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훈 코스프레, 평생 남을 졸업사진에 담고 싶었죠”


FC서울 유상훈을 그대로 따라한 의정부고등학교 한용희 군의 모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의정부고등학교 졸업사진이 매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FC서울 유상훈의 모습을 코스프레한 학생이 축구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의정부고 졸업사진은 2009년 일부 학생들이 추억을 남기고자 독특하게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서 이슈화되며 유명세를 탔다. 2016년에 정치 상황을 풍자한 졸업사진에 대해 일부 단체의 항의 전화가 빗발쳐 교사와 학생이 수사기관에 조사를 받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학생들은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인기 영화 캐릭터 등으로 분장하며 폭소를 유발했다.

의정부고의 졸업사진은 이제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의정부고의 졸업사진 촬영 날에는 인터넷이 뜨겁게 달궈지기도 한다. 학생들이 바라고 하는 건 아니지만 사진이 유명세를 타면 사진의 주인공에게 업체에서 선물을 보낼 만큼 영향력도 커졌다. 졸업사진 촬영장의 모습을 보고 인터넷 실시간 검색창이 요동치기도 한다.

2020년도 의정부고의 졸업사진 촬영이 어제(3일) 진행된 가운데 올해에도 창의력 넘치는 코스프레가 이어졌다. 유재석과 이효리, 비를 패러디한 ‘싹쓸이’ 의상을 입은 이들이 등장하기도 했고 김구 선생을 비롯한 독립운동가의 모습을 한 이들이 관심을 끌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김계란도 등장했다.

이들 가운데 특히나 K리그 팬들에게 화제를 모은 건 FC서울 골키퍼 유상훈을 그대로 재현한 한용희(19세) 군이었다. 한용희 군은 졸업사진 촬영 현장에 유상훈의 모습을 똑같이 하고 나타났고 유상훈이 선방 이후 선보이는 ‘장풍 세리머니’를 그대로 재현했다. 한용희 군은 졸업 사진 촬영을 마무리 지은 어제 <스포츠니어스>와 인터뷰를 하며 ‘유상훈 코스프레’ 뒷이야기를 전했다.

한용희 군은 유상훈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프로축구연맹

한용희 군은 15년째 FC서울을 응원하고 있다. 군인인 아버지를 따라 강원도를 비롯한 각지로 이사를 다녔지만 FC서울을 응원하는 마음 만큼은 변한 적이 없다. 초등학교 시절 축구선수의 꿈을 키웠던 그는 중학교 진학 당시 축구부가 있는 학교에 입학 테스트를 받으러 갔다가 떨어진 경험도 있다. 당시에도 골키퍼로 나섰던 한용희 군은 이후 취미로 축구를 즐기고 있다. 물론 포지션은 지금도 골키퍼다.

의정부고 학생들은 이미 전통이 된 졸업사진 콘셉트를 입학 당시부터 고민한다. 그는 “기말고사가 지난 달 22일부터 29일까지 이어졌다”면서 “그 전부터 친구들끼리는 서로 서로 겹치는 캐릭터가 없도록 하기 위해서 ‘나는 이걸 준비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나는 이미 한참 전부터 ‘유상훈 코스프레’를 계획했다. 이미 친구들에게 내 캐릭터에 대해 일찌감치 다 알렸다. K리그를 좋아하고 FC서울은 좋아하는 팬으로서 ‘유상훈 코스프레’를 꼭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용희 군은 특정 선수보다는 팀 자체를 좋아하는 팬이다. 그는 “처음 FC서울을 응원할 때도 특정 선수를 더 좋아한 건 아니었다”면서 “FC서울 선수 중에 의미 있는 선수를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도 골키퍼로 꿈을 키웠고 지금도 늘 골키퍼에 가장 관심이 있다. 올 시즌 FC서울 분위기가 굉장히 좋지 않은데 다른 선수들도 힘들지만 많은 실점을 하는 골키퍼가 가장 힘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존경하는 ‘유상훈 코스프레’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용희 군은 유상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연구했다.

‘유상훈 코스프레’를 하는데 유니폼 상의와 축구화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는 “원래 매 시즌 FC서울 유니폼을 사기 때문에 유상훈 선수 유니폼 상의는 예전에 구입한 걸 그대로 입으면 됐다. 축구를 자주하기 때문에 축구화도 평소에 신던 걸 신고 나왔다”면서 “하지만 바지가 문제였다. 골키퍼 유니폼 바지는 판매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서 고민 끝에 그나마 FC서울 골키퍼 바지와 비슷한 국가대표 트레이닝복을 급하게 구했다”고 웃었다.

그는 그러면서도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 유상훈의 번호인 31번이 바지에 붙어 있어야 ‘진짜’라고 생각했다. 한용희 군은 “양면 테이프로 숫자 31번을 붙였다”면서 “그런데 스타킹도 문제였다. 유상훈 선수는 유명한 ‘장풍 세리머니’를 할 때도 하늘색 스타킹을 신었는데 이건 정말 구하기가 어려웠다. 고민 끝에 흰색 스타킹에다가 하늘색 테이프를 감았다”고 ‘코스프레’를 위한 노력에 대해 설명했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그는 “가장 따라하기 어려웠던 건 머리 스타일이었다”면서 “얼핏 보기에는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머리 스타일도 유상훈 선수와 비슷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유상훈 선수는 머리가 살짝 긴 편인데 나는 짧아서 그 찰랑찰랑하게 내려오는 머리 느낌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수시로 화장실에 가서 물을 묻혀서 머리를 내렸다. 이걸 구현하는 게 가장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왼쪽)와 유상훈(오른쪽)이 기념 촬영을 했다.

올해 의정부고 졸업사진에는 유상훈 외에도 스포츠 스타들이 더 등장했다. 바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와 스티븐 제라드, 배구선수 이재영 등이었다. 한용희 군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따라한 친구하고는 원래 친하다. 둘이 기념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운 추억을 남겼다”면서 “배구선수 이재영을 따라한 친구도 싱크로율이 굉장히 높다. 유상훈 선수를 잘 모르는 친구들도 있었는데 나한테 누굴 따라한 거냐고 물을 때마다 핸드폰에 저장된 유상훈 선수의 ‘장풍 세리머니’ 사진을 보여줬다. 이제는 친구들이 FC서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웃었다.

의정부고 졸업생들은 졸업사진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재학생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한용희 군은 “우리가 아이디어를 내면 졸업생 선배님들께서 코스프레를 위한 지원금도 보내주시겠다는 말씀도 해주셨다”면서 “시험 기간이 겹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지 못한 학생들도 있다. 학생회에서는 그런 학생들을 위해 올해 이슈나 화제의 드라마를 추천해 주기도 했다. 우리끼리는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고 추억을 쌓는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한용희 군이 졸업사진 촬영 모습을 자신의 SNS에 올린 뒤 깜짝 놀랄 일도 벌어졌다. 유상훈이 직접 그의 SNS에 찾아와 ‘좋아요’와 함께 댓글과 이모티콘을 남긴 것이다. 한용희 군은 “유상훈 선수와는 R리그 때와 훈련 때 찾아가 사인을 받은 게 전부인데 SNS까지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평생 남을 졸업사진에 유상훈 선수를 코스프레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면서 “나도 취미로 축구를 하고 있지만 늘 유상훈 선수를 닮아가려고 노력 중이다. 학교에서나 조기축구회에서 선방을 하면 나도 장풍 세리머니를 선보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누구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FC서울 선수들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한용희 군은 “FC서울은 누구다 다 알고 있는 높은 수준의 팀이었다”면서 “성적이 좋지 않건, 성적이 좋아지건 관계없이 팬들은 선수들 뒤를 지킬 것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말고 선수들이 투지 있게 경기장에서 뛰어주셨으면 한다”고 응원의 말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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