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수원=전영민 기자] 수원FC 최고참 조원희가 현역 복귀를 하는 과정에서 서정원 전 수원삼성 감독의 조언이 많은 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12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선 수원FC 베테랑 미드필더 조원희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지난 2018시즌을 끝으로 축구화를 벗었던 조원희는 지난 7월 수원FC에 입단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약 1년 반 만에 이뤄진 조원희의 현역 복귀였다. 은퇴 후 해설위원과 유튜버로 활동해왔던 조원희는 몸 관리 역시 게을리하지 않으며 "현역 때보다 몸이 좋아보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김도균 감독의 구애로 승격을 노리는 수원FC에 입단하며 제 2의 인생을 펼치게 됐다. 다음은 조원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수원FC 입단 후 한 경기를 소화했다. 소감은?

1년 8개월 만에 경기장을 밟는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 선수로 뛰었을 때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기회를 주신 부분에 있어서 수원FC 구단에 감사드린다. 내가 출전함으로 인해 많은 관심을 받은 것이 사실인 것 같다. 그런 관심이 한편으로는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다. 부담감을 최대한 빨리 떨쳐내고 좋은 경기력으로 팀에 녹아들 수 있는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의지가 항상 넘쳤던 내 자신이었다. 불안감을 의지를 통해 최대한 극복하려고 하는 내 성향이 있었다. 49대 51의 근소한 차이일지는 모르겠지만 불안감보다는 자신감과 의지가 더 넘쳤던 것 같다. 은퇴에 있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스스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2018년이었다.

좋을 때 떠나는 게 맞았지만 아쉬운 부분이 훨씬 많이 남았다. 여기 계신 분들도 아시겠지만 (수원삼성과) 재계약하는 부분이 힘들고 어려웠다.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고 구단의 상황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내 의지대로만 할 수 없었다. 은퇴 시기가 생각보다 빨리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은퇴 후에도 경기장의 잔디 냄새가 그리웠다. 힘들고 어려운 결정이었다. 열정과 의지와 자신감을 극대화 시켜서 많은 분들이 우려하시는 부분을 최대한 좋은 경기력으로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입단 과정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선수로서 복귀를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어떤 팀으로 복귀를 할 지는 정해져 있지 않았다. 김도균 감독님께서 연락을 주셔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내 마음을 잘 헤아려 주셨다. 선수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걸 감독님이 확인을 한 번 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은퇴 이후 시기가 길었기 때문에 감독님 혼자 나를 영입하는 걸 결정을 할 수는 없었다. 몸 상태를 한 번 체크해보자고 하셨고 대학교 팀과의 연습경기를 했다. 감독님과 구단에서도 나에 대한 기대치가 어느 정도 기준점이 있으셨을 것이다. 당장 현장에서 즉시전력감이 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나도 알았다. 구단에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 울산대와의 연습경기를 통해 70분을 소화했는데 경기 이후에 바로 답을 얻진 못했다. 시간이 조금 필요했고 구단에서 고민과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려주셔서 감사하게도 지금 이 자리에서 수원FC 유니폼을 입고 복귀를 할 수 있었다.

입단 통보는 언제 받았나?

지난달 22일이 선수 등록 마감일이었다. 마감일 1주일 전에 경기를 했다. 연습경기 후 대략 한 이틀 정도 통보를 기다렸던 것 같다. 구단에서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라"라고 말씀해주셔서 통보를 받기까지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면서 초조하게 기다렸다. 연락을 받고 나서 등록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었다. 메디컬 테스트와 코로나19 검사를 체크하고 선수들과 같이 팀 훈련에 합류를 하게 됐다.

가족들은 현역 복귀에 대해 무슨 말을 했나?

가족들 중에서 아내가 걱정을 가장 많이 했다. 쉽지 않은 결정인 걸 알기 때문에 아내가 가장 고민을 했다. 구단에서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고 나서도 정말 마지막까지 아내는 많은 고민을 했다. 은퇴 이후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둘째 아들은 아직 어리다. 장남이 "아빠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아 행복했다"고 했다. "아빠가 선수를 다시 하게 되면 시간을 같이 못 보내지 않냐"고도 했다. 또 "아빠 선수 복귀하면 위건 가요?" 라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무슨 위건이냐. 아니다"고 답했다. 이후에 수원FC 선수로 복귀한다고 말을 했을 때 아들이 "이제 잘 못보는 거냐"고 했다. 아내는 가족들과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에 대한 걸 생각했던 것 같다. 극복해나가야 한다. 아내가 마지막 고민 끝에 "다시 도전해봐라. 어디까지 가는지 한 번 지켜보겠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팀에 들어온 입장에서 수원FC가 강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나는 우리 팀에 대해 너무 깜짝 놀랐다. 우선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 1년 8개월 동안 내가 은퇴를 했어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분위기가 좋더라. 선수들, 코칭스태프와의 관계가 너무 좋은 것 같아서 '아 1위를 하는데 이유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즌 시작 전 수원FC에 대한 기대감이 크진 않았는데 지금 1위를 달리고 있다.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 '개인 능력이 좋은 친구들이 정말 많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을 잘 넣는 선수, 수비를 하는 선수, 화려하게 패스를 하고 하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직접 함께 생활하고 대화하고 경기장에서 같이 뛰어봤을 때 선수대 선수로 다른 선수들이 인정하는 선수가 정말 최고의 선수가 아닌가라고 생각을 한다. 여기서 뛰는 선수들은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 선수들인데 그렇지 못하다. 관심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못한 느낌이 들어 아쉽고 안타까웠다. 개인적으로는 이 선수들이 더 많은 사람들한테 알려졌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베스트 11명뿐 아니라 뒤에 있는 선수들도 너무 좋다. 능력 있는 친구들이 각 포지션에 많다. 다른 어느 팀보다 능력 있는 선수들이 정말 많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리그 선두 팀에 복귀를 한다는 것이 부담이 되지는 않았나?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에 들어왔기에 당연히 부담감이 없다라고 했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해야 될 역할이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를 하지 않은 1년 8개월의 시간 동안 배운 것들 중 이 선수들에게 줄 수 있는 게 많았다. 경기장 안팎에서 내 역할을 분명히 꼭 해낼 거고 해야된다는 것을 명확히 잘 알고 있다. 제일 하고 싶었던 건 심리적, 멘탈적인 부분에 대해 선수들과 소통을 나누는 것이다.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뛰고 있는 입장에서 선수들이 힘들고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이 선수들과 동고동락해 우리가 원하는 승격을 이루고 싶다. 그 목표 하나만 생각하고 있다. 팀이 1등을 달리고 있어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즐기는 동시에 내가 잘하는 걸 선수들과 나누고 싶다. 내가 손해를 보고 몸이 부서지더라도 선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고 싶다.

나도 선수로 복귀를 했기 때문에 경기장 안에서 출전을 했을 때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나를 위해 많이 도와주고 있다. 이 선수들이 내가 아니면 편안하게 플레이를 할 수 있는데 나를 위해 힘들어 하면서까지 내게 도움을 주고 있다. 내가 경기장 안에서 이 친구들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빠른 시일 안에 녹아들어서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 팀이 전술적으로, 전략적으로 승리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게끔 준비를 잘할 생각이다.

현역 복귀를 한다는 기사가 났을 때 차범근 감독님, 박지성 선수가 해준 이야기가 있나?

차범근 감독님께선 내가 선수로 복귀하는 것을 잘 모르셨다. 선수 복귀가 결정난 이후에 감독님께서 "열심히 해라. 남들이 하지 못했던 도전을 네가 하는 것이기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주셨다.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말씀드리는데 내가 선수 은퇴 이후 너무 힘들어하고 있을 때, 또 은퇴 이후 선수에 대한 열정, 배고픔을 가지고 있을 때 "다시 도전을 해볼 생각이 없냐"고 말씀해 주셨던 분이 서정원 감독님이시다. 사실 감독님의 그런 말씀이 없으셨다면 내가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너는 충분한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선수로서 너의 탤런트가 분명히 있으니 선수에 대한 꿈을 놓지 말라"고 항상 마음 속으로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은퇴 후 1년 8개월 동안 서정원 감독님과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감독님이 선수 복귀에 대한 힘을 실어주셨다. 포기하지 않게끔 많은 메시지를 주셨다. 수원FC 입단 전 "무조건 (복귀) 해야 한다"고 감독님이 말씀해 주셨는데 그 말씀이 현실화된다는 것이 꿈만 같았다. 그래서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말씀드렸다. 첫 경기 전에 감독님이 "너는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잘 못하는 성격이다. 가장 기본에 충실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것만 생각하고 첫 경기를 나갔다. 감독님의 말씀대로 경기에 임했는데 기본적인 건 따라갔지만 템포를 따라가지 못한 것 같았다. 서정원 감독님께서도 "나쁘지 않았으니 천천히 준비해서 올리라"라고 해주셔서 준비를 잘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지성 선배님, 이영표 선배님… 특히 이영표 선배님은 응원을 너무 많이 해주셨다. 그저께도 형님들과 같이 시간을 보냈는데 형님들이 "마이클 조던도 그렇고 다 복귀를 했다. 이제 너도 그 정도가 된 거다"고 해주셨다. 형님들이 "너는 남들이 하지 못한 걸 써내려왔다. 잘할 수 있을 거다. 다만 힘든 타이밍이 올 수도 있는데 그런 건 너가 그때 그때 준비를 해서 더 열심히 자극받고 노력하면 되는 거다. 그러니 지금은 너가 해야 할, 또 할 수 있는 역할만 잘 수행해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너무 든든하다. 내가 해야 할 것만 생각하고 있고 선수들과 유기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 그분들께 감사드린다. 선배님들은 선수 복귀에 대해 "준비가 되고 기회가 온다면 도전해봤으면 좋겠다"고 해주셨다. 그 힘을 받아 열심히 도전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서정원 감독의 조언을 듣고 본인은 어떤 노력을 했나?

은퇴 이후에 개인적인 시간이 많다 보니까 선수 복귀를 위해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선수 복귀를 위해 필요한 훈련, 먹을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을 두고 준비를 했다. 비록 (소속팀이 없었기에) 11명과 20명, 30명 안에서 하는 전술적인 훈련과 팀의 스케줄은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축구선수 복귀를 위해 준비할 수 있는 것들에 신경을 썼다. 영양소 섭취, 발가락, 아킬레스, 종아리, 햄스트링, 코어 운동은 축구 선수를 하고 있으면 병행하기 힘들다. 이런 부분은 오히려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에 초점을 두고 공을 차는 비율은 6대4, 7대3 비율로 적게 했다. 내 몸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고 생각했다. 감각을 위해선 몸이 먼저 되어야 하니까 몸을 먼저 만들고 감각을 따라가자는 생각으로 개인적인 훈련을 많이 해왔다.

현역 국가대표 선수들도 유튜브 일대일 콘텐츠에서 조원희를 쉽게 제치지 못했다. 수원FC에서도 일대일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을 기대해볼 수 있나?

사실 유튜브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대일 콘텐츠는 나의 전문성도 들어가 있고 동시에 즐거움, 감동, 재미도 어우러져 있다. 당연히 기대를 해봐도 좋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사실 유튜브에서 내가 일대일을 했던 규격은 제한되어 있다. 반면 운동장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상대와 내가 일대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넓다. 일대일에 대해 기대를 해주셔도 좋지만 반대로 좋은 능력의 선수들이 너무 많아서 나도 분석을 많이 하고 있다. 상대 영상도 많이 보고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기대를 많이 해주시고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30살이 넘으면 체력 문제가 있다고 한다. 젊은 선수들과의 경쟁은 자신 있나?

선수들과 같이 훈련을 하며 GPS를 착용하고 있다. 훈련을 마치면 다음 날에 전날 훈련 때 뛴 거리수가 나온다. 누구보다 많이 뛰려고 준비하고 있고 아직까진 큰 문제는 없는 것 같다. 1년 8개월의 공백이 있었다. 축구장 안에서 뛰는 템포나 쓰는 근육들은 워낙 다르니 이 안에서 훈련할 때 누구보다 한 발짝 더 뛰려고 하고 있다.

K리그2가 이전보다 강력해졌다는 평가를 듣는다.

2015년에 서울이랜드 창단 멤버로 K리그2에서 1년 간 몸담으며 느낀 것이 '아 세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더 경쟁력이 생겼다. 지금은 K리그2를 보면 '어 이 선수가 여기에서 뛴다고?'라는 생각을 가질 때가 많다. 정말 누가 봐도 알만한 선수들이 K리그2에 엄청 많아졌다. K리그1과 K리그2의 차이는 당연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K리그2가 K리그1보다 더 뭔가 재밌고 K리그 팬들이 관심 있게 보실만한 요소가 더 많은 것 같다. 지금 어느 한 팀이 일방적으로 앞서지 않고 있다. 승점 1점, 2점 싸움이다. 한 경기로 순위표가 바뀌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 경기 한 경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K리그2에서 지낸지 한 달이 채 안됐지만 나는 수원FC 선수들의 능력이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이 선수들이 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관심과 인정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이 친구들과 대화도 많이 나누고 훈련장에서 더 많이 뛰고 있다. 선수들에게 자극도 주면서 동기부여와 재미를 느끼게 하고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테스트를 받아서 입단 통과를 했다고 생각했을 때 이후부터 다른 건 생각 안했다. 오로지 승격 하나만 바라보고 왔다. 경기를 뛰고, 안 뛰고 이런 걸 떠나서 내가 가진 잘할 수 있는 걸 통해 팀에 보탬이 되어서 승격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다. 그것만 생각하고 있다. 그러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변의 유명한 축구인들이 경기장에 찾아올 계획은 있는가?

한 번 열심히 노력해보겠다. 박지성 선배님은 수원 출신이라서 수원에 대한 애착이 많으시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 번 찾아와 주셔서 응원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영표 선배님도 워낙 나에 대한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경기력을 꼼꼼히 지켜봐 주시는 분이다. 워낙 바쁘시긴 하지만 시간이 되시면 K리그 팬들을 위해서, 또 선수들이 힘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이영표 선배님이 경기장에 찾아와 주셨으면 한다. 감사할 것 같다.

K리그 통산 300경기 출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몇 경기 남았는지는 잘 몰랐다. 7경기가 남은 줄은 몰랐다. 리그 300경기보다 나에게는 팀이 승격하는 게 정말로 우선일 것 같다. 굳이 300경기 채우려고 하는 생각은 갖고 있지는 않다. 올 시즌 리그 13경기가 남았는데 그 안에 우리가 원하고자 하는 승점을 획득해서 K리그1으로 승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에 300경기 출전이나 다른 것을 생각해보고 싶다.

야구에서 은퇴 투어 이야기가 나왔다. 한 번 은퇴를 경험했던 선수로서 바라보며 어떤 심정이 들었는지? 또 K리그에서도 은퇴 투어가 가능할까?

개인적으론 박용택 선수의 완전한 팬이다. 박용택 선수 응원을 했었는데 아쉽긴 하다. 축구에서도 충분히 박용택 선수만큼 비교될 수 있는 이동국 선배님이라든지 그런 분들이 있다. 그분들은 은퇴 투어를 해도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나마 생각한다. 코로나19나 예민한 부분 때문에 박용택 선수의 은퇴 투어가 불발이 되어서 아쉽긴 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LG트윈스 팬이었고 박용택 선수의 완전 팬이다. K리그에서도 이동국 선배님이나 다른 선수들이 은퇴 투어를 한다면 이슈가 될 수 있다. 이동국 선배님이 한국축구 팬들을 위해서 지금까지 많은 즐거움을 주셨다. 축구 팬들이 자리를 빛내서 그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본인의 은퇴 투어가 열린다면? 

나는 그 정도가 안된다. 위치나 인지도에서 그 정도가 되지 않는다. 이동국 선배님 이야기가 나오니까 내가 더 안되는 것 같다. 큰 벽이고 산과 같은 분이라 내가 비교가 될 수가 없다.

어렵게 다시 시작한 선수 생활인데 승격 말고 그라운드에서 해보고 싶다고 마음 먹은 건 있나?

경기 출전을 못해도 선수들이 이기기만 한다면 좋을 것 같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사실 정해져 있다. 사실 경기에서 뛰는 시간보다 땀 흘리고 씼고 먹고 하는 시간들이 더 많다. 이렇게 팀 안에서 하나가 되어서 같이 땀 흘리고 조금이라도 팀에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경기에 출전해서 어시스트를 하고 골을 넣을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그런 것도 좋다. 하지만 이 선수들과 녹아들어 함께한다는 것만으로도 1년 8개월 간 밖에 있다가 들어온 나로선 좋다. 축구화 끈 묵는 것 부터 간절하다. 안 해본 사람들은 모를 거다. 축구화 첫 끈을 당기고 조여서 묶었을 때, 신가드를 차고 테이핑 하는 이 모든 것들에 감사하다. 300경기 출전과 선발로 나서는 것도 중요하지만 간절함이 가장 크다. 경기 출전도 중요하지만 이 팀에 내가 속해있다는 것만으로도, 팀이 K리그1 승격하는데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다.

내겐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욕심은 절대 부리지 않고 좀 더 낮은 자세로 선수들과 함께 매사에 임할 생각이다. 1년 8개월 은퇴했다가 복귀를 해보셔야 한다. 이렇게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표현이 안된다.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 자체가 크게 다가온다. 몇 시에 자서 아침에 일어나면 뭘 먹고 화장실은 무조건 가야되는 이런 게 있다. 은퇴하고 나서는 한 6개월 가량은 이런 게 없었다. '땀을 흘려야 하니까 물을 마시고 경련이 날 수 있으니 마그네슘을 섭취해야 해' 이런 것들이 없었다. 지금은 먹어야 할 게 너무 많고 동시에 하지 말아야 할 것도 너무 많다. 반대로 해야 되는 것들 역시 너무 많다. 즐겁게 하고 있으니깐 너무 좋은 것 같다. 하루하루가 행복하고 감사하다. 즐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더 노력을 하고 있다. 목표는 오로지 하나 밖에 없어서 다른 것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어떤 것들을 주로 섭취하고 있나?

너무 많다. 마그네슘과 근육 보충을 위해 프로틴, 글루타민 등을 다 섭취해야 하고 꾸준히 내가 먹어왔던 비타민 영양제는 기본적으로 따라가야 하는 것이다. 선수를 그만뒀을 땐 고기를 자제했는데 최근엔 고기를 많이 먹고 있다. 탄수화물도 줄였는데 사실 나는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야 뛰는 성향이다. 다른 선수들은 밥을 적게 먹고 반찬을 많이 먹는데 나는 한끼를 먹을 때 많이 먹고 군것질을 안하는 편이다. 저녁 6~7시 전에 무조건 먹고 그 이후로 안 먹고 잔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영양제를 먹는다. 공복에 먹어야 할 것들이 있어 그것들을 먹으며 하루하루를 시작한다. 먹지 말아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나쁜 것들이 많고 유혹들도 많은데 주변에서도 내 상황을 다 이해해주고 인정해주고 도움을 주고 계신다. 운전하는 것조차도 오른쪽 종아리와 아킬레스 피로를 줄이기 위해 자제하고 있다. 많은 것 하나하나 정성을 들이고 있다. 나뿐 아니라 모든 K리그 선수들, 축구를 하고 있는 엘리트 선수들이 다 준비를 하고 있는 부분이다. 나보다 더 관리를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선수들이 경기에 출전하고 90분을 뛰는 것 뒤에서는 이런 것들이 기본적으로 있어야지만 90분을 뛸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어린 선수들과는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나?

명칭은 플레잉코치이지만 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하고 편안하게 밥도 같이 먹고 있다. 감독님과 코치님의 자리는 무겁다. 식사 자리도 조금은 무거울 수 있다. 반면 나는 선수들과 즐겁고 편안하게 하고 있다. 다 후배들이고 선수 때 친했던 후배들도 많이 있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밥도 먹고 커피도 많이 마시고 하고 있다.

요즘에 신인 선수들이 왜 날보면 웃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좋다. 은퇴 전엔 되게 강해 보이고 무섭다는 말을 들었는데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대화를 나누지 않았을 때는 무서울 수 있다. 말 걸면 안되겠다는 말도 들었는데 요즘엔 후배들이 날 웃으면서 보며 지나간다. 한편으로는 그게 내 모습이니까, 내 솔직한 인간적인 모습이니까 좋다. 요새는 먼저 옆에서 웃으면서 즐겁고 재밌게 후배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유튜브 계획은 어떻게 되나?

방향성은 명확하다. 이제는 유튜브가 먼저가 아니다. 나를 기다려주시는 구독자 분들이 계시지만 이젠 수원FC 선수이기 때문에 구단에서 허락을 해야 모든 영상이 나갈 수 있다. 모든 영상에 관해선 구단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 선수들 중에 능력 있는 선수들 너무 많다. 보면 볼수록 숨은 진주 같은 선수들이 너무 많다. 더 끌어내주고 싶은 선수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이 선수들과 같이 내 채널에 나와 구단의 허락 하에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더 많은 분들께 이 선수들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홍보를 하고 싶다. 일대일 콘텐츠는 워낙 많이 좋아해 주셔서 최대한 구단 안에서도 협조를 해주시고 있다. 쉬는 날에 스케줄을 잡고 하려고 한다. 구단에서도 배려를 해주셔서 같이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은 내 개인 콘텐츠보단 팀의 선수로서 하는 콘텐츠들을 많이 담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절대 포기를 하지 않았다. 도전을 계속 해왔던 선수다.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멘탈적으로 힘들고 미래에 대한 불분명한, 본인에 대한 자존감이 떨어져 있을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선수는 결국 나이를 먹는다. 분명 힘든 상황은 언젠가 온다. 그 선수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내가 영향력이 얼마나 될 지는 모르겠다. 내가 화려했던, 축구를 잘하는 선수도 아니었다. 오로지 잘하는 거라고는 팀을 위해 노력하고 팀에 녹아드는 것이었다. 은퇴를 했다 복귀를 했다. 노장 선수들, 앞으로 노장이 될 선수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까지는 아니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 선수로 기억에 남고 싶다. 축구 팬들에게도 조원희라는 사람은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대단했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가졌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 나를 관심 있게 봐주시는 많은 분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번주에 제주와 중요한 맞대결이 있는데?

이번 주말에 있을 홈경기가 너무 중요하다는 걸 다들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 치열한 순위 다툼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도가 높은 경기다. 최근 수원FC가 힘든 부분이 있었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려고 하고 있다. 많은 축구 팬들, 기자분들이 찾아오셔서 경기에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할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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