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K리그 최강팀 전북현대는 '신인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국내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한 탓에 신인 선수들이 좀처럼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15년 혜성처럼 나타난 장윤호의 등장은 놀라웠다. 전북현대 유소년팀 영생고등학교 주장 출신인 장윤호는 졸업과 동시에 전북현대와 도장을 찍었다. 이후 치열한 주전 경쟁을 이겨내고 2015시즌 리그 10경기에 출전해 2골을 기록해 전북의 미래로 떠올랐다.

이듬해와 2017년에도 그의 활약은 계속됐다. 2016시즌 전북 유니폼을 입고 리그 11경기에 나서 1골 2도움을 올린 장윤호는 2017시즌엔 리그 17경기에 출전해 1골 3도움을 기록했다. 그 기세를 몰아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선 대표팀의 금메달 획득에 기여하며 주가를 높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엔 전북에서 전반기에 리그 두 경기에 나서는데 그쳤고 후반기 인천으로 임대를 떠나 14경기에 나섰다.

나름 성공적이었던 인천에서의 반 시즌을 뒤로하고 장윤호는 전북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손준호, 쿠니모토, 이승기, 김보경 등 쟁쟁한 선수들에 밀려 올 시즌 한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고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임대 신분으로 서울이랜드 유니폼을 입었다. 오랜 기간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기에 그를 향한 의문 섞인 시선도 뒤따랐다. 하지만 그는 입단과 동시에 서울이랜드 중원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20일 <스포츠니어스>와 연락이 닿은 장윤호는 최근 컨디션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팀에 오고 나서 전경기에 출전하고 있다"며 입을 연 장윤호는 "지금 몸 상태는 80~90% 정도다. 요즘 날씨가 왔다 갔다 하는데 빨리 적응을 해야 할 것 같다. 최근에 비가 많이 오지 않았나. 그런데 장마가 끝나니 정말 덥더라. 오늘도 운동할 때 너무 더웠다. 이런 부분도 경기에 영향을 미치니깐 빨리 적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무더워진 날씨에 더해 최근 한 가지 변화가 더 생겼다. 바로 코로나19가 다시 대유행의 징조를 띄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나 훈련할 때 말고는 집에만 있는다"는 장윤호는 "사람들을 만나질 않고 있다. 청평 클럽하우스에서 운동이 끝난 뒤 직접 운전을 해서 집에 오면 오후 여섯 시 반 정도가 된다. 그럼 저녁을 먹고 바로 잔다. 다음날에 일어나서 오전 11시 반까지 클럽하우스에 가야 하기 때문이다"고 최근 근황을 전했다.

서울이랜드는 잠실종합운동장을 홈경기장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훈련장은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켄싱턴리조트에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장윤호는 가평과 인접한 경기도 하남시에 거처를 구했다. "집에서 훈련장까지 50분이 걸린다"는 장윤호는 "나뿐만 아니라 감독님과 외국인 선수들도 하남에 살고 있다. 집을 구하기 전에 얘기를 들어보니 서울에서 청평까지는 길이 많이 막힌다고 하더라. 그런데 하남은 청평과 가깝고 또 깨끗했다. '외국인 선수들도 하남에 산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나도 이곳으로 거처를 정했다"고 전했다.

하남에 거주 중인 서울이랜드의 수장 정정용 감독은 평소 '이웃 사촌' 레안드로, 아르시치, 수쿠타-파수 등 외국인 선수들과 이들의 가족들까지 불러 함께 자주 식사 자리를 가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먼 타지 생활에 힘들어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들을 위한 정정용 감독의 배려다. 그렇다면 정정용 감독은 '이웃 주민' 장윤호와도 평소 식사를 함께할까. 이에 대해 장윤호는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밖에서 만나기가 조심스럽다. 또 감독님도 워낙 바쁘시다. 경기가 끝나면 코치 선생님들과 함께 분석을 하신다. 그래서 평소에도 퇴근을 늦게 하신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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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또 다른 이웃인 외국인 선수들과는 나름의 교류를 하고 있는 장윤호였다. "외국인 선수와 나까지 포함해 네 명이 하남에 사는데 청평까지 차 네 대를 이용해서 가면 불필요한 면이 있다. 그래서 가끔씩 외국인 선수들에게 연락해 번갈아가며 운전을 한다. 특히 아르시치와 레안드로가 운전을 잘한다. 청평까지 네비게이션을 안 보고 다닐 정도다. 운전 실력 자체도 좋다. 그 친구들이 운전을 하면 다음 날엔 내가 운전을 한다."

전북에서 숙소 생활을 했던 장윤호는 이제 매일 왕복 두 시간씩 운전대를 잡는 '출퇴근족'이 되어 있었다. "청평에 놀러가는 사람들이 많아 특히 주말에 고속도로가 많이 막힌다"는 장윤호는 "평상시에는 훈련장까지 50분 정도가 걸리지만 길이 막히면 한 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또 전북이랑 다른 점이 홈경기가 끝나면 청평으로 버스를 타고 넘어와 다시 하남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다. 그럴 때면 아까 말했듯 외국인 선수들과 같이 차를 타고 퇴근을 하거나 택시를 타고 간다. 이런 점이 전북이랑 다르긴 하지만 선수 생활을 하며 언제까지 숙소 생활만 할 수는 없는 거니까 좋다. 작년에 인천에서 뛸 때도 밖에 나가 살았다. 한 번 해봐서 그런지 이번에도 적응을 수월하게 했다"고 답했다.

K리그 최강팀 전북에서 적지 않은 경기를 뛴 바 있는 장윤호다. 2018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혜택까지 받았다. 비록 올 시즌 전북에서 한 차례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지만 여름 이적시장 동안 그를 향한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장윤호의 선택은 K리그2 서울이랜드였다. 이에 대해 장윤호는 "전북에서 어떻게 해서든 살아남고 싶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고 경기 수가 적어졌다. 이제 마냥 어린 나이가 아니기도 하고 경기를 뛰어야 하니 많은 고민을 했었다"고 답했다.

이어 장윤호는 "사실 정정용 감독님과 나는 연이 없다. 감독님이 연령별 대표팀을 이끄실 때도 나는 나이가 맞지 않아 함께하지 못했다. 감독님을 처음 알게 된 건 작년 20세 이하 월드컵 때였다. 그때 TV를 보며 감독님에 대해 알게 됐다. 사실 선수들끼리는 소문이 빠른데 U-20 월드컵 이후 감독님이 선수에 대해 존중을 잘해주시는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번 여름에 에이전트로부터 '감독님이 너를 필요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워낙 '좋으신 분이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배우고 싶다는 마음도 들어 임대를 선택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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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팀에 계시는 박지현 트레이너 쌤과 연령별 대표팀 때 함께했다"라고 말을 이어간 장윤호는 "박지현 선생님이 전화를 주셔서 감독님의 생각을 말씀해 주셨다. 팀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말씀해 주셨고 어느 정도로 감독님이 나를 원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전달해 주셨다. 그러다 보니 선수 입장에서 마음이 가더라. 날 믿어주시고 원하는 감독님이 계시다는 생각에 감사했다. 또 보답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실제로 와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함께해보니 되게 좋으신 분이더라"라고 답했다.

이렇듯 정정용 감독의 끈질긴 구애 끝에 서울이랜드로 오게 된 장윤호다. 하지만 어쨌든 새 팀에서의 도전은 낯설 수 있는 법이다. 그럼에도 장윤호는 친분이 있던 많은 선수들 덕분에 팀에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다. "팀에 오기 전에 (이)상민이랑 연락을 했다. 상민이가 어리지만 월반을 해서 아시안게임에 가기 직전까지 대표팀에서 뛰었다. (이)시영이는 아시안게임 때 같이 뛰었고 (서)재민이와는 작년에 인천에서 같이 있었다. (문)상윤이 형과는 전북에서 함께 있었고 (최)재훈이 형이랑도 연령별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여기 오니 어린 선수들이 많더라. 전북에선 내가 어린 축에 속했는데 이곳에 오니 선배였다."

장윤호의 말대로 전북엔 이동국, 이용, 최철순, 김보경, 한교원 등 베테랑 선수들이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 반면 서울이랜드에는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이 많다. "젊은 선수들이 많으니 훈련장에서 하고자 하는 의욕이 더 많이 보인다"라는 장윤호는 "선수들이 배우려고 하는 의지가 크다. 감독님이나 선생님들과도 대화를 잘 나눈다. 프로는 결과를 가져와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와보니 '나 또한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게 많겠구나'라는 점을 느꼈다"고 답했다.

장윤호가 서울이랜드에서 배워가고 있는 점은 또 하나 있었다. 바로 정정용 감독의 '데이터 축구'다. "감독님께서 전술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방향이 뚜렷하시다. 팀에 분석관 형이 두 명 계신데 지켜보니까 경기 끝나자마자 영상 하나하나를 편집하고 계시더라. 감독님과 코치님들도 경기 후에 바로 분석을 하신다. 공격에서 잘 된 장면과 안된 장면, 수비에서 잘 된 장면과 안된 장면, 그리고 세트피스에서의 세세한 부분까지 분석을 하신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 빼고 매일 미팅을 한다. 선수들이 영상을 봐도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짚어주신다. 경기 끝나고도 선수들한테 개인적으로 영상을 보내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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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신기한 게 훈련할 때도 벽걸이 TV를 훈련장에 갖다 놓는다"라고 귀띔한 장윤호는 "훈련을 잠시 중단하고 물을 마실 때면 선생님들이 위쪽에서 촬영하신 영상들을 TV로 틀어놓고 실시간으로 '이 부분은 잘 되지 않았다. 여기에 더 집중을 해보자'고 하신다. 그렇게 하고 다시 훈련에 나간다. 경기 때도 마찬가지다. 라커룸에 TV가 있는데 하프타임 때 영상을 TV에 연결해 전반전에 잘 되지 않았던 점을 체크하고 후반전에 나선다. 감독님께서 분석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신다. 코치 선생님들도 엄청 열정적이시다"고 전했다.

철저한 분석의 힘일까. 올 시즌 서울이랜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선전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우리가 3-4-3 포메이션을 쓰는데 축구를 하며 스리백을 처음 해본다"고 전한 장윤호는 "스리백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 그동안 축구를 하면서 해보지 않았던 걸 여기서 많이 배우고 있다. 부담은 딱히 없다. 감독님이 날 믿어주시고 선수들도 워낙 열심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세 경기에서 2승 1무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감독님뿐 아니라 선수들끼리도 '이제 잘 맞아가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한다.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그렇다면 정정용 감독이 평소 장윤호에게 주문하는 구체적인 내용은 뭘까. 이에 대해 장윤호는 "사실 전북에선 내가 수비적인 부분에 많이 치우쳐 있는 선수였다. 공격진에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 뒤에서 희생하고 뛰어다니고 패스를 하는 역할이었다"라면서 "하지만 정정용 감독님은 내가 수비를 하는 것에 더해 공격포인트도 올리고 골도 기록하길 원하신다. '결정을 지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은 너가 경기를 뛰면서 많이 배우고 발전해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답했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전북 시절로 흘렀다. "2016시즌 전북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할 때 '원 볼란테'로 뛰었다. 사실 원래는 축구를 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본 적이 없었다. 중앙 미드필더나 공격형 미드필더를 봤지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그것도 혼자 선 적은 없었다. 그때 이호 형이 있었는데 부상을 당했고 파탈루라는 외국인 선수를 데려왔는데 좋지 않다 보니 감독님이 기회를 주셨다. 그때는 내가 어리다 보니까 할 수 있는 게 열심히 뛰고, 머리 박고, 태클하는 것밖에 없었다. 그래서 아마 '독사'라는 별명이 붙은 것 같다."

'독사'라는 별명은 전북 김상식 수석코치가 현역 시절 불렸던 별명이기도 하다. 이 이야기를 전하자 장윤호 역시 웃으며 "김상식 코치님이 항상 말하는 게 '넌 독사되려면 몇십 년 독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넌 아직 독사가 아니고 꿀벌이야'라고도 하셨다. 상식 쌤이 정말 많은 걸 가르쳐주셨다. 내가 처음 전북에 들어갔을 땐 상식 쌤이 막내 코치님이셨는데 패스면 패스, 위치 선정이면 위치 선정까지 세세하게 많은 걸 알려주셔서 진짜 많이 배웠다"고 답했다.

장윤호가 서울E 임대 이적을 선택하는 데도 많은 조언을 준 김상식 코치였다. "작년에 인천으로 임대를 갈 때도 상식 쌤이 같이 고민을 해주셨다"고 말을 이어간 장윤호는 "'그래도 임대를 가는 게 낫지 않겠냐'라고 조언을 해주셨고 또 '만약에 임대를 가지 않고 남으면 어떤 부분에서 더 좋을까'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해 주셨다. 결국엔 '임대를 가서 경기 감각을 쌓고 오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주셨는데 코치님의 조언이 있었기에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편한 부분이 있었다. 모라이스 감독님도 '열심히 하고 와라'라고 하셨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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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6개월의 임대 기간 동안 장윤호가 얻어가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장윤호는 "작년에 인천에 임대를 갔을 때는 잔류가 목표였다. 하지만 올해 목표는 승격이다"라면서 "지금 팀 분위기가 좋은데 여기에 승격을 하면 더더욱 좋아지지 않겠나 생각한다. 개인적인 목표는 다치지 않는 것이다. 작년에는 크게 다쳐서 4개월 정도를 쉬었는데 올해는 꾸준히 경기를 뛰고 싶다. 그렇게 해서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하고 다시 전북에 돌아갔을 때 경쟁력 있는 선수, 경기에 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장윤호는 "나는 우리 팀이 플레이오프에 갈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세 팀 정도 빼고 K리그2 팀들과 다 경기를 해본 것 같은데 다들 비슷비슷하더라. 결국엔 누가 더 많이 뛰고 간절한가 이 차이인 것 같다. 또 지금 다들 승점 차이도 한두 경기 차이다. 한 경기에서 잘못되면 순위가 왔다 갔다 할 정도다. 최근에 팀 기틀이 잡혀간다고 다들 느끼고 있어서 플레이오프에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시즌 끝까지 서울E 유니폼을 입고 분주히 그라운드를 누비겠다고 다짐한 장윤호다. 하지만 올해 그가 완수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있다. 바로 기초군사훈련이다. 지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장윤호는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 이미 올 여름 손흥민과 황의조 등이 기초군사훈련 과정을 수료한 바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훈련소에 갈 생각이다"는 장윤호는 "아시안게임 멤버들 중에 (김)민재랑 (황)희찬이 정도 빼고는 다들 갔다 온 것 같더라. 올해 겨울 쯤에 입소할 계획을 잡고 있다. 아무래도 연말이 바쁠 것 같다"라고 웃으며 짧은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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