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니어스|강릉=조성룡 기자] "여기 혹 입장 안됩니까?"

1일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하나은행 FA컵 3라운드 강원FC와 강릉시청의 경기는 지역에서 주목할 만한 한 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강원과 강릉은 모두 강릉종합운동장을 홈 구장으로 사용한다. 강원은 창단할 당시 강릉종합운동장을 홈으로 사용하다가 평창 알펜시아, 춘천 송암레포츠타운 등을 홈 구장으로 활용했고 올 시즌부터 홈 경기의 절반 가량을 강릉에서 소화한다. 강릉시청은 창단 이후 쭉 이곳이 홈이었다.

두 팀의 맞대결은 이번 경기가 처음이다. 연습경기를 제외하고 공식 경기에서 지금까지 이들이 만난 적은 없다. 일종의 '강릉 더비'가 탄생한 셈이다. 일부 지역언론에서는 두 팀의 맞대결을 강릉의 옛 지명 이름을 따 '하슬라 더비'라고 붙였다. 강릉은 강릉제일고와 강릉중앙고의 '강릉 정기전'으로 유명한 고장이다. 여기에 걸맞는 새로운 강릉 더비가 탄생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이 경기는 무관중으로 열렸다. 코로나19 사태를 위해 내린 결정이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만일 이번 경기가 유관중으로 열렸다면 제법 많은 관중이 들어찼을 것이다"라면서 "강릉에는 창단 초기 강원 팬들도 많고 꾸준히 강릉시청을 응원하는 지역민들도 많다. 볼 만한 더비 경기가 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강릉종합운동장 주변에는 많지 않지만 꾸준히 사람들이 지나다녔다. 경기장 외부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무관중 경기로 진행한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사람들은 경호원에게 "경기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무관중인 상황을 알지만 강원과 강릉의 맞대결을 보고 싶다는 마음에 그런 질문을 한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와 경호원에게 "후반전이라도 볼 수 없는가. 경기장 밖에서라도 구경할 수 없는가"라고 묻던 한 노인은 "강릉이 1-0으로 앞선 채 전반전을 마쳤다"라는 소식을 전해주자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나는 무조건 강릉을 응원한다"라면서 "강릉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은 강릉시청이다. 강릉시청이 우리 동네의 대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K리그1과 K3리그 팀의 맞대결이었지만 강릉 더비답게 경기는 치열하게 전개됐다. 현장의 관계자들도 탄성을 지르며 제법 뜨거운 경기를 연출했다. 거친 장면도 여럿 나왔고 팽팽하게 힘겨루기를 하기도 했다. 그리고 연장 혈투 끝에 역사적인 강릉 더비의 첫 승리는 강원의 차지였다. 두 팀의 경기 모습은 향후 유관중으로 전환된 이후 다시 한 번 만날 날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wisdragon@sports-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