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K리그1 팀인 인천유나이티드를 상대하는 K리그2 소속의 수원FC 백업 명단에는 다섯 명의 선수밖에 없었다. 왜 일까.

수원FC는 인천유나이티드와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에서 전후반 두 골씩을 주고 받은 뒤 승부차기에서 5-4 승리를 거뒀다. 120분간의 혈투 끝에 이날 승리를 거둔 수원FC는 부산아이파크와 FA컵 16강에서 격돌하게 됐다.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도균 감독은 “1부리그 팀을 맞이해서 힘든 경기했다”면서 “상대가 베스트 멤버가 아니더라도 1부리그 선수들이다. 우리 선수들은 K리그2에서 경기에 잘 나가지 못했던 선수들 위주로 멤버 구성을 했는데 젊은 선수들이 120% 뛰어준 점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한다. 충분히 이길만한 경기였다”고 만족해 했다.

특히나 이날 수원FC는 백업 명단에 다섯 명의 선수만을 넣었다. 규정상 7명의 선수까지 백업 명단에 포함시킬 수 있었지만 수원FC는 경기 전 아예 백업 명단을 다섯 명으로 줄였다. 이 중 골키퍼인 이시환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경기 도중 전술 변화나 체력 안배를 위해 투입할 수 있는 선수는 네 명 뿐이었다. 김건웅와 최종환, 정선호, 다닐로만이 몸을 풀었다.

ⓒ대한축구협회

수원FC는 K리그2 경기에서 주전으로 나서는 선수들을 대거 제외했다. 안병준과 유현, 이한샘, 장성재, 조유민 등을 모두 뺐다. 이 선수들은 일반 관중석에서 동료들을 응원하며 경기를 지켜봤다. K리그2에 속한 팀이 K리그1 팀을 상대로 하면서도 대단한 여유(?)였다. 그렇다고 수원FC가 이 경기를 포기한 게 아니다. 수원FC는 전반 전정호가 선취골을 뽑아내며 매서운 활약을 선보였다. 골의 주인공 전종호는 올 시즌 FA컵 2라운드에서 한 차례 교체 출전한 게 전부인 선수였다.

K리그에서는 22세 이하 선수 의무 규정을 준수하지 못하면 선수 교체에 제한이 있어서 일곱 명의 백업 멤버를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FA컵에서 이런 경우는 드물다. 이날 수원FC는 왜 백업 명단을 다섯 명으로만 채웠을까. 이유는 자신감과 믿음,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이날 경기에 나서지 않아 일반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이한샘은 “경기 전부터 감독님께서 이런 선수 명단을 준비했다”면서 “부상 선수와 다음 경기 출전 선수를 제외하고 이런 스쿼드를 구상하셨다”고 말했다.

수원FC는 다가올 4일 서울이랜드와의 하나원큐 K리그2 원정경기를 치른다. 2위 대전하나시티즌에 다득점에서 앞서 1위에 있는 수원FC로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서울이랜드전이 끝나면 한 번씩은 서로를 다 상대하는 거라 의미가 더 깊다. 아무리 체력적인 안배도 중요하지만 다음 경기에 뛸 선수들을 혹시라도 이번 경기 백업 명단에 넣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굳이 백업 명단 두 자리를 비워야했느냐”는 질궂은 질문에 이한샘은 “감독님 결정이다”라면서 “훈련 때부터 준비해 왔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웃었다.

수원FC는 이날 후반 들어 김건웅과 다닐로를 투입했다. 한 장의 교체 카드는 신중을 기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어졌다. 후반 22분 황병권이 근육 경련을 호소하며 쓰러졌기 때문이다. 결국 김도균 감독은 황병권을 대신해 세 번째 교체 카드로 최종환을 선택했다. 4-1-4-1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펼치던 수원FC는 최종환을 투입하며 마지막 교체 카드를 썼다. 김도균 감독은 경기 후 이 이야기가 나오자 웃으면서 “넣을 선수가 없었다. 리그 경기에 나오지 못했던 선수들을 K4리그로 임대 보냈다. 선수 구성 자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대한축구협회

그러면서 그는 “선수단 인원수가 부득이하게 줄다 보니 16명으로 경기에 임해야 했다”면서 “최대한 오랜 시간 끌고 간 뒤 후반에 김건웅이나 최종환, 다닐로 등을 투입할 생각이었다. 이 선수들은 경기를 꾸준히 해왔기 때문에 최대한 다른 선수들이 시간을 끌어주면 적은 시간만 투입하려고 했다. 그런데 전반전부터 워낙 선수들이 많이 뛰다보니 쥐가 난 선수들이 많았고 교체를 일찍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후반 중반에 이미 교체 카드를 석 장 모두 쓴 수원FC는 후반 막판이 돼서야 다시 이시환과 정선호에게 몸을 풀 것을 지시했다. 연장전에 돌입하면 한 명의 선수를 추가적으로 교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김도균 감독은 연장전이 시작하자마자 김주엽을 빼고 정선호를 투입하며 또 다시 교체 카드를 모두 소진했다. 백업 명단에 든 선수 중 골키퍼 이시환을 제외한 모두를 활용한 것이었다.

김도균 감독은 “주전급 선수들에게 후반 25분에서 30분 정도만 소화시킬 생각이었지만 연장전에 가다보니 뛰는 시간이 배로 늘었다”면서 “오늘 경기는 경기 시작 전부터 경기 감각이 부족한 선수들을 투입하다보니 체력적인 걱정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일단은 승리가 더 기쁘다. FA컵 16강 부산전을 2주 후에 하는데 그때까지는 선수 몇 명이 더 영입될 것이다. 경기 운영에 여유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부산과의 16강은 욕심을 내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수원FC는 이날 승리도 승리지만 오는 4일 서울이랜드와의 경기를 앞두고 주전 선수들에게 대거 휴식을 줬다는 점도 중요하다. 더군다나 서울이랜드는 같은 날 제주와의 FA컵을 위해 원정을 떠났다가 돌아오는 강행군이다. 김도균 감독은 “아직 저쪽(서울이랜드)의 오늘 멤버를 확인하지 못했다. 레안드로가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서울이랜드는 젊은 팀이다. 부천전에서 세밀한 축구를 했다”면서 “오늘 우리가 주전급 선수들을 아낀 건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상대팀에 맞춰 축구를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색깔을 지속적으로 보여야 한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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