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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K리그 서울-경기 지역 경기가 무관중으로 전환되면서 수원FC가 허탈하고도 걱정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16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는 수원FC와 제주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경기가 열렸다. 올 시즌 K리그2에서 8승 1무 5패 승점 25점으로 선두를 내달리고 있는 수원FC와 이를 승점 1점차로 추격 중인 리그3위 제주유나이티드의 물러설 수 없는 승부였다. 하지만 이 경기는 관중을 받지 않은 채 치러졌다.

지난 5월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 경기로 개막한 K리그는 이달 초 제한적으로 관중 입장을 허용하면서 관중을 맞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과 2주 만에 서울-경기 지역 K리그 경기를 무관중으로 진행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말았다. 최근 코로나19가 서울과 경기를 중심으로 다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수원종합운동장에는 중계진과 관계자 등을 제외하고는 입장할 수 없었다.

수원FC로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지난 1일 안산그리너스와의 홈 경기에서 올 시즌 12경기 만에 처음으로 관중을 맞이했던 수원FC는 이날 제주유나이티드전을 위해 많은 준비를 했다. 비록 제한적 관중 입장 허용이었지만 경기장을 찾는 이들의 방역과 편한 관전을 위해 노력했다. 올 시즌 K리그2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수원FC의 중요한 승부를 직접 보기 위해 안산전을 찾은 관중보다 제주전을 찾을 관중이 더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제주전을 이틀 앞둔 지난 14일에는 관중 입장 게이트에 자동으로 입장객들의 소독을 실시하는 시설을 완비했다. 지난 1일 안산전에서 하나뿐이었던 입장 게이트를 두 개로 늘렸고 이 두 군데 게이트에 소독 시설을 준비했다. 관중이 발열 체크를 하고 소독하는 과정을 빠르게 해 입장 시간을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어제(15일) 오후 2시를 기해 서울-경기 지역 K리그의 무관중 경기가 확정되자 이 시설을 철거했다.

이뿐 아니다. 어제(15일) 오전에는 경기장 전체의 의자를 일일이 닦고 경기장 구석구석을 모두 소독했다. 그리고는 관중의 거리두기를 위해 앉을 수 있는 좌석과 그렇지 않은 좌석을 따로 구분해 의자마다 테이프를 붙여 표시하는 작업을 했다. 수원FC 구단 관계자는 “관중을 받기 위해 경기장 전체를 소독하고 일일이 손으로 의자를 청소했다”면서 “하지만 이 작업 이후 어제 낮에 무관중 경기를 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허탈해 했다.

그러면서 수원FC는 관중 입장 안내를 맡기로 했던 30여 명의 아르바이트생에게 이날 아르바이트가 취소 됐다는 통보를 했다. 또한 지난 1일 경기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치어리더들에게도 마찬가지 사실을 전했다. 수원FC는 관중이 함성을 지르며 응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어리더 고용으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경기장에 필요한 인력이 확 줄었다”면서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들에게 통보하면서 미안해 죽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수원FC는 올 시즌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지난 5월 9일 대전하나시티즌과 안방에서 시즌 개막전을 치렀다. 이 경기가 올 시즌 첫 무관중 경기였다”면서 “지난 8월 1일에는 안산그리너스와의 홈 경기에서 제한적 관중 입장 이후 첫 경기를 했다. 그리고 다시 오늘(16일) 무관중 경기를 치렀다. 무관중과 유관중, 다시 무관중으로 연맹의 방침이 바뀔 때마다 그 첫 경기를 우리가 치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원FC의 걱정은 이뿐 아니다. 자칫하면 올 시즌 K리그가 전부 무효가 되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K리그1은 22경기, K리그2는 18경기 이상을 치러야 리그 순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전에 시즌이 중단되면 올 시즌 기록과 성적 자체가 무효화 된다. 상상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만약 사회적 거리두기가 3단계로 격상되면 리그가 중단될 수밖에 없고 올 시즌 자체가 더 이상 열리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수원FC는 올 시즌 K리그1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대전하나시티즌과 제주유나이티드, 전남드래곤즈, 경남FC 등 쟁쟁한 팀들을 제치고 1위에 올라있다. 이 기세로 승격까지 질주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제주와의 경기는 올 시즌 15번째 경기였다. 앞으로 세 경기를 문제 없이 치러야 올 시즌 기록을 인정받을 수 있다. 혹시라도 이 전에 K리그가 취소되면 올 시즌 이들의 1위 질주도 ‘없었던 일’이 된다.

구단 관계자는 이 문제와 관련한 팀 분위기를 전했다. “구단에서는 승격 이야기를 서로 안 꺼낸다”면서 “설레발을 떠는 것처럼 느껴져 승격은 우리끼리는 금기어에 가깝다. 구단 내부에서도 시즌을 인정받기 위해 18경기를 채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서로 꺼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들 의식은 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제발 더 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든 이들이 간절하게 바라고 있겠지만 수원FC는 코로나19가 제발 사라지기를 누구보다도 더 절실하게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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