순위를 가르는 리그 규정에 따라 수원은 인천보다 3골이 많은 덕분에 리그 11위를 겨우 지켰다.

정규리그를 한 경기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인천은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지만 수원은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이제는 승점 차이도 없는 만큼 당장 다음 라운드에서 순위가 뒤집힐 수도 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도 수원의 전망은 밝지 않다. 박건하 감독이 소방수로 나서 지휘봉을 잡았지만 선수단의 붕괴 수준이 심각하다. 많은 축구인은 사령탑의 능력과 별개로 지금 수원의 상태로는 경쟁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승 경쟁만큼이나 강등권 싸움은 분위기가 절대적이다. 선수단의 자신감이 최악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만큼 제 기량을 펼치기 어렵기 때문에 활력을 되찾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천은 매 시즌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강등권 싸움에서만큼은 강자의 위치에 있다. 기적이라는 단어가 절로 나올 만큼 인천은 시즌 막판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고 올해도 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다.

반면 수원은 강등권 싸움에 익숙하지 않다. 2016년에도 강등 위기가 있었지만 조나탄이라는 초대형 공격수가 시즌 중반에 합류해 수원을 살려냈다. 당시 수원은 파이널 라운드(당시 스플릿 라운드)에서 무패를 기록하며 리그 7위로 마무리한 기억이 있다. 조나탄의 원맨쇼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올해는 다르다. 지금 수원에는 확실한 공격수가 없다. 지난해 리그에서 득점 1위를 기록했던 타가트는 5골을 기록하긴 했지만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다. 시즌 내내 경기 외적인 영향에 시달리면서 제 컨디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상주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복귀한 김건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새로 합류한 크르피치 또한 믿음을 주지 못하면서 선발 경쟁에서 다소 밀려났다.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파이널 B에서도 쉬운 상대는 없다. 오히려 지금 수원이 상대 팀의 입장에서 제일 맞붙고 싶은 상대일 것이다. 선수단의 자신감은 점점 바닥을 치고 상대는 수원의 이름만 들어도 기운이 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미 최하위와 승점이 같아져 버린 상태에서 강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점점 크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박건하 감독 또한 답답한 상황이다. 사령탑이라지만 최악의 상황 속에 시즌 막판에 합류해서 꺼낼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추가적인 선수 영입도 불가능하고 큰 폭의 전술 변화도 무리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남은 것은 구단의 상징적인 존재로서 선수단에 생동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날씨만큼이나 싸늘해져 가는 수원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박건하 감독은 수원을 절벽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이제 남은 기회는 6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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