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수도’ 수원삼성, 무너지는 속도가 우려할 수준 넘어섰다


수원삼성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니어스 | 수원=명재영 기자] 몇 골을 넣어야 승리할 수 있을까.

수원삼성이 또다시 승리를 놓쳤다. 4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10라운드에서 FC서울을 상대로 3-3 무승부를 거뒀다. 후반 초반까지 3-1로 앞서갔지만 순식간에 두 골을 내주면서 승리에 실패한 것이다. 서울을 상대로 리그에서 17경기 연속 무승이다. 라이벌전의 치열함과 긴장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슈퍼매치는 서울의 승점 보장 경기가 됐다. 수원은 이번 라운드가 끝나면 11위로 추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됐다.

슈퍼매치 무승 행진은 이제 수원에는 점점 익숙한 일이 돼 가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들도 워낙 많이 쌓여 있다. 이날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도 단골 질문이었던 슈퍼매치 무승에 대한 질문은 나오지 않았다. 수원의 가장 큰 문제는 이기지 못한다는 점이다. 재밌는 경기는 둘째치고 세 골씩 골을 퍼부어도 결국 종료 휘슬이 울릴 때는 고개를 숙이고 만다.

수원은 올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서 12경기를 치렀다. 그중 승리는 두 경기다. 최하위 인천유나이티드와 11위 성남FC를 상대로 힘겹게 승리를 따냈다. 물론 나머지 경기의 내용이 모두 최악 수준은 아니었다. 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울산현대로는 상대로 두 골을 먼저 넣기도 했었다. 하지만 세 골을 내주면서 역전패 했다. 다른 경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렵게 한 골을 넣어도 약속이나 한 듯 막판에 실점하는 모습이 반복되면서 무승부나 상대에게 극적인 승리를 내줬다.

많은 이들이 모기업의 지원을 부진의 원인으로 가장 크게 꼽는다. 같이 따라오는 사연들이 많다. “줄어가는 예산 속에 시설 고정비용도 크다” 등 안타까운 이야기가 나온다. 틀린 정보는 아니다. 수원은 전방위적으로 예산 압박을 받고 있고 올 시즌 특히 꼬인 부분이 많아지면서 어렵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수원의 상황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을까. 유일하게 팀의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들을 수 있는 기자회견에서는 계속되는 실점 문제에 대해 “소통으로 극복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이 몇 경기 째 이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개선된 경기는 아직 없었다. 예산 탓만 하기에는 “비겁한 변명입니다”라는 한 영화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이적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수원에는 딱히 없다. 국가대표급 자원의 이탈이 몇 년 동안 이어졌는데 이번 홍철의 이적으로 더 이상 현역 국가대표는 수원에 없다. 팬들은 점점 자조적인 자세로 기대를 하나씩 내려놓고 있다. 기대할 영입도 없을 것이고, 반전할 가능성도 그다지 없다는 것이다.

질 수도 있고 하위권으로 시즌을 마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팀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의 수원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팬들의 신뢰를 잃는다. 1995년 창단 후 20여 년 동안 수원은 멋지게 신뢰를 쌓아왔다. 하지만 최근 5년, 무너지는 속도가 우려할 만한 수준을 넘었다. 팬들이 다시 경기장을 찾을 날이 왔을 때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할까.

hanno@sports-g.com

이 기사의 단축 URL은 https://www.sports-g.com/qktEw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