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K리그 복귀전 치른 기성용 ‘기자회견 거부’ 왜?


ⓒ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 | 울산=김현회 기자] 울산현대와 FC서울의 경기가 끝난 뒤 수훈선수 기자회견이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다.

30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0 울산현대와 FC서울의 경기는 울산현대의 3-0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이 승리로 울산은 9경기 연속 무패(8승 1무)를 이어가게 됐고 서울은 네 경기 연속 무패(3승 1무) 행진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경기가 끝난 뒤 서울 선수단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던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날 취재진들에게 최고의 이슈는 역시나 기성용이었다. 2009년 FC서울을 떠나 스코틀랜드 셀틱으로 이적한 뒤 무려 11년 만에 K리그 복귀전을 치르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상대팀에는 그의 오랜 동료였던 이청용이 있었다. 경기 전부터 이날 승부는 ‘쌍용더비’라는 이름으로 기대를 모았다. 경기 종료 후 취재진은 당연히 기성용이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준비하고 있었다.

규정상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은 양 팀 감독과 해당 경기의 수훈 선수가 참가한다. 그런데 FC서울 김호영 감독대행의 기자회견이 마무리된 뒤 울산 김도훈 감독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 FC서울 홍보팀 직원이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는 기성용의 기자회견을 진행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날 기성용의 이야기를 한 마디라도 듣기 위해 울산까지 달려온 취재진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팀이 0-3으로 크게 졌는데 이런 경기에서 수훈선수로 진 팀 선수가 기자회견을 하는 건 어렵다”면서 “기성용 선수에 대한 관심은 이해하지만 상황에 대해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취재진 중에서는 “그럼 잠깐이라도 좋으니 ‘쌍용’이 같이 기자회견장에 앉은 모습만 좀 연출해 달라”거나 “기성용의 코멘트라도 따로 부탁한다”는 말이 나왔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다소 언성이 높아졌다.

취재진 중에서 일부는 “복귀전을 치른 기성용의 소감을 축구팬들이 궁금해 한다”거나 “승패보다는 복귀 자체에 관심이 많다”고 했지만 서울 구단 측에서는 “0-3으로 진 선수에게 소감이 어땠냐고 묻는 건 아닌 것 같다. 선수단과 이미 이야기된 내용이다”라고 받아쳤다.

취재진으로서도 힘이 빠지는 일인 건 분명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믹스드존이 운영되지 않아 취재진과 선수가 만날 수 있는 건 기자회견장에서가 유일하다. 만약 믹스드존이 운영됐다면 이 인터뷰를 거부하는 선수에게는 제재금까지 가해진다. 그런데 믹스드존이 운영되지 않은 상황에서 취재진이 하나같이 기자회견장에서 기다렸던 선수가 이를 거부하니 당황스러운 일임에는 분명했다. 취재진 중 한 명은 “믹스드존이 있었으면 우리가 인터뷰를 하러 가서 요청하면 될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서울 구단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어디까지나 기자회견장에서의 인터뷰는 ‘수훈선수’에 해당하는 일이다. 경기에서 0-3으로 패한 팀이, 그것도 원정경기에서 ‘수훈선수’로 선정돼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도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한 취재진은 “그래도 기성용 선수가 의미 있는 복귀전을 치른 만큼 취재진의 입장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난감한 표정의 서울 구단 관계자는 “다시 한 번 선수단에게 확인해 본 뒤 말씀드리겠다”고 하고 기자회견장을 빠져 나갔다. 이후 김도훈 감독과 ‘수훈선수’ 이청용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 경기를 앞두고 울산 구단 측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까봐 적지 않은 걱정을 했었다. 경기 전 만난 울산 구단 관계자는 “오늘 아마도 기자들이 경기 후 ‘쌍용’의 기자회견을 요구할 텐데 좀 난감한 상황이 펼쳐지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다”면서 “승패가 갈리면 ‘쌍용’ 중 패배한 팀 선수는 기자회견장에 부르기가 애매해진다. 혹시라도 두 선수를 나란히 앉혀서 인터뷰를 진행하자는 요청이 들어올 경우에도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그래도 서로 다른 팀 선수인데 나란히 앉혀서 인터뷰를 하는 게 좀 예의에 맞지 않는 일 같다. ‘쌍용’ 모두의 기자회견을 한꺼번에, 혹은 따로따로라도 다 진행하는 게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기자회견이 마무리 된 뒤 서울 구단 관계자는 기성용의 코멘트를 스마트폰으로 받아 적어 와 기자회견장에서 낭독(?)했다. 그는 “그래도 비기거나 한두 골차로 졌으면 기자회견을 추진해 보려고 했지만 워낙 크게 지는 바람에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서울 구단 관계자가 전하는 기성용의 이야기를 취재진이 받아적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그는 “경기를 오랜 만에 뛰었다. 경기를 뛰었다는 자체에 만족하고 개인적으로는 행복했다. 팀이 크게 져서 아쉽지만 청용이랑 같이 뛸 수 있었고 서울 복귀전을 오랜 만에 뛰는 걸로 행복했다. 울산이라는 팀이 리그에서 강팀이었지만 우리 경기력도 나쁘지는 않았다. 울산이 경험도 많고 노련해서 경기를 내줬다. 개인적으로는 즐거운 경기였다. 1년이라는 긴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뛰면서 경기력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다”라는 기성용의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사상 초유의 기자회견 거부 소동은 이렇게 마무리 됐다.

footballavenue@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vPCYL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