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버드 돌아온 데얀, 수원삼성은 야유로 응답했다


대구FC 데얀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수원=명재영 기자] 수원과 데얀의 만남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하나원큐 K리그1 2020 14라운드 수원삼성과 대구FC의 경기가 열렸다. 최하위권 탈출을 노리는 수원은 경기 내내 대구를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골을 터트리지 못했고 후반 42분 대구 에드가가 극적인 골을 터트리면서 대구의 1-0 승리로 끝났다.

이날 이병근 감독대행이 이끄는 원정팀 대구의 최전방에는 데얀이 선발로 나섰다. 데얀은 2018년부터 지난 해까지 2년 동안 수원의 유니폼을 입고 빅버드의 그라운드를 누빈 바 있다. 특히 수원의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FC서울로부터 2017년 말 자유계약으로 이적해 K리그 이적사(史)의 새로운 장을 쓰기도 한 인물이다.

충격적인 이적이었지만 데얀과 수원의 궁합은 나쁘지 않았다. 이적 첫해 리그에서 33경기 출전 13골을 기록하면서 팀 내 최고 득점자로 우뚝 섰다. 특히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9골을 기록하면서 팀의 우승 도전을 앞장서서 견인하기도 했다.

문제는 다음 시즌이었다. 2019년 이임생 감독이 서정원 감독의 후임으로 수원에 부임하면서 데얀 길들이기에 나섰다. 하지만 개성이 강하기로 유명한 데얀은 이임생 감독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출장 시간에 대한 이견이 생기면서 데얀의 팀 내 입지는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결국 데얀은 2019년 리그에서 3골에 그쳤다. 2007년 K리그 입성 이후 최악의 기록이었다. 팀이 FA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었지만 데얀의 역할은 없었다.

그렇게 데얀과 수원의 인연은 마무리됐다. 1981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마흔 살에 접어든 데얀은 명예를 회복하고 은퇴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고 대구와 연이 닿아 하늘색 유니폼을 입었다. 흔하디흔한 이적 속에서 수원과 데얀의 인연은 추억으로만 남는듯 했지만 사건은 지난 6월 터졌다. 대구와 수원의 맞대결에 출전한 데얀은 경기 종료 직전 팀의 승리를 자축하는 쐐기 골을 터트리고 수원 벤치 앞으로 달려가 득점을 자축했다.

당시 일주일 전 열린 서울전에서 데얀은 골을 터트렸지만 세레머니를 자제했다. 오랜 시간 함께 한 친정팀에 대한 데얀 나름의 의리였다. 사실 수원 시절에도 데얀은 슈퍼매치에서 골을 터트린 후에도 세레머니를 펼치지 않았다. 서울 팬들은 이미 데얀을 배신자로 규정하고 공을 잡을 때마다 야유를 던졌지만 데얀은 끝까지 서울에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수원에는 첫 맞대결에서 바로 화끈한 세레머니를 선보이면서 수원 팬심에 불을 붙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코로나 19 이후 첫 유관중 경기에서 데얀은 오랜만에 수원의 그라운드를 밟았다. 수원 팬들은 데얀에 강한 적대심을 드러냈다. 데얀이 공을 잡을 때마다 경기장을 뒤덮는 야유로 데얀을 맞이했다. 좌석 간 거리 유지와 응원을 할 수 없는 환경이었지만 데얀에 대한 야유만큼은 멈추지 않았다.

경기는 또다시 대구의 승리로 끝났다. 수원이 경기 내내 대구를 압도했지만 골을 터트리지 못했고 대구 에드가가 경기 종료 직전 수원의 골망을 시원하게 흔들면서 대구가 승점 3점을 챙겼다. 수원은 이날도 리그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후반에 교체 아웃된 데얀은 누구보다 기쁜 모습이었다. 덩실덩실 춤을 추며 선수들과 극적인 승리를 자축했다.

그 앞에는 허탈한 표정의 수원 팬들이 있었다. K리그에는 이적한 선수가 친정팀으로 첫 원정 경기를 가면 경기를 마친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관행 아닌 관행이 있지만 데얀은 단체 사진 촬영 후 곧바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수원과 데얀의 좋은 추억은 이제 없다. 새로운 악연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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