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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홍인택 기자] 임완섭 감독이 28일 인천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지난 2월 6일 선임이 발표된 지 143일 만이다.

임완섭 감독이 이끈 인천유나이티드는 2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0 FC서울과의 경기에서 0-1로 패배하면서 시즌 개막 후 7연패를 기록했다. 하루 뒤인 28일 인천유나이티드는 임완섭 감독의 사임을 발표했다.

지난 시즌 K리그2 안산그리너스를 이끌고 5위라는 인상적인 성적을 거뒀던 임완섭 감독은 유상철 감독의 뒤를 이어 인천의 지휘봉을 잡았다. 안산을 지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인천의 짠물 수비를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그리고 인천은 임완섭 감독의 지휘 아래 9경기에서 두 번의 무승부와 일곱 번의 패배를 당했다. 단 한 번의 승리도 맛보지 못한 씁쓸한 결말이다. 결국 책임을 통감한 임완섭 감독이 인천 감독직에서 사퇴하게 됐다.

코로나 사태로 리그 개막이 연기된 상황이었다. 그만큼 이번 시즌 경기 수도 줄었다. 임완섭 감독도 시즌 초반 승점 사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주전 선수층이 그리 두텁지 않은 만큼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실제로 시즌 초반 승점 사냥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7경기 동안 인천이 거둔 승점은 '0'이다. 남은 경기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인천은 승점 2점만을 벌어들인 채 최하위로 떨어졌다.

나쁘지 않은 시작

임완섭 체제로 시작한 인천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 5월 9일 시즌 첫 경기였던 대구FC와의 경기에서 마하지를 세징야에게 전담 마크 시키며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빠른 역습으로 대표되는 대구의 공격을 꽁꽁 묶으며 0-0 무승부를 거두고 승점 1점을 획득했다.

새롭게 김남일 감독을 선임하며 '공격축구'를 선언한 성남FC를 상대로도 무실점으로 경기를 틀어막는 결과를 보여줬다. 성남은 변화무쌍한 포지션 변경을 통해 인천을 공략했지만 인천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홈에서도 원정에서도 버틸 수 있다는 힘을 보여주며 시즌 개막 후 두 경기에서 승점 2점을 얻었다.

시즌 초반부터 강등권에서 사투를 펼치던 인천으로서는 괜찮은 시작이었다. 공격 면에서 답답한 측면이 발견되면서 득점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지만 곧 해결될 수 있을 줄 알았다. 인천의 주포 무고사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무고사의 몸 상태가 회복되고 케힌데의 피지컬을 살린다면 공격 면에서도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안고 시작했다.

해결되지 않은 공격, 결국 최하위로

그러나 5월 23일 수원삼성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인천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반전 동안 끈질기게 버텼지만 후반 15분 염기훈에게 한 골을 실점하며 0-1로 패배했다. 이어진 5월 31일 포항전에서는 득점을 위해 전체적인 선수들의 위치를 위로 올린 게 화근이 됐다. 2실점 이후 김호남이 시즌 첫 골을 터뜨리며 만회했지만 후반전 두 골을 더 실점하면서 1-4 대패를 당했다.

이어진 6월 5일 강원FC와의 경기에서는 김호남이 전반 22분 선제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지만 2분 뒤 채광훈에게 바로 실점하며 기회를 놓쳤다. 추가 득점에 실패한 인천은 결국 경기 종료를 앞둔 후반 41분 고무열에게 역전골을 허용하며 승점을 놓쳤다.

유독 전북현대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던 모습도 이번 시즌에는 좋지 않은 결과로 나타났다. 6월 13일 펼쳐진 전북전 원정 전반전에는 공격수들도 중원 수비에 가담하면서 전북의 득점을 막아냈지만 후반전 시작 후 10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이동국에게 실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고사와 송시우, 김호남마저 침묵하면서 만회할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인천은 순식간에 6경기 동안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최하위로 떨어졌다.

반전의 기회까지 놓친 연패, 결국…

인천으로서는 중요한 경기들이 남아있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K리그2에서 승격한 광주FC와 부산아이파크와의 2연전을 앞두고 있었다. 인천으로서도 현실적인 공략 대상은 이 두 팀이었다. 인천이 광주와 부산을 상대로 승리로 거둔다면 분위기도 반전할 수 있고 강등권에서도 어느 정도 탈출이 가능했다.

게다가 인천으로서는 긍정적인 결과도 기대할 만했다. 임완섭 감독은 이미 지난 시즌 K리그2에서 박진섭 감독의 광주FC와 조덕제 감독의 부산아이파크를 모두 상대해 본 경험이 있었다. 게다가 임완섭 감독의 인천은 안산그리너스의 선수단과 비교해 봤을 때 상대적으로 좋은 자원들로 가득했다. 인천으로서는 이 2연전을 반드시 잡아야 했다.

그러나 인천의 기대는 무너졌다. 6월 17일 광주FC 원정에서 충격적인 경기력을 보여줬다. 그동안 좋은 경기력을 펼쳤던 김연수가 무너지면서 전후반 내내 악몽 같은 경기력을 펼쳤다. 일방적으로 인천의 골문을 두들긴 광주가 펠리페와 김정환의 골로 일찌감치 달아났다. 후반 추가시간이 되어서야 무고사가 만회골을 넣었을 뿐이다.

벼랑 끝까지 몰린 인천은 홈에서도 승점 사냥에 실패했다. 21일 펼쳐진 부산아이파크와의 경기에서 김문환에게 원더골을 허용하면서 결국 0-1 패배를 당했다. 인천으로서는 반드시 잡아야 하는 두 팀에게 모두 패배했다. 홈에서도 원정에서도 패배했다. K리그1에서 8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한 팀은 인천이 유일했다. 가장 중요한 2연전 승리에 실패하면서 최하위 탈출도 무산됐다.

임완섭 체제의 인천은 FC서울전이 마지노선이었다.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경기 결과에 따라 임완섭 감독의 거취가 결정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러나 벼랑 끝으로 몰린 건 서울도 마찬가지였다. 부상에서 돌아온 오스마르가 복귀하고 아드리아노와 윤주태가 살아난 서울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윤영선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이 선언 됐을 때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그마저도 처리하지 못하면서 마지막 반전의 기회를 놓쳤다.

9경기 동안 인천은 두 번의 무승부와 일곱 번의 패배를 거뒀다. 인천이 득점한 골은 김호남의 두 골과 무고사의 한 골이 전부였다. 세 골을 넣는 동안 12골을 실점했다. 야심 찬 포부를 갖고 새롭게 출발한 인천의 임완섭 체제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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