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회] 대구FC 이병근 감독대행은 정식 감독이 되어야 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대행’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남을 대신하여 어떤 권한이나 직무를 행하는 사람’이라고 나온다. ‘감독 대행’이라는 단어는 ‘남을 대신하여 감독의 권한이나 직무를 행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대구FC 이병근 감독대행은 5개월 넘게 ‘대행’ 역할을 수행 중이다. 대구FC는 지난 2월 안드레 감독이 팀을 떠나자 수석코치였던 그에게 감독대행 역할을 맡겼다. 사전적인 의미로 해석하자면 5개월 넘게 남을 대신하여 감독의 권한과 직무를 행하고 있다.

이제는 대구FC가 이병근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해야 한다. ‘대행’이라는 건 말 그대로 임시적인 역할이다. 감독이 부재 중인 상황이 될 때 급하게 그 역할을 대신하기 위한 임시 직함이다. 감독대행이 5개월 넘게 유지되고 있다는 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면 다른 감독을 선임해야 하고 성적이 만족스럽다면 그를 정식 감독으로 임명해야 한다. 안드레 감독은 지난 2월에 떠났는데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올 때까지도 감독대행이 팀을 이끈다는 건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이병근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임명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대구FC는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지만 현재 6승 4무 3패를 기록하며 리그 5위에 올라있다. 지난 라운드 부산아이파크와의 홈 경기에서는 3-0 대승을 거뒀다. 감독들의 스타일이 달라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병수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강원FC보다도 순위가 한 계단 높다. 강원FC와의 승점은 7점이나 벌어졌다. 대구FC는 3위와 4위인 포항, 상주를 승점 2점차로 위협하고 있다.

대구FC는 올 시즌을 힘겹게 시작했다. 중국 쿤밍 전지훈련 중 안드레 감독이 갑작스럽게 팀을 떠났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쳤다. 중국에서 급하게 돌아와 경남 남해에서 사실상의 자가격리와 다를 바 없는 훈련을 했고 실전 감각도 다른 팀들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연습경기 일정을 잡는 것조차 쉽지 않았고 선수단이 대구로 복귀한 이후에는 코로나19가 대구에 급속도로 퍼지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올 시즌 대구FC가 개막 후 네 경기 동안 승리하지 못한 상황은 이런 일들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대구FC는 이후 이를 극복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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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대구FC는 에드가가 부상을 당한 가운데 데얀이 살아나며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FC서울에서의 마지막과 수원삼성에서의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많은 걱정을 안겼던 데얀이 40세의 나이로 대구FC에서는 펄펄 날고 있다. 팀 동료들과 구단 고위층 등 선수단 모두가 합심한 결과겠지만 이병근 감독대행의 공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세징야도 살아났고 정승원도 맹활약 중이다. 올 시즌 대구는 13경기에서 25골을 넣고 16골만을 내주며 공격과 수비 모두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팀의 지도자라면 좋은 평가를 내려야 마땅하다.

이병근 감독대행을 정식으로 선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리그에서 5위에 올라 있는 팀에서 이렇게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임명하지 않은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 감독대행이라는 건 이제 막 감독이 팀을 떠나 새로운 감독을 물색 중인 인천유나이티드나 수원삼성에 어울리는 단어다. 대구FC에는 걸맞는 단어는 아니다. 더군다나 이병근 감독대행은 정식 감독이 될 수 있는 P급 지도자 자격증도 갖추고 있다. P급 지도자 자격증이 없어 60일 동안만 임시로 감독을 할 수 있는 다른 구단의 상황과는 다르다.

감독과 감독대행의 차이는 크다. 과거 인천유나이티드 김봉길 감독은 “감독대행은 선수들을 지도할 때도 정식 감독처럼 의견을 내기가 어렵다”면서 “감독대행 시절에는 ‘대행’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오히려 내가 선수들에게 적극적으로 뭔가를 주문하는 게 눈치가 보였다. 경기장에 나갈 때 양복을 입는 것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했다. 양복을 입으면 ‘자기가 감독인 줄 안다’라는 말을 들을까봐 일부러 더 트레이닝복을 고수했다”고 말한 바 있다. 감독과 감독대행은 이렇게 선수들을 대하는 지도자의 자세에도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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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길 감독대행은 정식 감독이 되기 전 선수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받았다. “경기장에 나갈 때 양복을 입어달라”는 것이었다. 선수들이 그를 감독으로 인정한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김봉길 감독대행이 주위의 눈치가 보인다는 이유로 이를 고사하자 선수단은 돈을 모아 양복 한 벌을 선물했다. 그러면서 “이 양복을 입고 벤치에 앉아달라”고 했다. 그렇게 그는 선수들의 지지를 받았다. 감독과 감독대행이라는 단어는 이렇게 차이가 크다. 감독대행은 본인 스스로 감독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 힘을 실어주려면 ‘대행’ 꼬리표를 떼 줘야 한다.

성적이 안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선수단 장악 능력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2010년부터 경남FC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미 경남FC와 수원삼성에서 지도자로서의 경험도 풍부하게 쌓았다. 프로 감독에게 필요한 지도자 자격증도 이미 땄다. 정식 감독 선임에 지지부진할 이유가 없다. 반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검증이 끝났어도 여러 번 끝났다. 아니다 싶으면 작별하고 맞다 싶으면 정식 감독이 되어야 한다. 물론 나는 후자다. 지금 이병근 감독대행이 감독이 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대구FC는 지난 달 태국 무앙통 유나이티드를 이끌고 있는 가마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엄연히 이병근 감독대행이 팀을 이끌고 있는데 다른 지도자가 감독 후보로 부상하는 건 지도자로서도 꽤 치욕적인 일이다. 여기에 조광래 대표이사가 선수단 운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한다는 소문도 있다. 소문을 일단락하고 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고 팀이 더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이병근 감독대행을 정식 감독으로 선임하면 된다. 감독대행이 반 년 가까이 이뤄진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이병근 감독대행은 대구FC의 정식 감독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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