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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수원=김현회 기자] 수원삼성이 상주상무를 상대로 다섯 명의 수비를 세웠다. 그러면서도 0-1로 패했다.

수원삼성은 2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상주상무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10 홈 경기에서 0-1로 졌다. 이날 패배로 수원은 올 시즌 2승 2무 5패 승점 8점으로 10위를 기록하게 됐다. 9위 서울보다는 승점이 1점 앞서 있다.

상대는 상주상무였다. 상주상무는 이 경기 전까지 올 시즌 4승 2무 2패 승점 14점으로 5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상주는 올 시즌을 끝으로 자동 강등이 확정돼 동기부여가 부족하다. 그런데도 이날 경기에서 수원은 엉덩이를 뒤로 쭉 빼고 싸웠다. 예전 같지는 않다지만 K리그 최고 구단 중 하나인 수원이, 그것도 안방에서 상주를 상대로 수비 숫자를 두텁게 두는 건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전술이었다.

수원은 이날 3-5-2 포메이션으로 경기에 임했다. 노동건이 골문을 지켰고 헨리와 민상기, 구대영이 스리백을 구축했다. 김민우와 명준재가 양쪽 측면에 섰고 중원에는 고승범과 염기훈, 박상혁이 포진했다. 김건희와 타가트 투톱이었다. 하지만 말이 좋아 스리백이지 다섯 명의 수비가 후방을 지켰다. 양쪽 윙백 김민우와 명준재도 깊이 수비로 내려왔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친 이임생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장호익을 투입했다. 전술적인 변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장호익은 중앙 수비로 내려갔다. 대신에 구대영을 명준재 자리에 배치했다. 김민우와 헨리, 민상기, 장호익, 구대영 등 다섯 명이 후방에 배치되는 사실상의 파이브백이었다. 이따금씩 김민우와 구대영이 공격 진영으로 올라갔지만 이들의 우선 과제는 수비였다.

파이브백이 90분 동안 가동됐다. 공격은 염기훈의 발 끝에서 시작해 김건희나 타가트가 해결하는 방식이었다. 그나마 헨리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공격으로 올라가면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오히려 포백을 구축한 상주상무의 풀백인 안태현과 배재우의 공격 가담이 더 활발했다. 다시 말하지만 K리그 대표 구단인 수원삼성이, 그것도 안방에서, 그것도 이미 강등이 확정된 군 팀을 상대로 한 전술이다.

수원의 사정을 잘 설명해 주는 전술이다. 지난 대구 원정에서 세 골이나 내준 수원이 승점을 따내려면 수비가 무너지지 않는 게 중요했다. 수원은 대구 원정에서 후반 교체 카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무너졌다. 상주와 맞붙은 이날은 안찬기와 장호익, 양상민, 안토니스, 이종성, 한석희, 크르피치를 백업 명단에 넣었다. 후반 들어 공격적인 변화를 주기에도 애매한 자원이다. 무관중 경기가 아니었으면 경기가 끝나자마자 야유가 터져 나올 만한 경기였다.

수원은 결국 후반 42분 강상우에게 골을 내주며 패했다. 90분 동안 치고 받다가 패하는 일이야 축구에서 늘 일어날 수 있는 결과다. 하지만 꽁무니를 뺀 채 수비 위주로 버티다가 힘 한 번 써보지도 못하고 패하는 건 다른 이야기다. 상대의 상황을 따져보자면 더 큰 문제다. 상주상무를 상대로 안방에서 수비수 다섯 명을 둔 수원의 플레이는 한참 부족했다. 수원은 이런 경기에서도 수비적이라는 걸 자존심 상하게 느껴야 한다.

경기가 끝난 뒤 상주 선수들은 곧바로 그라운드에 모여 기념 사진을 찍었다. 선수들 중 누군가 “아챔 가자”고 소리쳤다. 규정상 상주상무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없지만 상주는 현재 3위까지 올라섰다. 순위로만 놓고 보면 ‘아챔’에 나가도 될 수준이었다. 반대로 경기 종료 후 이임생 감독 기자회견에서는 “다음 경기가 슈퍼매치가 아닌 ‘슬퍼매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질문이 나왔다.

수원의 체질부터 개선하지 않으면 안방에서 이미 강등이 확정된 팀을 상대로 수비적인 경기를 계속 펼칠 수밖에 없다. 상주상무를 상대로도 다섯 명의 수비가 꽁무니를 뺀 채 한 골 승부를 펼치는 게 과연 수원삼성의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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