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날씨, 무관중이어서 더 아쉬웠던 100번째 슈퍼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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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서울=김현회 기자] “K리그 경기장에는 붐과 가을이 없다”는 말이 있다. 한참 추웠다가 이제 좀 축구를 볼 만한 날씨가 되면 곧바로 무더위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다시 선선한 날을 잠깐 지나 한 겨울 같은 날씨가 찾아온다. 탁 트인 경기장에 앉아 있으면 뜨거운 태양과 습도가 나를 감싸거나 칼바람이 나를 공격한다. 축구를 보기에 딱 좋은 날씨는 한 시즌 동안 얼마 되지 않는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FC서울과 수원삼성의 슈퍼매치가 열렸다. 두 팀 모두 올 시즌 성적이 좋지 않아 긴장감은 다른 슈퍼매치보다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라운드 경기가 끝난 뒤 기성용은 “오히려 둘 다 상황이 좋지 않아 다른 의미에서 더 치열한 경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기는 두 팀의 순위와는 무관하게 역시나 흥미로운 맞대결이었다. 하지만 이 경기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너무나도 아쉬운 경기였다. K리그에서 한 시즌 동안 몇 번 경험할 수 없는 최고의 날씨에서 펼쳐진 경기였다. 오후 5시 반에 시작된 이 경기는 낮 경기 특유의 청량함을 줬고 후반에는 해가 지며 야간 경기 특유의 낭만까지 선사했다. 경기가 시작될 때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기온은 22℃였고 습도도 55%로 축구를 보기에 대단히 쾌적한 날씨였다. 미세먼지 지수와 초미세먼지, 오존지수 역시 모두 ‘좋음’이었다. 소풍 삼아 경기장에서 즐기기엔 최고의 환경이었다.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의 날씨는 청량함 그 자체였다. ⓒ네이버 화면 캡처

경기장에서 만난 홍인택 기자는 “그날의 미세먼지 지수는 우리집에서 북한산이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로 판별할 수 있다”면서 “오늘 우리집에서 북한산이 보였다”고 했다. 경기장에 오는 길에는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경기장 인근의 월드컵 공원에서 이 좋은 날씨를 즐기기 위한 인파로 가득했다. 경기장 주변은 오후가 되자 차와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여느 때 같으면 슈퍼매치를 위해 경기장에 올 인파였지만 이날 경기장은 텅 비었다. 이 인파는 모두 월드컵 공원으로 향하는 듯했다.

최고의 날씨에 펼쳐진 K리그 최고의 라이벌전은 그렇게 너무나도 아쉬운 무관중 경기로 치러졌다. 아무리 두 팀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두 팀 모두 라이벌 의식이 넘치고 더 밑으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간절함이 있다. 박건하 감독의 데뷔전이었고 기성용이 11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해 치르는 첫 슈퍼매치였다. 아마도 코로나19 여파가 아니었더라면 수만 명이 운집했을 최고의 가을에 펼쳐지는 슈퍼매치였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에 울컥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이 경기는 역대 통산 100번째 슈퍼매치였다. 이야기가 차고 넘칠 경기다. 전반 6분 수원삼성은 조성진이 실수로 자책골을 내줬고 전반 19분에는 서울 정한민이 페널티킥을 허용했다. 아마도 관중이 가득 들어찼더라면 귀를 찢는 듯한 환호와 탄식이 뒤덮었을 경기였다. 무관중 경기에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지만 이번 텅 빈 슈퍼매치는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언젠간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이 100번째 슈퍼매치도 웃으며 이야기할 날이 왔으면 한다. 마스크를 쓰고 입을 꾹 닫은 채 관중 없는 기자석에서 쓸쓸히 지켜보기에는 너무나도 환상적인 날씨에서 펼쳐지는 라이벌전이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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