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김도균 “승격? 모든 경기 토너먼트처럼 준비할 것”


김도균 감독이 스포츠니어스와 만났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올 시즌 K리그2에서 수원FC가 이런 성적을 낼 것이라고 기대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대전하나시티즌과 제주유나이티드, 전남드래곤즈 등 쟁쟁한 기업구단에 수준급 선수들로 구성된 경남FC 등이 우승과 승격 경쟁을 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들이 많았지만 K리그2 14경기를 치른 현재 1위는 수원FC다. 8승 1무 5패를 기록 중인 수원FC는 대전하나시티즌을 승점 1저마로 앞서며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K리그2가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수원FC가 1위로 다이렉트 승격을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제법 진지하게 나오고 있다.

올 시즌 팀에 새롭게 부임한 김도균 감독은 과연 어떤 마법을 부린 걸까. 흔히들 지옥으로 표현하는 K리그2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는 기분은 어떨까. 최근 2연패를 당했음에도 여전히 선두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도균 감독을 직접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어제(12일) 만났다. 그는 한 시간이 넘는 인터뷰 동안 솔직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선수에 대한 고민부터 팀 철학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는 할 말이 많았다. K리그2에서 가장 잘 나가는 팀의 감독인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한다.

수원FC 김도균 감독이 K리그2 1위 질주 비결과 앞으로의 순위 경쟁에 대해 솔직한 이야기를 공개했다. ⓒ스포츠니어스

반갑다.
나도 반갑다. 최근 두 경기에서 2연패를 당했다. 상대적으로 약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안산과 부천을 상대로 패했다.

잘 나가던 수원FC가 꼭 잡아야 하는 승점을 놓쳤다.
어제도 충남아산 박동혁 감독과 통화를 했다. 매일 통화하는 사이다. 그런데 박동혁 감독이 “안산한테 져서 왜 우리를 꼴찌로 만드느냐”고 하더라. 박동혁 감독이 “2018년에는 내가 K리그2 우승했고 작년에는 박진섭 감독이 우승했으니 올해에는 형이 우승하라”고 하더라. 가족들이 다 부산에 살고 나만 수원에 올라와 있어서 저녁이면 별로 할 게 없어 박동혁 감독과 자주 전화를 한다. 훈련이 끝나고 집에 가면 저녁 7시다. 심심하다. 언제 그 시간에 만나서 술 한잔 하자.

알겠다. 안산전도 아쉬웠지만 부천전 0-2 패배도 씁쓸했을 것 같다.
12개 팀과 한 경기씩 하면서 다 만족할 만한 경기였는데 지난 5월 1-2로 패한 부천전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다시 만난 부천과의 경기에서 또 말렸다. 이번 부천전은 내 실수도 있었는데 다른 걸 다 떠나서 부천이 우리만 만나면 펄펄 날더라. 전반전 실점 상황에서는 (조)유민이의 실수도 있었다. 전반에 골을 내주지 않았더라면 후반에 좀 더 공격적으로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부분도 있다.

요새 우리 회사에서 ‘케테크’라고 K리그 가상 베팅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그런데 베팅이 꼭 하나씩 틀린다.
뭐가 잘 안 맞나.

믿고 베팅한 수원FC가 늘 부러진다.
미안하다. 우리라고 지고 싶어서 지는 건 아니다.

좀 더 지켜보겠다. 현역 시절 외모로는 또래들을 평정하신 분인데 이렇게 가까이서 처음 만나니 세월의 무게가 느껴진다. 살이 많이 쪘다.
2006년도에 고질적인 무릎 부상 때문에 현역에서 물러났고 2007년 여름부터 지도자를 시작했다. 남원에 있는 서남대학교에서 중학교 은사님이 감독을 하고 계셨는데 운동을 쉴 거면 도와달라고 하셔서 지도자로 접어들었다. 이후 2010년에 울산현대 유스팀인 현대중학교 지도자를 거쳐 울산현대 코치와 유소년 총괄부장으로 일했다. 운동을 그만두고 중학교 감독 시절 살이 찌기 시작했다. 술자리가 잦아지다보니 그때 10kg이상 쪘다.

그럴 거면 그 외모 나 좀 달라.
한 동안은 나도 다이어트를 했다. 울산현대에서 윤정환 감독님 오셨을 때 코치로 가서 7kg을 뺐다. 지금도 무릎이 안 좋아 뛰는 건 잘 못한다. 가볍게 뛰고 식단 조절을 해야하는데 나이를 먹으니 쉽지가 않다. 울산에서 코치를 그만두고 스카우트 겸 유소년 총괄부장으로 일하면서 다시 살이 찌더라. 현역 때와 비교하면 15kg은 찐 것 같다.

현역 시절 흔히 말하는 ‘꽃미남’으로 유명했다. 또래에 외모로 경쟁자들이 있었나.
나이는 같지만 나보다 한 학년 밑에 있던 애들이 (김)남일이, (이)관우 등이다. 그 밑에 (이)동국이가 있고 위로는 안정환 선배, 장대일 선배 등이 있었다. 한 미모 한 (박)동혁이는 학교로는 3년 후배다. 우리 동기는 (김)상식이, (김)영철이다. 동기 중에는 사실 외모 경쟁자는 없었다.

동기 중에는 당신이 외모로는 1등이었나는 건가.
그렇다고 봐야하지 않겠나. 경쟁자는 없다고 봐야할 것 같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내 동기는 상식이, 영철이다.

그에게 이 세월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대한축구협회

요새 지도자로서의 성적도 단연 돋보인다.
사실 좀 부담스럽긴 하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 정도로 잘 나갈 걸 예상했나.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나오고 있다. 지난 겨울에 처음으로 팀을 맡아서 훈련시킬 때는 ‘이 정도면 해볼 만하겠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구단에서는 플레이오프 진출을 목표로 했고 내 생각도 4위권, 조금 더 운이 따르면 그 바로 위 정도를 내심 바라긴 했는데 욕심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개막전 대전과의 경기에서 패했지만 경기력이 괜찮았다. 이 정도면 어느 팀과도 해볼 만하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막대한 투자를 하는 기업구단이 수원FC보다 순위표에서 밑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다.
시즌 개막 전에 사람들이 우리한테 별로 관심이 없었다. 경남이나 제주, 대전, 전남 같은 팀들에만 관심이 많았는데 나는 오히려 이게 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상대의 견제를 덜 받았기 때문이다. 동계훈련 동안 1부리그 팀과의 연습경기에서 졌어도 경기력은 꾸준히 좋았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수원FC의 공격력이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우리가 올 시즌 무승부가 별로 없다. 올 시즌 현재 8승 1무 5패다. 리그 최다인 28골을 넣었다. 안 비기려고 안 비긴 건 아닌데 공격적으로 하다 보니 슈팅도 상대팀보다 많았고 득점도 많았다. 하지만 실수도 많다. 패스 미스나 경기 운영 부족 등이 아쉽다. 그런 걸 그래도 공격진에서 잘 보완해 주고 있어서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수비형 미드필더 출신 감독이 공격적인 축구를 하는 게 인상적이다.
사실 우리 수비가 그렇게 좋은 수비는 아니다. 열심히 뛰어주고는 있지만 K리그2 전체를 통틀어도 안정적인 편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실점하는 걸 염두에 두고 경기를 해야한다. 수비수들한테 골을 먹으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실점을 감안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무조건 많은 득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올 시즌 수원FC 축구는 확실히 재미있다.
일단 프로경기라면 재미있어야 한다. 그래야 관중이 찾는다. 축구인인 내가 봐도 재미없는 경기가 있다. 승패가 중요하다보니 지도자 입장에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다. 하지만 내가 지도자가 되면 이런 부분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프로 팀에서 감독을 1년 하건 2년 하건 잘리는 한이 있더라도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싶었다.

김도균 감독은 지난 해 12월 부임 이후 팀의 성장을 이뤄냈다. ⓒ프로축구연맹

울산현대 시절 함께했던 이른바 ‘김호곤 사단’이 수원FC에 뿌리를 내렸다.
김호곤 단장님도 공격적인 축구를 하자는 공감대가 있고 나도 내려서서 플레이하는 것보다는 위에서부터 해보겠다고 이야기했다. 흔히 말하는 ‘뻥축구’도 양쪽에서 빠르게 반복되면 재미있다. 우리의 콘셉트는 명확하다. ‘빠르게 하자’다. 물론 체력적인 준비가 잘 돼 있어야 한다.

후방에서의 패싱 축구가 더 우월한 축구라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는데 그런 콘셉트의 축구에 뭔가 반기를 든 것 같다.
수비에서 공을 잡았을 때 만들어가는 빌드업도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상대의 공을 따냈을 때 공이 전방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자꾸 옆으로, 옆으로 가는 팀도 있다. 그러면 속도감이 줄어든다. 앞으로 전진해야 속도가 생기는데 우리의 최근 두 경기도 앞이 아닌 옆으로 가면서 속도가 줄었다. 자꾸 옆으로 가면 상대 수비가 정비를 하니 늦어질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이야기다.
최근 우리의 두 경기 영상을 확인해 보니 문제점이 많이 보였다.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걸 못하고 있더라. 그래서 오늘은 이 인터뷰가 끝나면 지난 경기 영상 분석을 선수들과 함께 할 예정이다. 훈련 과정에서도 공을 빼앗으면 전방으로 향하는 훈련을 하고 있다. 패스 미스는 많은 편이지만 전방으로 찔러주는 침투 패스가 많으니 괜찮다. 도전적인 경기 운영을 하는 팀이 돼 가고 있다. 안되더라도 우리 플레이를 하다가 안 되는 게 맞는 거다. 아무 것도 못하고 경기를 끝내고 싶지는 않다.

경기 외적으로도 팀에 변화가 꽤 많은 것 같다.
숙소에서의 합숙을 폐지했다. 경기장 내에 숙소가 있는데 지난 해 12월 내가 부임한 뒤에 합숙을 없앴다. 원래 연차가 좀 쌓인 선수는 나가서 생활하고 어린 선수들은 숙소 생활을 했는데 다 나가라고 했다. 연봉을 적게 받는 선수들에게는 밖에서 생활하라고 한 게 미안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다들 잘 적응하고 있다. 먹는 것과 자는 걸 다 스스로에게 맡긴다. 선수들이 잘 관리하고 있다.

합숙을 없앤 이유가 있나.
작년 12월에 부임한 뒤 잠깐 같이 합숙을 하며 훈련을 했는데 여기 환경이 어수선했다. 시즌이 끝났으니 들어오고 나가는 선수들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운동에 집중할 환경이 아니었다. 숙소가 경기장 내부에 있다 보니 낙후되기도 했고 지저분했다. 뭔가 ‘후레시’한 생활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 내부 환경이 좋으면 같이 살아도 되는데 그렇지 않아 “그냥 다 나가서 살자”고 했다.

프로팀의 합숙 폐지는 전적으로 찬성한다. 하지만 저연봉 선수들은 금전적으로도 힘들 수 있다.
앞으로는 구단에 저연봉 선수들의 기본적인 생활 자금을 건의할 예정이다. 합숙을 하는 지난 해까지는 구단에서 세 끼를 다 줬는데 이제는 구단에서 하루에 한 끼만 제공한다. 오후 훈련을 하면 저녁 밥만 먹고 다들 각자 집으로 간다. 오히려 이렇게 절감된 비용으로 경기 전날이면 호텔에서 다같이 하루 묵으면서 경기를 준비한다. 홈 경기가 열리는 날에도 인근 호텔에서 하루를 자고 홈 경기를 치른다. 이게 더 집중력이 높다고 판단했다.

안병준은 올 시즌 수원FC에서 펄펄 날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안병준 이야기를 해보자. 올 시즌 수원FC의 선두 질주 비결을 논할 때 안병준을 빼놓을 수 없다.
내가 감독을 맡고 있지 않던 작년에는 솔직히 안병준을 깊게 관찰하지 못했다. 작년 후반기에 무릎 부상으로 안병준이 6개월을 쉬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수원FC를 맡게 되자 주변에서는 “안병준이 진짜 괜찮은 선수다. 쓸만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지난 해 12월 부임 이후 첫 훈련을 할 때는 안병준이 재활 중이라 같이 하지 못했다. 1월에 우리가 태국 전지훈련을 갔을 때도 안병준은 혼자 일본에서 따로 운동을 했다. 재활을 완벽하게 하고 100%의 몸 상태가 되면 돌아오라고 했다.

그러면 올 2월에나 처음으로 발을 맞춰본 건가.
그렇다. 우리가 제주도에서 2차 전지훈련을 2월에 했는데 그때 팀에 합류했다. 인상적이었던 건 헤딩력이 훌륭하다는 점이었다. 키가 별로 크지 않은 편인데 상대 수비수 190cm와 경합해도 공을 따낸다. 순간 스피드도 좋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까지 엄청난 활약을 해줄지는 몰랐다. 연속골을 넣으면서 자신감을 얻은 것 같다. 안병준이나 마사 모두 우리 팀 색깔과 잘 맞는다. 우리가 공을 많이 소유하는 팀은 아닌데 전방에서부터 밀리지 않고 빠른 플레이를 하는데는 적합한 선수들이다.

시즌 초반 당신은 기자회견장에서 “아코스가 부상 중인 동안 안병준이 전방에서 버텨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코스는 결국 활약하지 못한 채 팀을 떠났고 그 동안 안병준은 펄펄 날았다.
그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아코스가 그래도 뭔가 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안)병준이는 지난 시즌 후반기에 큰 부상을 당한 뒤 늘 부상 걱정을 안고 있다. 아코스와 병행하면서 쓰려고 했는데 아코스가 부상도 있고 적응도 잘 하지 못해 병준이를 계속 쓸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어느 경기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데 아마 아산전이었을 거다. 병준이가 계속 선발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하는 게 걱정이 돼 “오늘은 후반에 들어가는 게 어떻겠느냐. 무릎도 걱정되는데 시간을 조절하자”고 하니까 병준이가 “무릎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후반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전반전부터 해보고 싶다”하 하더라. 그리고 그날도 두 골을 넣었다.

그래도 안병준의 무릎은 개인의 무릎이 아니라 수원FC의 무릎 아닌가.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늘 체크하고 있다. 토요일에 경기를 하면 일요일에 회복을 하고 월요일에 휴식을 취한다. 이렇게 일주일에 한 경기씩 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 경기씩 하는 일정이었으면 분명히 무릎에 무리가 왔을 텐데 경기 수가 줄어든 건 그래도 다행이다. 병준이한테는 “정상 훈련을 다 하지 않아도 좋으니 화요일이나 수요일까지도 충분히 무릎 관리에만 시간을 쏟으라”고 했다. 그런데 병준이는 하루 정도는 관리를 해도 이틀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하더라. 꾸준히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안병준과 사적인 이야기는 잘 나누지 않나. 그의 북한 국적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는 이들이 많다.
국적 이야기는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는데 얼마 전에 궁금한 게 있어서 하나 물어봤다. “일본에서 뛸 때는 아시아 쿼터였느냐, 그냥 외국인 선수였냐, 아니면 내국인 선수로 포함했느냐”만 궁금해서 물어봤다. 국적 문제는 그 전까지는 해본 적은 없다.

김도균 감독 부임 이후 수원FC는 8개월 동안 많은 게 변했다. ⓒ프로축구연맹

수원FC는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흥미로운 영입에 성공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알짜배기 미드필더 정재용을 태국 부리람에서 데려왔다.
사실 우리가 예산이 많이 없다. 기존 선수들을 정리하고 K3리그 등지로 보내면서 2~3천만 원씩 보태서 돈을 모았고 아코스와 작별하면서 넉 달치 월급을 아꼈다. 그 돈을 탈탈 털어서 정재용을 데리고 왔다. 원래 (정)재용이가 안양에서 울산으로 이적했을 때 내가 울산 코치로 있어서 잘 안다. 지난 6월에 같이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팀을 찾고 있다고 하더라. 포항이나 쿠웨이트 쪽을 알아본다고 해 “좋은 팀 잘 찾아가라”고 했다. 돈으로는 우리가 잡을 수 없는 선수여서 나는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며칠 뒤에 포항하고 협상이 잘 안 됐다고 했고 코로나19 때문에 쿠웨이트행도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재용이한테 “우리 팀도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했다. 물론 “돈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정재용을 결국에는 데리고 왔다.
재용이도 스스로 몸값을 꽤 줄였다. 구단에서는 “올해는 돈이 없어서 이만큼만 주는데 같이 승격이라는 목표를 이루면 어떻게든 연봉을 더 챙겨주겠다”고 했고 재용이도 이걸 받아들였다. 2부리그 팀이지만 1위를 질주하고 있고 본인 스스로도 미래를 내다본 것 같다. 재용이 뿐 아니라 라스도 마찬가지였다.

벨트비크, 아니 라스의 영입도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K리그1에서의 활약이 부족했다고 해도 전북에서 뛰던 선수를 데려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돈이 없다는 건 다 엄살 아닌가.
이야기를 좀 들어보라. 정말 쥐어 짜냈다.

이야기 해달라.
병준이의 무릎이 걱정돼서 아코스를 내보내면서 스트라이커나 윙포워드를 한 명 보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의견이 스트라이커 쪽으로 몰렸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외국에서 선수를 데려오기에는 부담스러우니 국내에서 찾기로 했다. K리그2에 있는 두 명의 외국인 공격수가 거론됐고 그 와중에 라스 쪽에서도 구단으로 연락이 왔다. “혹시 벨트비크에 관심이 있느냐”는 문의였는데 그래도 K리그2의 다른 외국인 공격수 두 명보다는 이 친구가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돈이 없었다.

대출이라도 받은 건가.
사실은 우리가 울산현대의 정동호를 계속 원하고 있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다 틀어졌는데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정동호를 데리고 오고 싶었다. 병준이와 마사가 공격에서 집중 마크를 당하면 측면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우리 선수들을 탓하는 건 아니지만 그 부분을 더 보완해야 한다. (정)동호도 울산에서 경기를 못 뛰고 있으니 우리가 러브콜을 보냈다. 울산도 홍철을 데리고 오려면 돈이 필요했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들을 어느 정도 정리해야 한다고 들었다. 측면에 설영우까지 등장해서 동호의 입지가 더 좁아졌고 우리 팀 전력상 이 선수가 필요했다. 그런데 돈이 한 푼도 없었고 결국 어렵게 돈을 만들었다.

돈을 어떻게 만들었나. 위조지폐였나.
제주 원정을 내려가는 비행기에서 단장님과 이사장님께 이야기했다. “울산에 정동호라고 있는데 우리가 꼭 데리고 와야한다”고 말했다. 대략적인 연봉에 대해 이야기했고 6개월만 쓰면 그 돈의 반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사장님도 “어떻게든 수원시에 이야기해서 돈을 준비하겠다”고 했고 시장님의 허락을 받아 따로 예산을 편성했다. 그런데 여러 문제가 겹쳐 결국 동호를 데려오지 못했다. 우리의 첫 번째 보강할 포지션이 오른쪽 풀백이었는데 실패했다.

그 돈으로 라스를 영입한 건가.
그렇다. 이 돈으로 외국인 선수를 데리고 오자고 이야기가 된 거다. 구체적인 액수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사실 라스가 전북에서 받던 연봉을 우리가 감당할 수가 없다. 그런데 일단 연봉 중 6개월치만 지불하는 걸로 해 반을 줄였고 여기에서 전북에서도 일정 금액을 라스에게 지불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들여야 하는 금액이 또 줄었다. 동호를 데리고 오려고 했던 금액에서 아주 조금 더 긁어 모아 라스를 영입할 수 있었다.

조원희도 김도균 감독이 이끄는 수원FC에 합류했다. ⓒ프로축구연맹

정말 짜내고 짜냈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조원희의 복귀는 어떻게 결정된 일인가.
내가 울산에서 선수 생활을 할 때 (조)원희가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입단했다. 내가 데리고 다니면서 친하게 지냈다. 내가 하늘 같은 선배 아닌가. 지금은 “가야돼 가야돼”하지만 그때는 원희가 찍소리도 못했다. 지금 울산현대 18세팀 박기욱 감독과 원희, 그리고 내가 자주 어울려 다녔다. 원희가 워낙 선배들한테 잘한다. 지금도 아주 깍듯하다. 아까 말한 것처럼 오른쪽 풀백 보강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원희와 통화를 하게 됐다.

곧바로 러브콜을 보냈나.
그건 아니다. 원희가 나하고 통화하면서 현역 복귀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수원삼성과 대구FC와 이야기 중이라고 했다. 두 팀 다 플레잉코치로 팀을 이끌어주길 바랐다고 했고 실제로 이임생 감독도 만났다고 하더라. 그리고 며칠 뒤 다시 통화를 했는데 현역으로 복귀해 1부리그 팀으로 가는 건 부담스럽다고 했고 자연스레 우리 팀 이야기를 하게 됐다. 나도 일단 단장님과 상의를 해봤는데 원희의 몸 상태를 보고 판단해 보고 싶었다. 그때가 이적시장 마감 사흘 전이었다. 부랴부랴 울산대하고 연습경기를 잡아서 테스트 해보니 상대가 대학생인 걸 감안해도 1년 6개월을 쉰 거 치고는 곧잘 하더라.

한 명 한 명 선수 보강에 정성이 느껴진다.
원희도 금전적인 건 완전히 포기하고 오로지 복귀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그래서 원희와 계약하게 됐다. 구단에서는 아주 좋아한다. 입단 첫 날부터 조원희가 온다고 방송국에서 엄청 취재를 나왔더라. 그날 저녁 방송 3사 스포츠뉴스에 다 나왔다. 그 다음 날 훈련할 때 원희를 만나서 “이제 네 연봉 값은 다했으니 더 이상 안 해도 된다”고 농담을 던졌다.

조원희의 몸 상태는 어떤가. 데뷔전에서 그를 39분 만에 뺐다. 적어도 45분은 뛰게 할 줄 알았는데 39분 만에 교체한 건 너무한 일 아닌가.
나도 45분은 뛰게 하려고 했는데 교체는 본인의 의사였다. 6분 더 뛰게 하고 바꿀 생각은 하고 있었다. 플레이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45분은 버텨달라고 했다. 그런데 전반 39분에 터치라인에서 원희한테 “괜찮아? 바꿔줄까?”라고 물어보니까 바꿔달라고 하더라. 마라톤도 매일 하고 체력적인 건 잘 준비가 돼 있고 공 차는 것도 여전히 좋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돌아서는 동작 등에서는 약간 떨어지더라. 우리가 지금까지 성적이 나왔던 게 선수단 전체가 뛰는 템포가 빨라서였는데 그걸 따라가려면 좀 더 해야한다고 느꼈다.

얼마 전 공개된 영상에서 당신은 조원희와 몸 싸움 대결을 하다가 나가 떨어지더라.
그건 원희의 파울이었다. 일주일만 몸을 만들면 내가 밀어낼 수 있다.

하지만 선수와의 몸 싸움을 이기기 위해 감독인 당신이 일주일 동안 몸을 만들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안다.
그건 그렇다. 원희가 처음 왔을 때 경기에 나서건 나서지 못하건 자기 역할을 다하겠다고 했다. 고맙게 생각한다. 지금도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자기가 피로 회복하는데 좋은 음료수를 100박스나 어디에서 협찬 받아 왔더라. 이미 연봉 값은 다 했다.

그는 과연 올 시즌 수원FC의 돌풍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프로축구연맹

지금 이야기를 들어보니 여름 이적시장에서도 기업 구단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없는 살림에 최선을 다했다.
눈으로 보면 딱 필요한 자리들을 보강했는데 최근 두 경기를 놓고 보면 좀 혼란스럽다. 우리가 작년 겨울부터 준비했던 걸 새로운 선수들과 해보니 아쉬운 부분이 있다. 왜 그런지 원인은 알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는 고민을 좀 해봐야 한다. 새로운 선수들을 팀에 잘 녹여야 한다.

당신이나 김호곤 단장이 선수 보강에 흔히 말하는 인맥을 많이 활용한 것 같다. 영업 전략인가.
프로는 돈이 연관돼 있어서 인맥으로 다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대한 어떻게든 효율적인 방법을 고민해 보고는 있다. 주변에서는 수원FC가 울산현대에서 많은 선수들을 데리고 왔다고 하는데 막상 울산현대에서 온 선수는 몇 없다. 내년 시즌에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22세 이하 자원을 울산에서 데려오는 걸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신인을 거액을 주고 영입해 활용하는 것보다는 1부리그 팀에서 뽑아놓고 안 쓰는 선수를 데려다 쓰는 게 운영 면에서는 더 효율적이다.

그러면서도 결국 안병준은 지켜냈다. 탐내는 팀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밖에서만 이야기가 많더라. 직접적으로 제안이 온 건 K리그1의 딱 한 구단이었다. 그 팀 선수에 현금을 더해 트레이드 하자는 제안을 받았는데 거절했다.

내가 감독이었어도 안병준은 내줄 수 없을 것 같다.
병준이가 올해로 우리 팀과 계약이 끝난다. 이적료 없이 FA로 다른 팀에 보내주더라도 일단은 올 시즌 성적에만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이적료를 받고 팔거나 내년 시즌 계약에 대해서는 당장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올해 목표인 승격을 이루고 내년 걱정을 할 예정이다. 물론 올해 잘 활용하고 승격을 하면 병준이를 잡고 싶은 마음은 크다. 몸값이 문제다.

K리그2에서 전폭적인 투자를 하는 팀들과 경쟁 중이다. 이 틈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데 끝까지 이 순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우리가 불리한 건 사실이다. 베스트11만 놓고 보면 우리가 조금 뒤지지만 그래도 이게 정신력으로나 체력으로 커버되는 범위 안에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주전이 다쳤을 때다. 병준이나 마사가 다치면 이걸 메워줄 선수가 부족하다. 경남이나 대전, 제주, 전남 등은 그래도 그 공백을 채워줄 선수가 있는데 그 차이를 우리가 극복해야 한다. 이제 14경기를 했고 13경기가 더 남았다. 반환점을 돌았는데 우리가 최근 두 경기를 지고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건 선수들이 그 전에 굉장히 잘해준 덕분이다. 다시 처음부터 도전할 생각이다.

김도균 감독이 이끄는 수원FC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더 성장할까. ⓒ프로축구연맹

벌써 다이렉트 승격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1위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은 당연히 클 수밖에 없다. 순위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매 경기 지면 순위가 바뀌니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 선수들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우리가 부족한 게 많은데 1위에 올라 있다고 정신 상태를 스스로 ‘오바’하진 않는지도 생각하고 있다. 선수들도 스스로 많은 고민 중일 것이다. 승격을 하려면 꾸준해야 한다.

K리그2가 참 어렵다.
일부에서는 K리그1 하위권 팀들한테 “2부리그로 내려 와서 분위기 쇄신하고 다시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하는데 겪어보니 아니다. K리그2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팀들이 많다. 그런데 그런 팀들이 그렇지 못한 팀들과의 경기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지 못할 만큼 쉽지 않은 리그다. 5~6개 팀이 비슷하게 쭉 가고 있다. “2부리그로 내려 와서 정신 차리고 다시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을 하는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여기는 내려왔다가는 정신 차리기 전에 죽는다. 반대로 K리그2 팀들한테는 올해가 기회다. 상주상무가 자동 강등되면서 올 시즌에는 승강 플레이오프 없이 K리그2 두 개 팀이 K리그1으로 올라간다. 그 말인즉슨 K리그2는 올해보다 상무가 내려오는 내년에 더 힘들어 진다는 거다. 기회를 잡았을 때 올라가야 한다.

그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다면 올 시즌 남은 절반을 준비하는 각오를 마지막으로 전해달라.
일단 상위권 팀과의 맞대결에서는 절대 지지 말아야 한다. 필사적으로 배수의 진을 칠 생각이다. 최근에는 서울이랜드도 치고 올라오고 전남도 만만치가 않다. 어느 한 경기 편한 경기가 없다. 우리가 충남아산과도 비기고 안산에도 졌다. 전력이 조금 앞서는 게 승리를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매 경기를 토너먼트처럼 준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다. 시작할 때만 잘한 건 사람들이 훗날 알아주지 않는다. 잘하다 떨어진 건 기억하지 않는다. 마지막에 웃어야 한다. 늘 이걸 선수들에게 강조하고 나 역시 새기고 있다.

수원FC는 올 시즌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안병준과 마사의 힘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김도균 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원FC는 올 시즌을 위해 많이 고민했고 짜낼 수 있는 모든 걸 짜내고 있었다. 만만치 않은 팀들과의 승격 전쟁에서 수원FC는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수원FC의 수장인 김도균 감독은 신중하게 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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