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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안양=김현회 기자] K리그에 등장하는 ‘위장 포메이션’에 모두가 당황했다.

5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FC안양과 제주유나이티드의 경기는 혼돈 그 자체였다. 두 팀 모두 사전에 언론과 팬에 서비스용으로 제공되는 포메이션을 실제로 다르게 적어 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K리그에서 자주 있는 일이다. 사전에 제출하는 이 포메이션이 꼭 실제와 같아야 한다는 의무는 없다. 구단은 포백을 스리백으로 표기하거나 투톱을 스리톱으로 표기하는 등 변화를 준다. 사전에 취재진과 만나는 양 팀 감독도 상대팀 선발 포메이션을 보면 “스리백인데 포백이라고 해놨네”라고 ‘위장 포메이션’을 간파하고 있을 정도다.

이 정도는 애교로 통하는 K리그에서 안양-제주전은 충격과 혼란의 연속이었다. 김형열 감독이 경기 전 제출한 포메이션은 3-4-3이었다. 실제로도 경기가 시작되자 선수들은 이 자리에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포메이션상의 선수와 실제 선수의 위치가 달랐다. 김형열 감독은 미드필드 네 명에 이선걸과 닐손주니어, 맹성웅, 박요한을 적어 냈고 최전방 스리톱으로는 구본혁과 김경민, 권용현을 써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닐손주니어가 최전방 공격수였다. 안양은 최근 들어 공격이 풀리지 않자 닐손주니어를 줄곧 공격수로 활용 중이다. 중앙 수비수와 수비형 미드필더가 더 익숙한 선수지만 최근 안양에서는 공격수로 활용되고 있다. 실제 안양은 이선걸과 구본혁, 맹성웅, 박요한이 미드필더로 나섰고 권용현과 닐손주니어, 김경민이 스리톱을 구축했다. 닐손주니어는 최전방과 중원을 오가며 플레이했다.

더 놀라운 건 제주의 포메이션이었다. 이날 제주는 3-4-3 포메이션을 써냈다. 백동규와 임동혁, 김오규가 스리백으로 나서고 정운과 이창민, 김영욱, 정우재가 미드필더로 나설 것이라고 공표했다. 서진수와 주민규, 안현범의 스리톱을 예고했다. 하지만 실제 경기가 시작되자 놀라운 반전이 있었다. 보통 공격과 수비 숫자가 달라지는 경우는 있지만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그런데 제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카드를 꺼냈다.

실제로도 중앙 수비수가 주포지션인 임동혁은 이날 제주가 경기 전 적어낸 포메이션지에도 중앙 수비수로 표기돼 있었다. 모두가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임동혁은 제주 수비 그 어떤 위치에도 없었다. 임동혁은 최전방에서 주민규와 투톱을 구성해 서 있었다. 제주는 실제로는 3-5-2에 가까운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임동혁의 최전방 기용은 놀라운 일이었고 ‘위장 포메이션’에 모두가 완벽히 속았다.

한 명 한 명 위치를 엄밀히 따져가면서 경기를 보지는 않는 이들에게도 이런 ‘위장 포메이션’은 혼란스러웠다. 경기가 시작되고 15분여가 흐른 뒤 기자석 옆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최대호 안양시장이 외쳤다. “20번은 왜 수비수인데 저기 맨 앞에 서 있어?” 이후 최대호 시장이 장철혁 단장에게 이의제기(?)를 했다. “저 선수 자리가 왜 저기죠? 이상하지 않아요?” 장철혁 단장도 언론과 팬에게 제공해 포메이션을 그때서야 본 뒤 “어 그러네”라고 외쳤다.

아주 작은 소동이 이어졌다. 장철혁 단장은 안양 구단의 선수 출신 전문가를 찾아 이 문제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이 전문가가 잠시 상황을 설명했다. 어느 정도는 감안하고 본다는 경기 전 포메이션지가 실제와 전혀 다르자 현장에서는 혼란스러워 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이 포메이션은 경기 전 감독이 구단 스태프에 전달하면 그대로 공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면서 “양 팀 감독의 의중이 반영된 ‘위장 포메이션’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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