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고 글 쓰고 토론하는 강원FC 서민우 이야기


ⓒ 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뜬금없이 한 축구선수의 SNS가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딱히 충격적인 내용은 없었다. 이 선수는 자신의 SNS에 담담하게 무언가 긴 이야기를 적었다. 평소 같으면 ‘세 줄 요약좀’을 외쳤을 법 하지만 묘하게도 계속해서 글을 읽게 만든다. 축구 전술사를 인류 문명에 비유하며 시작한 이 글은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에 대해 쓴 글이었다. 이견은 있을 수 있지만 그가 글을 상당히 잘 쓴다는 것은 대부분이 동의했다.

하지만 이 선수는 펩에 대해서만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쓴 것이 아니었다. 과거 그는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SNS에 글을 올렸다. 축구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그가 글 속에 녹여내는 내용은 꽤 많은 분야를 넘나들었다. 이 선수는 바로 올 시즌 강원FC에 입단한 서민우다. 비록 그의 글은 FA컵 강릉시청과의 ‘강릉 더비’에서 넣었던 골만큼 짜릿한 맛은 없지만 담백하면서도 그의 생각과 지식이 잘 녹아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스포츠니어스>는 서민우와의 전화 통화에서 SNS 글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다. 그러자 그는 펩 감독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펩 과르디올라의 엄청난 팬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판을 많이 받았다.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맨시티가 FFP 룰 무죄 판결을 받았을 때 많은 이야기가 오갔고 최근에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올림피크 리옹에 패배했을 때도 펩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다.”

“인터넷에 올라온 기사나 댓글 등을 보니 펩을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하는 여론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안타까움을 느꼈다. 강원의 축구선수가 아닌 한 명의 축구팬 입장, 그리고 펩 과르디올라의 팬 입장에서 내가 생각하는 축구의 가치들을 정리해 적었다. 그 이후 팬들께서 댓글을 달아줬고 지인들도 ‘커뮤니티에 네 이야기가 올라왔다’라고 보여주더라.”

그렇다고 서민우가 대중 또는 팬들에게 무언가를 어필하기 위해 글을 쓴 것은 아니었다. 그는 “그냥 내 생각을 어딘가에 표출하고 싶었고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고 싶었을 뿐이다”라면서 “SNS에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글을 올리고 지운 적도 많다. 축구 뿐 아니라 다른 주제의 글도 그렇다. 이번에도 하던 대로 글을 올렸다. 그런데 많은 연락이 오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체육학이 재미 없었던 ‘축구선수’ 서민우
많은 사람들은 서민우의 필력에 새삼 감탄하지만 사실 그는 ‘독서하는 축구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경영학도도 읽다보면 어느새 잠든다는 ‘맨큐의 경제학’도 꾸준히 읽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책은 중학생 때부터 읽기 시작했지만 독서가 습관이 된 것은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였다”라면서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좋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깜짝 고백을 했다. “당시 체육학과에 입학했지만 관심이 없는 분야였다”라는 것이다. 이유를 묻자 서민우는 “나는 축구선수지만 사람 몸에 대한 관심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학과 수업에서는 인체해부학 등 관련된 내용이 많았다”라면서 “사실 전공 수업이 조금 지루했다. 그래서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눈길을 돌렸다. 대학교에서는 교양 수업도 있으니 나의 갈증을 어느 정도 충족할 수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정말로 서민우가 관심을 갖는 분야는 축구와는 동 떨어진 것들이었다. 그는 “신입생 때는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라면서 “이후에는 예술과 문화, 특히 음악 쪽에 관심이 많았다. 넓고 얇게 ‘잡학다식’ 느낌으로 여러가지를 아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깊게 파고드는 것은 좀 힘들다. 그래서 과거 ‘알쓸신잡’도 많이 챙겨봤다”라고 밝혔다.

ⓒ 강원FC 제공

서민우 본인은 “깊게 파고드는 것은 힘들다”라고 했지만 그의 지식 탐구에 대한 열망은 꽤 크다. 교양 수업을 듣고 해당 분야의 전공 서적들과 이와 관련된 유명한 저서들도 열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시간이 많았다”라면서 “자유 시간에 게임을 하거나 다른 오락거리를 즐기지 않는 편이다. 할 게 없어서 내게 주어진 시간에는 주로 책을 많이 읽었다”라고 소개했다.

맨큐의 경제학도 경제에 대한 관심이 시작되며 자연스럽게 탐독하기 시작한 셈이다. 농담 삼아 “베개로 쓰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을 던지자 서민우는 호탕하게 웃으며 “공부하려고 산 책이다. 나름 이것이 전공 서적이다. 경제학도들이 이 책으로 공부한다. 나도 매일 적어도 한 시간씩 공부하고 있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읽는 것 같다. 독학 중인데 관심 있는 분야라 어렵기는 하지만 재미있다”라면서 “학창시절에는 45분 수업이 너무 길고 지루했는데 관심 분야를 공부하니까 이제는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토로했다.

서민우는 그렇게 얻은 지식을 글로 풀어내고 있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글도 습관처럼 썼다”라면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자기를 표현하는 과정에서는 글 또는 말이 있어야 한다. 나는 글을 더 좋아한다. 말은 순간적으로 내뱉다보면 실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글은 한 번 쓰고 수정과 수정을 거쳐 완벽하게 내 생각을 온전하게 드러낼 수 있다. 항상 어떠한 문제가 있으면 생각을 해보고 나름의 방식대로 글을 써보는 것을 좋아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쯤 되면 축구선수가 아닌 작가와 인터뷰하는 기분이다.

실제로 서민우는 굉장히 신중했다. 한 가지 질문을 던지면 조금씩 말하며 자신의 문장을 완성했다. 때로는 신중하게 고민하느라 도중에 말이 끊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고민해서 뱉는 단어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때로는 철학적이었다. 그에게 “굉장히 철학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라고 말하니 폭소를 터뜨린다. 분명 이럴 때는 1998년생인 젊은 선수인데 이야기를 나눠보면 연륜이 느껴진다.

신중하지만 할 말은 꼭 해야하는 당돌한 신인
하지만 서민우가 과묵한 스타일은 결코 아니다. 최근 강원은 구단 안팎으로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이 때 서민우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오히려 SNS 상에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사이다’라고 생각했을 팬도 있겠지만 이러한 모습에 불편함을 느꼈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서민우는 한참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우선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누군가는 했어야 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그런 직설적인 부분은 그저 내 성격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내가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표현의 자유다. 대상이 누구든지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은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내 생각을 말했던 것이다. 물론 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다.”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분도 있겠지만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신경을 쏟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프로 선수이기에 평가받는 위치에 서 있다. 물론 평가를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평가들은 찰나의 순간을 보고 내리는 단편적인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어찌보면 내가 주변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그렇게 말하는 것 같다.”

“좀 더 길게 말해보자면 철학적인 이야기로 빠질 것 같다. 그저 본질은 그런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어서 했던 말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아야 할 역할도 해야한다.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글쓰기다. 그래서 여러가지 구단에 대한 상황을 직설적으로 SNS 상에 글로 표현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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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축구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다른 분야에 눈을 돌린다는 것이 걱정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민우는 웃으면서 “나는 모든 훈련에 개인 훈련 등 축구에 대해서는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최대한 투자하고 있다”라면서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일하는 시간이 있다면 쉬는 시간도 있다. 나는 그 쉬는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많은 사람들이 깊은 생각에 빠질 만한 화두를 던졌다. 서민우는 “솔직히 이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라면서 철학적인 질문을 던졌다. “K리그 선수지만 나는 축구선수이기 전에 사회인이라는 생각도 한다. 축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맞지만 축구가 삶의 전부는 아니지 않을까?”

선수가 화두 던지고 팬들과 토론하는 신선한 문화충격
어쨌든 다양한 담론을 다루는 서민우의 글은 앞으로도 종종 볼 수 있을 전망이다. 그는 “사실 SNS를 많이 하는 편은 아니다”라면서 “앞으로도 다양한 글을 쓰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 좋아하는 팬들도 계시지만 좋지 않게 보시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주변 친구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의 댓글을 보여줬다. 펩에 관한 내 글에 대해 비판적인 댓글도 있었다. 사람은 다양하니까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사실 비판적인 댓글에 대한 토론 성격의 글도 쓰고 싶었다. 왜 펩이 대단한지 더 쓰고 싶었다. 그런데 ‘관종’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라면서 “사실 SNS 상에 글을 쓰는 것은 좀 줄이려고 노력한다. 축구로 평가 받아야 하는데 그 외적인 부분으로 평가 받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가 꼭 말하고 싶은 것들, 그리고 알려주고 싶은 것들이 있다면 글을 쓰고 올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대가 변하면서 최근에는 공부하는 축구선수도 많이 등장했고 실제로 노력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서민우와 같이 순수하게 학문적인 열망이 가득한 선수는 쉽게 만나보기 어렵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래서 많은 팬들이 아직 프로 입성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어린 선수를 흥미롭게 쳐다보고 응원을 보내는 것 같다.

기나긴 전화 인터뷰가 끝나고 약 한 시간 뒤, “토론 성격의 글을 쓸지 고민 중이다”라는 서민우는 결국 자신의 SNS 게시글에 댓글로 펩에 대한 의견을 더 추가해 적었다. 여러가지 근거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더욱 보강하는 글이다. 아마 또다시 팬들은 이 댓글을 보고 펩에 대한 토론을 시작할 것이다. 축구선수가 앞장서 화두를 던지고 팬들과 함께 토론하는 문화, 낯설지만 꽤 좋은 것 같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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