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이후 사라졌던 김은선, 1년 6개월 만에 전하는 사과


김은선이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스포츠니어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김은선은 K리그에서 많은 사랑을 받던 선수였다. 2011년 광주FC에 입단한 그는 2014년부터는 수원삼성에서 활약했다. A매치에 출전하지는 못했지만 대표팀에도 뽑혔다. 2015년 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국가대표팀 제주도 전지훈련에 참가했으나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진 못한 김은선은 같은 해 우즈베키스탄, 뉴질랜드와의 경기에 나설 대표팀 명단에도 포함됐었다. 아산무궁화에서 병역을 마친 뒤에는 수원삼성에서 주장 완장도 찼다.

하지만 2019년 1월 김은선에 관한 예상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그가 음주운전을 하다 접촉사고를 냈다는 것이었다. 결국 수원삼성에서는 김은선과의 계약을 해지했고 그는 K리그에서 자취를 감췄다. 프로축구연맹은 상벌위원회를 열어 김은선에게 K리그 1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800만원 징계를 내렸다. 이후 그는 반년을 소속팀 없이 지내다가 2019년 8월 호주 A리그 센트럴 코스트 유니폼을 입게 됐지만 2020년 4월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또 다시 무적 신분으로 현재 한국에 있다.

김은선은 지난 16일 용기를 내 <스포츠니어스>와 만났다. “음주운전에 면죄부를 주는 인터뷰 내용을 담지 않겠다”는 사전 협의에 김은선은 “그럴 의도는 전혀 없다. 한 번은 꼭 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용기를 내고 싶다”고 답했다. 실제로 만난 김은선의 모습은 수척해 보였다. 긴 수염에 머리를 기르고 나타난 그는 용기를 내 입을 열었다. 음주운전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지금부터 김은선과의 인터뷰 내용을 공개한다.

김은선은 수원삼성에서 주장까지 맡았었다. ⓒ프로축구연맹

어떻게 지내고 있나.
호주에서 2019~20 시즌을 소화하다가 코로나19 여파로 지난 3월말 리그가 중단됐다. 그래서 4월 중순에 한국으로 들어와서 자가격리를 했고 이후에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내가 센트럴 코스트와의 계약이 5월말까지였다. 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멈췄고 이후 계약도 끝이 났다.

호주에서는 아예 돌아온 건가.
호주 A리그가 재개될 것이라는 소식에 다시 잠깐 구단으로 복귀할 수도 있었지만 과정이 복잡했다. 외국인은 입국이 금지돼 있는데 특별 입국 승인을 받아야 하고 또 다시 호주에서 2주간 자가격리도 해야한다. 1년에 구단에서 나한테 쓸 수 있는 예산이 있는데 이게 초과됐으니 항공료도 따로 지원을 받아야 했다.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결국 다시 호주로 가지 않고 호주에서의 생활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언론에는 오랜 만에 나오는 것 같다.
그렇다. 솔직히 말하면 두렵고 많이 어색하다. 하지만 팬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싶어서 용기를 냈다. 내가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도 나의 그릇된 행동으로 내 지인과 가족, 나를 응원해준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드렸다는 점은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어서 인터뷰를 결심하게 됐다.

그렇다면 용기를 내 사과의 말을 전해달라. 용서는 팬들이 결정할 몫이다.
잘못을 저지른 이후 SNS를 통해서도 사과를 했는데 이 자리를 통해 공식적으로 팬들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안일한 생각과 행동으로 그런 행동을 하게 돼 많은 분들에게 실망감과 배신감을 안겼다. 그 일이 벌어진 이후 내가 정말 사랑하는 빅버드에서 계약 해지 동의서에 사인을 했다. 홈 경기장에서 계약 해지 동의서에 서명한 뒤 나오면서 울었다. 너무 너무 잘못된 행동을 했다. 죄송하다.

그 이후 어떻게 지냈나.
몇 개월 동안 계속 꿈을 꿨다. 그날 있었던 일이 반복해서 꿈에 나왔다. 꿈을 꾸다가 잠결에 ‘이게 정말 꿈인가?’라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다 꿈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내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다. 수원을 떠난 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는데 혹시 안 좋은 생각을 하거나 내가 축구를 놓아 버릴까봐 주위에서 많은 분들이 도와줬다. 축구를 놓지 않으려고 사람들을 만나고 그렇게 6개월을 보냈다.

김은선은 지난 해 호주에 진출했다. ⓒ센트럴 코스트

소속팀 없이 지내보니 어땠나.
지금도 인터뷰를 하려니 긴장해서 말하는 게 떨린다. 그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내 자신을 진심으로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뭐가 문제였을까’ 생각했다. 더 책임감 있게 행동했어야 하는데 안일하게 생각했던 게 컸다. 그때 6개월 동안 소속팀 없이 지내보니 솔직히 다시 팀 없이 그런 시간을 보낼 자신이 없다. 조금씩 내려놓는 걸 생각하고 있다.

은퇴를 이야기하는 건가.
계획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다. 거취가 불분명한 것도 사실이고 이 상황에서 내가 현역 선수로서의 계획을 세운다는 것도 염치 없는 일 아닌가. 요새는 아이들 축구 레슨도 시작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이 닫히면 현역 생활을 이어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다는 걸 잘 알고 있다.

내려놓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작년에 팀을 구하고 있을 때도 그렇고 지금도 축구를 너무 하고 싶다. 아직은 축구선수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 혼자 훈련을 하는 건 한계가 있다. 지난 해 호주에 가기 전에도 혼자서 운동을 했지만 한 팀에서 동료들과 함께 땀 흘리면서 공을 차는 게 그리웠다. 혼자 운동을 하면서 외로웠다. 물론 센트럴 코스트에서 나온 지금도 마찬가지다. 지금 다시 하려고 하니 막막하기도 하다.

어떻게 운동을 하고 있나.
아직 같이 소속돼 운동하는 사람들은 없다. 소속팀이 없거나 새로운 도전을 위해 몸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 있는 선수들이 꽤 있고 같이 연습경기를 잡는 방법도 있지만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그것도 쉽지 않다.

호주에서의 생활은 어땠나.
호주에 가서 다시 축구화를 신고 뛰는데 너무 행복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뻤다. 유니폼을 입고 낯선 선수들과 부딪히는 게 즐거웠다. 그런데 사람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니까 그런 행복도 또 다시 무뎌지더라. 수원에서도 2018년에 계속 부상을 당해서 경기에 많이 나가지 못했는데 호주에서도 계속 부상이 생겼다. 같은 부위가 아니고 여지저기 아픈 데가 생겨났다. 처음 호주에 가서는 말이 안 통해도 동료들과 장난도 치고 웃었는데 부상 트라우마로 성격도 어두워졌고 대화도 잘 안 하게 되더라.

김은선은 수원삼성에서 염기훈을 이을 리더로 평가받았다. ⓒ프로축구연맹

또 다시 전에 크게 다쳤던 왼쪽 무릎과 발목이 아팠던 건가.
다른 데가 아팠다. 근육에도 자주 무리가 왔다. 호주는 이동거리가 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길었다. 원정경기를 위해 버스 타고 비행기 타고 기본 4~5시간은 간다. 경기 전날 이동해도 그렇게 멀리 가면 다음 날 경기하기가 힘들었다. 연습경기를 하기 위해 멜버른으로 당일에 비행기를 두 시간 타고 갔다 온 적도 있다. 그런데 호주 선수들은 그게 다 적응이 돼서 아무렇지 않아 하더라. 나는 적응이 안 됐으니 근육에도 무리가 오고 그랬다.

그렇게 호주에서의 생활도 부상으로 마무리 됐나.
연습경기를 한 번 하면 아파서 또 며칠 쉬고 운동하는 걸 몇 번이나 반복했다. 자꾸 아픈데 말도 안 통하고 친구도 없고 주위엔 한국 사람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됐고 또 부상을 당해서 개막전을 못 나갔다. 감독이 나를 따로 부르더니 “혹시 무슨 문제가 있느냐. 한국에 가고 싶냐”고 물었고 나는 “아니다. 축구를 더 잘하고 싶다. 그런데 마음이 혼란스럽고 복잡하다”고 답했다. 그런데 그날 감독의 말을 듣고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슨 대화를 했나.
감독이 나한테 그랬다. “우리는 네가 한국에서 음주운전을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는 알고 싶지 않다. 우리는 네가 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어렵게 어렵게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서 데리고 왔는데 너는 과연 팀에 도움이 되고 있느냐”고 묻더라. 그 말을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정말 축구를 다시 하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내 상황과 상관없이 나를 힘들게 데리고 온 팀이 이 팀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상황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궁금하다.
또 이렇게 된 나를 돌아보니 부끄러워졌고 생각을 고쳤다. 다음 날부터 호주에 처음 왔을 때를 잊지 말자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감독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 나는 수원 시절에도 부상이 많아서 비난도 많이 받았었는데 나도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부상 이후 회복되면 몸을 더 만들기 위해 운동을 더 열심히 했다. 호주에 가서도 초반에 너무 잘하고 싶어서 팀 전체 훈련 말고도 개인 운동을 계속 했다. 그런데 감독이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어떤 이야기였는지 궁금하다.
나한테 “네가 한국에서 어떤 운동을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지금은 그렇게 하지 말라”면서 “우리 팀 훈련 스케줄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무리해서 개인 운동을 하지 말라는 거였다. 나는 부상에서 복귀하면 좋은 경기력을 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개인 운동을 엄청나게 했다. 팀 훈련 외에도 따로 러닝을 한 시간씩 하고 체력 운동을 했다. 그런데 감독이 “좀 쉬어보라”고 하더라. “나이가 있으니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제 좀 내려놓으라”고 하는데 나는 그걸 인정하지 못했었다. 운동을 많이 해야 좋은 몸을 만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감독의 이야기를 받아들였나.
내 스타일을 버리기는 싫었는데 내려놓고 팀 훈련만 했다. 개인 훈련도 하지 않고 소위 말하는 ‘오바’를 하지 않았다. 그랬더니 희한하게 부상이 안 왔다. 그 뒤로 거의 한 번을 안 쉬고 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중단되기 전까지 쭉 뛰었다. 부상 트라우마 없이 경기를 소화했다. 생각해 보니 수원 시절에도 더 쉬어야 하는데 빨리 복귀하고 싶어 과했던 것 같다. 지금은 부상으로 고생하지는 않는다.

ⓒ프로축구연맹

하지만 그걸 깨달은 지금은 또 다시 소속팀이 없다. 음주운전 사건으로 국내 복귀 여론도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내가 잘못한 일이라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혹시라도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음주운전을 예방할 수 있는 봉사활동도 하고 그런 쪽으로 더 노력하고 싶다. 이 행동으로 잃은 게 많다. 그 이야기를 꼭 다른 분들에게 전해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으면 한다.

어떤 걸 가장 많이 잃었나.
나를 지지해 주셨던 팬들이 등을 돌렸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같이 축구를 한 친구들이 나를 만나면 혹시 같이 있는 게 알려지지 않을까 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내가 ‘혹시 나 때문에 내 친구들이 피해를 보는 건 아닌가’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 내 친동생이 나하고 한 살 차이인데 나를 대단히 자랑스러워했다. 자기 휴대전화 배경사진도 내가 뛰는 모습이었고 자기가 다니는 회사에도 내 자랑을 엄청 하고 다녔다. 그런데 그 일이 벌어진 이후로는 동생에게도 너무 미안했다.

인간적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크지만 다시는 그라운드로의 복귀 기회가 없을 수도 있다.
힘들 거라고는 생각한다. 음주운전에 대한 사회적인 파장은 과거보다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거기에 나는 K리그에 복귀하면 징계도 남아 있고 이제는 나이도 있는 편이다. 복귀가 힘들 거라고는 항상 생각하고 있다. 호주에서 축구를 하면서 ‘다시 한국에서 축구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겠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수원 시절이 그리운가.
수원에서 (염)기훈이 형을 이을 리더라는 기대를 많이 받았는데 내 스스로 그걸 차버린 것 같아 나에게 화가 많이 났다. 너무 부끄러웠고 숨고 싶었다. 수원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부상도 많았고 더 잘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다. 그래서 더 미안하다.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빅버드에 한 번 서는 상상을 해본 적은 많다. 혹시라도 다시 뛰게 된다면 처음 신인 때 마음처럼 뛰고 싶다. 혹시라도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만은 그렇다.

마지막 질문이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정말 어렵게 용기를 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 나를 응원해 주신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싶다. 내가 이런 자리에 나온 자체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죄송하다는 말은 꼭 전하고 싶다.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과한다.

김은선은 여러 번 사과했다. 하지만 그에게 다시 한 번의 기회가 올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음주운전은 백번 잘못한 행동이고 그에 따른 사회적 책임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인터뷰를 통해 그를 옹호하거나 대변할 수도 없고 이 인터뷰가 면죄부가 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는 이 인터뷰 이후 쏟아질 또 다른 비난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대신 자신을 응원해 준 팬들에게 꼭 사과하고 싶다는 이야기 만큼은 전해지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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