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라리가 4호’ 김영규가 K4리그 시흥까지 오게 된 사연


[스포츠니어스|시흥=전영민 기자] 김영규. 축구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름이다. 1995년생인 김영규는 지난 2012년 스페인 UD 알메리아 B팀에 입단하며 유럽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19살이던 지난 2013년 8월에는 비야레알과의 2013-2014 프리메라리가 1라운드 홈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되며 꿈에 그리던 라리가 무대를 밟는데 성공했다. 이천수, 이호진, 박주영에 이어 김영규가 한국인 네 번째 프리메라리거로 역사에 이름을 새기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후 펼쳐진 그의 축구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레알 아빌레스, UD멜리야, NK 이스트라, 메리다AD 등 여러 팀에서 임대 생활을 전전했고 결국 이번 7월 K4리그에 속한 시흥시민축구단 유니폼을 입으며 국내로 돌아오게 됐다. 먼 길을 돌고 돌아 시흥에 입단하게 된 김영규다. 28일 오후 시흥의 홈구장인 정왕동체육공원에서 <스포츠니어스>와 만난 김영규는 시흥에 오게 된 과정을 언급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엔 작년 여름에 들어왔다. 그리고 올 겨울 파주시민축구단에 입단하려고 했지만 팀의 정원이 가득 차서 아쉽게 들어가지 못했다”며 운을 뗀 김영규는 “팀이 없는 동안에 고향인 경상도 풍기에서 은사님의 도움으로 모 대학교 팀에서 운동을 했다. 시흥에 온 지는 아직 1주일도 안 됐다. 팀에서 훈련을 하다 보니까 컨디션이 그나마 조금 올라오긴 했지만 조금 더 컨디션이 나아질 필요가 있다”고 그간의 근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김영규는 조금 더 상세한 이야기를 덧붙였다. “2월부터 시작해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일을 하고 있다. 원래는 파주에서 근무를 하다가 시흥 근처로 근무지를 변경했다”는 김영규는 “푸드마켓이라고 식품들을 받아 어르신들이나, 장애인 센터, 아동 센터 등에 나눠드리는 일을 하는 곳에서 근무 중이다. 사회복무요원 근무지 중엔 힘든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지하철역, 하수처리장, 요양원, 푸드마켓이 힘들다고 하더라. 그렇게 일을 끝내고 퇴근해 저녁 7시 30분쯤에는 팀 운동을 한다. 아직 이런 생활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 몸이 힘들긴 하다”며 웃었다.

ⓒ 대한축구협회

자연스레 이야기는 스페인 시절로 흘렀다. 이천수, 이호진, 박주영에 이어 한국인 네 번째 프리메라리거로 이름을 남긴 그였기에 많은 궁금증이 있었다. “한국 음식이 많이 그리웠다. 스페인에서 10년 정도 생활했다”는 김영규는 “알메리아와 총 7년 계약을 맺었었다. 팀에서 나를 좋게 봐주셨다. 스페인 팀들은 1군 팀 말고도 B팀이 따로 있다. 월반이 가능해 B팀에서 뛰다가 콜이 오면 1군에 가서 운동을 하고 경기를 뛰는 구조였다. 알메리아 B팀은 3부리그에 있었다. 2013년에 1군에 콜업이 되어 라리가 데뷔전을 치렀고 이후에도 1군 팀과 함께 계속 훈련을 했지만 팀 성적이 쳐지다 보니까 기회를 덜 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B팀에 가서 경기를 나갔다. 하지만 이후에 B팀 감독이 바뀌며 새 감독이 나랑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고 그래서 임대를 갔다 왔다”고 전했다.

16살 때부터 시작된 김영규의 스페인 생활이었다. 스페인과 아무런 인연도 없고 스페인어도 할 줄 모르는 그였기에 어린 나이에 시작한 타지 생활은 쉽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그에게 힘이 된 한 한국인 친구가 있었다. “한국인 최초로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팀에 입단한 김우홍이라는 친구와 함께 스카우트 되어서 스페인으로 넘어갔다. 알메리아에서 함께 뛰다가 그 친구는 몇 년 뒤에 데포르티보로 갔다. 원래 9살 때부터 함께 축구를 했던 친구다. 스페인에서 우홍이에게 의지를 많이 했고 지금도 의지가 많이 된다. 우홍이도 지금은 나처럼 K4리그 팀인 FC남동에서 뛰고 있다.”

하지만 10년간 계속됐던 김영규의 스페인 시절 중 김우홍과 함께한 시간은 3년 정도에 불과했다. 2014년 여름 김우홍이 데포르티보 유니폼을 입으며 알메리아를 떠났기 때문이다. “우홍이와 싸우기도 참 많이 싸웠다”며 웃은 김영규는 “우홍이가 떠난 후에는 혼자 원룸 생활을 하며 스페인 친구들이랑 지내야만 했다. 당시엔 숙소 생활을 하지 않아서 출퇴근을 했다. 물론 어느 나라든 인종차별이 있긴 하지만 내가 내성적인 성격이 아니라 지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누가 나를 차별하고 하는 행동들에 대해서 내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기도 했다. 하지만 스페인에 아시아인들이 몇 없다 보니까 원정 경기를 가게 되면 상대팀 팬들이 경기 중에 내게 욕을 많이 했던 기억은 있다”고 다시 한 번 과거를 되돌아봤다.

많은 주목을 받으며 어린 나이에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영규지만 그에 관해 알려진 사실은 스페인에서 오랜 기간을 지냈다는 점과 한국인 라리가 4호 선수라는 점을 제외하고는 많이 없다. 더불어 166cm의 작은 키에 공격 지역에서 주로 활약한다는 점 역시 알려진 사실 중 하나다. 본인의 스타일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부탁하자 김영규는 “그간 축구를 하면서 주로 윙으로 뛰었다. 가끔씩은 중앙 미드필더를 보기도 했다”며 “오른발을 주로 쓰고 왼쪽, 오른쪽 윙어 소화가 다 가능하다. 하지만 시흥에선 다르다. 감독님이 어떤 자리에 날 투입하던 그것조차 기회라고 생각하고 뛰어야 한다”고 말했다.


ⓒ 알메리아 공식 홈페이지

김영규는 19살의 나이에 라리가에 데뷔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의 축구 인생은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2018년 하반기에는 스페인을 떠나 크로아티아 NK이스트라에 잠시 몸담기도 했다. “내가 뛰던 스페인 팀에서 한 프랑스 2부리그 팀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원래는 프랑스로 갈뻔했다”는 김영규는 “그런데 내 소속팀이 NK이스트라의 지분도 가지고 있어서 이스트라로 가게 되었다. 크로아티아는 스페인과는 또 달랐다. 체격 좋은 선수들이 많았고 힘 축구를 구사했다. 또 팀 배경상 스페인 선수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도 스페인 사람들이 많았다. 이스트라가 작은 해양도시였다. 바닷물이 깨끗하고 여름에 사람들이 휴양하러 많이 오는 도시였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김영규는 “한국 사람을 한 번도 보지 못했을 정도로 이스트라가 작은 도시였다. 하지만 내가 스페인어에 능통하고 주변에 스페인 사람이 많으니 문제는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문제가 터졌다. 팀에 합류하자마자 나를 데려온 디렉터가 구단과 갈등이 있어서 경질을 당한 것이다. 거기서부터 꼬이기 시작했다. 그 디렉터가 데려온 선수들이 모두 배제를 당했다. 감독도 경질을 당하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래서 선수단의 반 이상이 후반기에 팀에서 나갔다. 원래는 이스트라와 2년 계약을 체결했는데 6개월밖에 있지 못했다. 그 팀에서는 적응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내가 구단에 계약해지를 요청하고 스스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큰 마음을 먹고 도전했던 그의 크로아티아 생활은 결국 허무하게 끝났다. 그렇게 다시 스페인 원소속팀으로 복귀한 김영규. 하지만 이제는 미래를 생각해야 할 나이였다. 마냥 어리다고 할 수 없는 20대 중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에이전트가 스페인 사람이었는데 그분에게 군대 이야기를 꺼냈다. 이제 군대를 가야 하는 나이였다. 다행히 당시에 손흥민 선수의 병역 관련 보도가 유럽에서 많이 나왔고 그래서 에이전트도 한국 선수들은 군대를 가야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결국 작년 여름에 스페인에서 나왔다. 다시 스페인에서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마지막 기회’라고도 생각을 했는데 스페인 내에서 이적 시기를 놓쳤고 결국 한국으로 오는 걸로 정리를 했다.”


ⓒ 알메리아 공식 홈페이지

그렇게 돌고 돌아 김영규가 당도한 곳은 프로 팀이 아닌 K4리그 소속 시흥이었다. 올 시즌부터 K3리그 팀들이 사회복무요원 선수를 받지 않기에 김영규로선 K4리그 팀 중 정착지를 고를 필요가 있었고 결국 그는 시흥을 택했다. 어쩌면 ‘한국인 4호 프리메라리거’라는 그의 화려한 수식어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 있는 세미프로무대에서의 도전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에 집중하며 다시 한 번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기회를 한 번 만들어보자’는 심정으로 운동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좋은 기회가 이제야 내게 온 것 같다. 올 시즌 조금이라도 팀에 보탬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팀을 K3리그로 승격시키고 많은 골을 넣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공백 기간이 있었다 보니 지금은 팀에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김영규는 젊다면 젊다고 할 수 있고 많다면 많다고 할 수 있는 26살의 나이로 K4리그 무대에 도전 중이다. 혹자는 한때 라리가를 누비던 그가 K4리그에서 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실패자’라고 단정지을 수도 있다. 그러나 김영규는 자신을 바라보는 외부적인 시선에 집착하기 보다 본인에게 주어진 이 기회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진심으로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지금 내게 주어진 이 상황에서 잘해보자는 것이 내 현재 목표다. 아직 축구 인생의 장기적 목표를 세우진 않았다. 60% 정도의 몸 상태이고 팀에도 적응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 군 생활도 아직 많이 남았다. 내년 11월에 소집해제를 한다.”

henry412@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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