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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포항스틸러스 김기동 감독이 U-18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아들 김준호를 언급하며 감격스러워했다.

27일 포항스틸야드에선 '미니 동해안 더비'가 열렸다. 바로 포항스틸러스 유소년 팀인 포항제철고와 울산현대 유소년 팀인 울산현대고가 2020 K리그 18세 이하(U-18) 챔피언십 결승전에서 격돌한 것. 많은 이들의 관심이 모아졌던 '미니 동해안 더비'의 승자는 포항제철고였다. 포항제철고는 골 폭풍을 몰아치며 울산현대고를 3-1로 제압했다.

이날 경기 전후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선수는 포항제철고 김준호였다. 그 이유는 바로 김준호가 현 포항의 전설이자 포항 사령탑인 김기동 감독의 친아들이기 때문. 김준호는 선수 시절 아버지가 누볐던 스틸야드에서 포항의 숙적 울산 유소년 팀을 상대로 호쾌한 골을 꽂아넣으며 '미니 동해안 더비'의 주인공이 됐다.

27일 연락이 닿은 김기동 감독은 아들 이야기를 꺼내자 함박웃음을 지었다. "사실 어제 일부러 운동장을 가지 않았다"라며 운을 뗀 김기동 감독은 "집에서 아내, 딸과 함께 TV로 경기를 지켜봤는데 엄청나게 감격스러웠다. 요즘 우리 집안 뿐만이 아니라 축구인 자녀들이 축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가 레전드로 활약한 팀에서 초중고 유스팀을 거치고 거기에 더해 아빠가 뛰던 운동장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득점까지 올린 아들이 있을까"라며 감격에 찬 모습을 보였다.

이어 김기동 감독은 "아들이 이렇게 축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감격스럽고도 고맙더라. 축구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어제 정말 너무 감격스러웠다"라면서 "어제 경기가 끝나고 아들한테 전화가 왔다. 그래서 아들한테 '고생했다. 사실 아빠가 경기장에 갔어야 하는데 걱정이 돼서 가지 못했다. 미안하다'라고 말을 했다"고 덧붙였다.

김기동 감독은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는 스틸야드에서, 그것도 울산 유소년 팀을 상대로 아들이 득점을 하고 우승컵까지 들어올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격한 모습이었다. 김 감독은 "'아빠가 뛰던 그라운드에서 네가 뛰는 걸 봐서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우승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한편으로는 '아들이 동해안 더비에서 이겼으니 다음엔 우리가 이겨야 하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경기 전날 아들과 나눴던 대화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그동안 아들이 경기를 할 때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라고 전한 김 감독은 "중요한 경기 때 한 번씩 가면 꼭 아들이 평소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더라. 그래서 신경이 쓰여 경기장에 잘 가지 않았다. 경기 전날에 아들이 전화를 걸어 '아빠 내일 운동장에 와'라고 말하길래 '안 갈래'라고 답했다"며 웃었다.

이어 김 감독은 "아들이 '괜찮으니깐 오라'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가면 너가 자꾸 못하길래 안 간다'라고 했다. 그 소리를 듣더니 아들이 웃더라. 중요한 경기인데 내가 가면 신경이 쓰여 아들이 평소보다 못할까봐 걱정이 됐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렇듯 고민 끝 김 감독은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 그리고 김준호 군은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아버지의 기대에 부응했다. 김기동 감독과 그의 가족들에게 이날 하루가 특별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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