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를 깨고 순항 중인 올 시즌 K리그는 여러 방면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콘텐츠에 목말라 있던 K리그 팬들을 위해 여러 기발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신규 팬 유치를 위한 노력 역시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지만 프로축구연맹이 이번 시즌 축구 팬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K리그 공식 유튜브 채널의 성장이다. 지난 2012년 6월 개설된 K리그 공식 유튜브 채널은 올 시즌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1월 약 2만 6천명의 구독자를 보유했던 K리그 유튜브 계정은 올 1월 구독자를 약 4만 6천명으로 늘렸으며 이번 8월에는 구독자 9만명 선을 돌파했다. 약 6만 3천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국프로배구연맹(KOVO), 3만 3천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국프로농구연맹(KBL), 1만 2백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비교해봐도 앞서는 기록이다.

보다 긍정적인 점은 조회 수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올해 1월부터 6개월 간 K리그 유튜브 계정이 기록한 조회 수는 약 1,018만회에 달했다. 이는 계정이 설립된 2012년 이후의 조회수인 약 2305.5만회의 절반에 달하는 수치다. 올해 K리그 유튜브 계정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성장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고 계정을 새롭게 구독한 팬들이 단순히 구독에만 그치지 않고 영상을 소비했다는 점 또한 알 수 있다. 특히 콘텐츠에 대한 평가가 냉정하고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갖춘 만 18세에서 44세 인원들이 전체 시청자 중 74.8%를 차지했다는 점 역시 고무적인 일이다.

유튜브 채널 활성화를 위해 연맹이 기울인 노력들

유튜브 채널 활성화를 위해 프로축구연맹은 다양한 유튜브 콘텐츠를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우선 매 경기 종료 후 최소 10분에서 30분 이내에 해당 경기 하이라이트와 라운드별 골장면 영상인 'ALL GOALS'를 게재하며 팬들을 만족시켰다. 이 과정에서 프로축구연맹은 보다 빠른 업로드를 위해 AI 프로그램인 'AVGen'을 활용하기도 했다. 또한 연맹 기술위원회가 선정하고 분석한 주요 장면들을 골라 설명을 덧붙인 '전술후술'과 축구 전술 분석 크리에이터인 '새벽의 축구 전문가 페노'가 소개하는 전술 분석 영상 역시 게재하며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새벽의 축구 전문가가 분석한 '이청용의 K리그 복귀전 분석 영상'은 구독자 수를 뛰어넘는 11만 5,600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튜브 채널을 통해선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영상 역시 업로드됐다. 유상철, 안정환 등 K리그 레전드들의 과거 플레이 모습을 담은 '레전드ssul'과 1998년 울산, 2007년 포항, 2009년 전북 등 각 팀들의 좋았던 시절과 관련된 'N년전 오늘' 영상들이 게재됐다. 또한 2010년 FC서울과 제주유나이티드의 챔피언 결정전과 2008년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챔피언 결정전 등 K리그 역사에 남을 명승부의 경기 풀영상이 팬들에게 제공됐다. 이렇듯 코로나19 여파로 길어졌던 올해 비 시즌 기간 다양한 영상들이 업로드되며 K리그 팬들은 축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 K리그 공식 유튜브 계정 캡쳐

신규 팬들을 유치하기 위해 연맹이 벌인 노력

신규 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 또한 있었다. 연맹은 신규 팬 유치를 위해 K리그 경기장 안팎의 흥미로운 장면들을 모아 팬들에게 제공했다. 가장 대표적인 콘텐츠는 '케꿀잼' 콘텐츠였다. 매 라운드에서 나온 재밌는 장면들과 선수들의 실수 장면, 또는 화제의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K리그에 익숙지 않은 팬들에게 다가갔다. 특히 올 시즌 초반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인 성남 공격수 홍시후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무려 조회 수 약 100만회를 돌파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연맹은 홍시후 영상의 댓글창에 홍시우의 개인 SNS 계정과 성남FC 인스타그램 계정, 성남FC 유튜브 채널의 주소를 소개하며 영상을 본 팬들이 지속적으로 홍시후와 성남FC를 팔로우 할 수 있도록 도왔다.

K리그를 처음 접하는 팬들이 K리그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한 'K리그 TMI' 역시 호평을 받았다. 연맹은 'K리그 TMI' 영상에 과거 선수 시절 직접 페널티킥을 성공시키고 도움도 기록했던 골키퍼 이용발의 영상과 제주유나이티드 감독 시절 팬 서비스를 위해 자신의 머리를 제주의 팀 컬러인 주황색으로 염색했던 조성환 감독의 모습 등을 담았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이후 '접기'로 유명세를 떨친 문선민을 활용한 영상 또한 'K리그 TMI'에 담겼다. 신규 팬들이 K리그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과거 K리그 영상 중 유쾌한 영상들을 모아 한 번에 소개한 것이다.

매 라운드 화제가 됐던 경기 내외적 장면을 소개하는 'K리그 NOW' 콘텐츠 또한 많은 인기를 끌었다. 'K리그 NOW'가 담은 대표적인 영상은 '대구 고라니' 최영은의 경기 중 모습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경기장의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열정적인 목소리로 선수들을 독려하는 최영은의 모습이 영상으로 소개되며 대구FC와 최영은에 대한 신규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선수 한 명이 경기 중 보여주는 모습과 스타일을 영상으로 담아 팬들의 시선을 끈 대표적인 사례였다.

ⓒ K리그 공식 유튜브 계정 캡쳐

급성장한 K리그 유튜브 계정, 그 요인은?

최근 K리그 유튜브 계정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데는 다양한 요인을 꼽을 수 있다. 먼저 재미 위주의 영상, 전문적인 전술 분석 영상, 올드 팬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다는 점이 그 이유로 꼽힌다. 다양한 콘텐츠의 영상이 제공됨으로 인해 팬들이 자신들의 취향과 선호도에 따라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가령 새벽의 축구 전문가가 분석한 최용수 감독 사퇴 후 두 경기에서 FC서울이 선보였던 전술 분석 영상은 서울 팬들과 전력 분석에 관심이 있는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또한 여전히 2008년 12월 하얗게 눈이 내리던 그날을 기억하는 많은 수원 팬들은 2008 챔피언 결정전 하드털이 영상을 보며 추억에 잠겼다.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되며 팬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는 영상을 소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감각적인 편집으로 인해 팬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선에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었다는 것 역시 장점으로 꼽힌다. 간략하면서도 명확하게 영상 속 상황을 설명한 깔끔한 자막과 한눈에 들어오는 세련된 썸네일을 통해 팬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또한 너무 짧지도, 길지도 않은 영상 길이와 영상 곳곳에 매력 포인트를 삽입시키며 몰입도를 가중시켰다. 꾸준한 영상 업로드 역시 유튜브 채널 흥행에 중요한 요소인데 연맹은 최소 1일 1콘텐츠 업로드를 목표로 하며 콘텐츠의 일정한 양을 유지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꾸준한 업로드가 효과를 봤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유튜브 활성화를 위한 연맹의 구조적 노력

유튜브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콘텐츠 외부적인 부분에서도 있었다. 우선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K리그 영상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과 관리를 주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미디어센터를 구축했다. 미디어센터 건립으로 VOD 서비스 사업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완벽히 구축된 것이다. 미디어센터 건립은 그간 K리그의 문제점 중 하나로 꼽혔던 과거 영상 자료 관리의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었는데 연맹이 분실된 과거 영상을 찾고 이에 대한 소유권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미디어센터가 건립되며 K리그 공식 유튜브 계정 역시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AI 하이라이트 편집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것 역시 눈에 띈다. 효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AI 하이라이트 편집 프로그램이 도입됨으로 인해 팬들은 경기 종료 후 최소 30분 안으로 경기 하이라이트를 시청할 수 있게 됐다. AI가 모든 경기의 하이라이트를 자체적으로 3~4분 분량으로 제작함으로 인해 이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이 단축되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연맹은 2019년 SNS를 전담하는 뉴미디어 팀을 신설한데 이어 K리그 영상 콘텐츠를 직접 개발, 제작, 편집까지 소화할 수 있는 전문 PD까지 채용하며 인적 자원에 많은 투자를 했다.

ⓒ K리그 공식 유튜브 계정 캡쳐

"축구와 관련 없는 팬층 유입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연맹은 이 기세를 몰아 K리그 공식 유튜브 계정을 더욱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우선 현재 제공되고 있는 하이라이트, 골모음 등 기존 경기 영상을 활용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함은 물론  K리그 팬들의 수요를 파악하는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더불어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영상 크리에이터들과 협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e스포츠 등 기존 축구 콘텐츠와는 상이한 분야로 여겨졌던 장르의 콘텐츠를 제작해 축구와 관련이 없는 팬층의 유입을 지속적으로 시도한다는 각오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사실은 긍정적이다. 과거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던 연맹은 최근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K리그가 더욱 성장하기 위해선 SNS와 유튜브 등 뉴미디어 시장을 잡아야 한다는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올드 팬, 새로운 팬, 현재 K리그 팬들까지 세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한 연맹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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