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안병준 “대표팀 재승선? 승격이 더 욕심나”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요즘 K리그2 최고의 공격수는 안병준이 아닐까.

수원FC의 안병준이 펄펄 날고 있다. K리그2 시즌 초반이지만 6경기에서 6골 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매 경기마다 공격포인트를 한 개 이상 기록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시즌부터 수원FC에서 뛰었던 안병준이지만 올해 들어 안병준을 향한 관심은 폭발했다. 많은 연봉을 받고 뛰어난 실력을 자랑하는 외국인 공격수들이 즐비한 가운데 안병준이 이 경쟁을 이겨내고 활약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스포츠니어스>는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안병준을 만났다. 안병준은 최근 미디어의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계속되는 인터뷰에 피곤할 법 하지만 안병준은 살짝 수줍은 미소로 취재진을 맞았다. 안병준은 천천히, 그리고 또렷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기 시작했다. 한국어를 완벽히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지금부터 안병준과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만나서 반갑다. 요즘 펄펄 날고 있어 더욱.
반갑다. 나는 그저 평상시와 같이 지내고 있다.

정말 올 시즌 활약이 대단하다.
조금씩 운도 잘 따라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잘하는 것보다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난 충남아산전에서도 두 골을 넣고 묵묵히 교체된 것인가.
솔직히 두 골을 넣었을 때 해트트릭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지 않겠는가. 충남아산의 경기가 일요일이었다. 그리고 수요일에 경남FC전이 있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그래서 두 골을 넣고나서 내가 교체될 가능성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아코스와 교체됐다.

내가 느끼기에는 지난해보다 올해 팀이 더 좋아졌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공격에서 조직적인 모습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조직력이 좋아지면 한 팀으로 강한 힘을 발휘하기 더욱 쉽다고 생각한다.

지난 시즌 한국에 처음 왔을 때보다 확실히 여유가 생긴 것 같다.
이제 한국에서 불편한 것은 거의 없다. 여전히 배달 어플로 맛있는 것도 잘 시켜 먹는다. 아내도 한국 생활에 완전히 적응했다. 나보다 더 적응한 것 같다. 배달이 올 때 나는 그냥 배달원에게 카드를 내밀어 결제한다. 그런데 아내는 스마트폰으로 결제하고 코로나19 시국에 맞춰서 비대면 배달을 해달라고 요청해서 받더라. 한국에 올 때 처음에는 아내가 많은 걱정을 했지만 이제는 나보다 더 한국 생활을 잘한다.

아내가 왜 걱정했는가?
그리 큰 걱정은 아니었다. 한국에 올 때 알다시피 우리는 자녀가 두 명 있었다. 한국이 일본과 가깝기는 하지만 그래도 외국이다. 첫 외국 생활이기에 걱정을 좀 했다. 특히 우리가 곤란하거나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만일 우리가 일본에 있었다면 부모님이나 친인척 등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한국에 오면 우리가 많은 것을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이런 점에서 조금 걱정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아내는 고등학교 때 처음 만나 8년 동안 연애해서 결혼했다. 고등학교 같은 학교 친구였다. 외모도 성격도 다 마음에 들었다. 물론 8년이라는 세월 동안 약간 권태기가 올 때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진출한 이후 2~3년 정도 자리잡은 뒤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다. 그래서 8년 동안 연애하고 결혼에 성공했다.

자녀들도 한국 생활에 대한 걱정이 있었을 것 같다.
사실 나와 아내는 우리보다 아이들에 대한 걱정이 더 많았다. 특히 첫째 아들이 그랬다. 한국에 올 때 아들은 한창 말을 배우고 말을 많이 하기 시작한 나이였다. 그래서 한국 친구들과 소통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물론 처음 한국에 올 때는 좀 힘들어했다. 한국어만 써야하니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며칠 유치원에 다니니까 재밌게 지내고 말도 많이 하더라. 우리 아들 적응력은 정말 ‘리스펙트’ 한다.

둘째인 딸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이었다. 아들보다 더 어려서 많은 말을 하고 친구를 사귈 나이는 아니었다. 물론 이제는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친구들과 한국어로 엄청나게 많이 대화한다. 사실 나와 아내는 한국어를 일본에서 배운 사례다. 그래서 발음 등이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들처럼 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제 자녀들은 우리보다 한국어를 더 잘한다.

‘분유버프’가 안병준을 뛰게 하는 힘인가.
분유버프라고 하기는 조금 어렵지만 아이들이 있으니까 더 잘해야한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가장의 책임감이라고 해야할까. 분유버프도 있지만 ‘딸바보’ 같기도 하다. 그냥 딸이 뭘해도 귀엽고 예뻐 죽겠다. 아들은 약간 느낌이 다르다. 둘 다 정말 귀엽지만 아들과 딸의 느낌은 다른 점이 있는 것 같다.

사실 지난 시즌에도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부상을 당하고나서 좀 힘든 시기를 보냈다. 경기를 뛰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나를 힘들게 했다. 게다가 내가 빠지고나서 팀이 몇 경기 동안 이기지 못하기도 했다. 후반기로 갈 수록 순위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경기들이 많아지는 상황이었다. 팀이 고군분투하고 있는데 내가 아무런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는 점에서 나 자신에게 짜증났다. 경기를 보면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부상을 당하니 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 때 아들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해주지 못한다는 것도 마음이 아팠다. 아들이 축구를 좋아한다. 활동적이다. 아들은 아빠가 같이 있으니까 같이 뛰고 축구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부상이라 해주지 못했다. 그래도 팀 동료들과 아내가 정말 많은 힘이 되어줬다. 괜찮다고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줬다.

지난 시즌 당한 부상은 내 축구 인생에서 생각보다 큰 부상이었다. 축구를 하면서 부상은 많이 당해봤다. 발목도 당해보고 여기저기 당해봤다. 하지만 수술까지 하게된 것은 무릎이 처음이었다. 지금도 무릎이 많이 신경 쓰인다. 부상을 계기로 몸 관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도 웨이트 트레이닝 등 내 몸을 관리하는 것에 더욱 신경썼다.

아들이 축구를 좋아하는가?
그렇다. 축구를 굉장히 좋아한다. 만약 축구선수를 하고 싶다면 시킬 생각이다. 축구선수라는 직업이 다른 직업에 비해 특별히 힘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엇을 하더라도 각자의 직업에는 나름대로 힘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딸은 어떤가. 수원에는 수원도시공사라는 훌륭한 WK리그 팀이 있다.
아… 생각해보지 못한 이야기다. 딸이 축구하는 건 상상하지도 못했다. 굳이 딸이 축구를 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대신 아들보다는 더욱 걱정할 것 같다. 하하.

코로나19로 개막이 연기됐지만 당신은 전혀 상관 없다는 듯 펄펄 날았다.
개막이 연기됐다고 해서 우리 팀이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개막이 늦어졌다고 팀 훈련을 가볍게 하거나 쉬지는 않았다. 똑같이 훈련도 많이 하고 열심히 준비했다. 우리에게는 단지 주말에 경기가 없다는 것이 차이점일 뿐이었다.

그렇게 다섯 경기 연속골이라는 활약도 보여줬다.
솔직히 다섯 경기 연속골을 넣는 과정에서 연속골 기록에 대한 생각은 따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감은 있었다. 쉽게 할 때는 심플하게 플레이하려고 노력했고 팀 동료와의 연계를 중요하게 생각했다.연속골을 넣다보니 다들 연속골 신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다. 이야기가 들리니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무조건 연속골 신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내가 다섯 경기 연속골을 넣은 것은 내가 득점 욕심이 많고 내가 잘해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었다. 나는 그냥 팀의 승리를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을 가장 먼저 생각하면서 플레이했다. 그 결과가 연속골이었다. 내가 골을 넣는 것보다 팀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도 열심히 한 덕분에 확실히 인터뷰에 나서는 빈도는 늘었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미디어가 내게 관심을 가져주고 인터뷰를 요청하는 것은 정말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축구를 잘 못하면 이런 인터뷰도 못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 게다가 올해는 유튜브를 통해 K리그2 하이라이트나 영상 등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일본에서도 지인들의 연락이 온다.

쟁쟁한 외국인 공격수와의 주전 경쟁도 이겨내고 만든 쾌거다.
내 포지션이 공격수다. 어쩔 수 없이 실력 좋은 외국인 공격수들과 경쟁을 해야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의 강점도 있다고 생각한다. 언어와 소통 측면에서 나는 다른 외국인 선수에 비해 장점이 있다. 전술적인 지시도 다른 선수보다 더 잘 알아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라운드에서 무언가 남들과는 다른 차이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경우에는 수비적인 측면이나 활동량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을 위해 노력하면서 동시에 골이나 도움으로 팀에 기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축구를 좋아하는 아들이 더욱 자랑스러워 할 것 같다.
아유, 아들은 아직 내가 연속골을 넣었다는 것을 잘 모른다. 모를 나이다. 하지만 아들이 아빠의 경기력에 대해 자랑하거나 이야기 한다면 제일 부담스러울 것 같다. 아들이 내 축구를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한다면 잘해야 한다는 걱정이 많을 것 같다.

안병준이 활약하면서 두 가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무엇인가.

북한 대표팀 재승선 가능성과 몸값이 폭등했다는 이야기다.
내 가치가 높아졌다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많이 생각하는 편은 아니다. 그런 이야기들과 상관 없이 축구에 집중하려고 많이 노력한다.

대표팀에 대해서는 욕심이 정말 없다. 솔직히 연속골 신기록을 세우고 싶다는 욕심이 대표팀에 다시 가고 싶다는 욕심보다 더 컸다. 대표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대표팀 재승선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나서야 대표팀에 대해 생각해볼 정도다. 평상시에 대표팀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은 그다지 해본 적이 없다.

물론 내가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대표팀에 합류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표팀에 들어가기 위해서 소속팀에서 잘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만일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대표팀에 호출되지 않는다고 해서 의기소침할 일도 없다. 나는 지금 이 수원FC라는 팀에서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굉장히 크다. 수원FC가 잘해서 K리그1으로 승격하는 것이 더 욕심난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팀에 대한 헌신을 굉장히 강조한다.
어느 팀이어도 중요한 부분이다. 솔직히 해외축구의 명문 팀 경기를 보면 느낄 수 있지 않는가. 나는 주로 맨체스터시티나 레알마드리드, 바이에른뮌헨 등의 경기를 본다. 한 시즌을 길게 봤을 때 좋은 공격수가 개인 능력으로 어느 정도 활약은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경쟁자보다 훨씬 뛰어난 기량을 보여주면서 많은 골을 넣고 활약하기 위해서는 팀 동료와의 연계와 조직적인 완성도가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팀이 하나로 뭉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선수가 있어도 선수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그래서 수원FC에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렇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조직적인 면이 잘 발휘되지 못한다면 선수가 가진 100%의 능력을 경기장에 쏟아내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이라는 해외에 오면서 많은 걱정을 했다. 나는 무조건 해외 진출하겠다는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고민도 많았고 걱정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한국에 와보니 한국 생활이 너무 좋다. 한국에서 정말 재미있게 살고 있고 선수단이나 코칭스태프, 에이전트 등 소중한 인연과의 만남도 많았다. 수원FC에서 생활하면서 해외 생활이 나 자신에게 정말 좋은 경험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들이 당신을 오래 보고 싶어하는 이유가 다 있는 것 같다.
열심히 해서 K리그1 무대에서도 뛰고 싶다. K리그1에 대한 욕심은 항상 가지고 있다. K리그1 경기는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자주 보는 편인데 내가 저 무대에서 뛴다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 또한 가지고 있다.

팬들의 감사한 말씀대로 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 사실 개인적으로 몇 살까지 하겠다는 정확한 계획은 딱히 세워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되도록 오래하고 싶다. 먼 훗날 팬들에게 ‘운동장에서 전력을 다한 선수’라고 기억된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한다.

전북현대 이동국처럼 마흔 넘어까지 오래오래 하기를 기원한다.
아 그건… 내가 생각해도 그 때까지 뛰는 것은 느낌 상 어려울 것 같다.

인터뷰 내내 안병준은 조곤조곤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재일동포, 북한 대표팀 출신 등 민족의 역사가 담긴 수식어가 굳이 붙지 않더라도 안병준은 충분히 매력 있는 축구선수였다. 누군가는 지금이 안병준의 전성기라고 말하지만 안병준의 축구 인생은 그저 현재진행형이다. 자신이 펄펄 날아도 팀을 먼저 생각하는 선수기에 왜 그렇게 사람들이 안병준을 좋아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wisdragon@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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