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닐손주니어, 서울역까지 달려가 전한 훈훈한 감동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코로나19 여파가 이어지며 많은 이들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FC안양의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닐손주니어가 훈훈한 선행을 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올해로 한국 생활 7년 차인 닐손주니어는 경기장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선수다. 그라운드 안에선 베테랑답게 노련한 플레이와 리더십으로 팀원들을 이끌고 경기장 바깥에선 한국 생활이 낯선 다른 외국인 선수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한국인 선수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성격으로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들과도 허물없이 지내고 있다. 부천을 떠나 안양에 합류한지 채 반 년이 되지 않았지만 이렇듯 이미 닐손주니어는 팀의 중심이 됐다.

하지만 팀 밖에서도 그의 행동은 빛나고 있다. 브라질 출신인 닐손주니어는 서울 방배동에 위치한 한 교회에 다니는 독실한 신자다. 이 교회는 한국에 거주하는 많은 브라질인들이 다니는 곳이다. 평소 교회의 브라질 출신 목사님과 여러 이야기들을 주고받고 하는 닐손주니어는 최근 목사님과 대화를 하다가 한 가지 결정을 내렸다. 바로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한국인들을 위해 기부 물품들을 제공하기로 결정내린 것이다.

기부를 마음먹은 닐손주니어는 즉각 실천에 나섰다. 그는 자비로 마스크, 라면, 반찬, 생수 등을 직접 구입한 후 교회에 같이 다니는 브라질 지인들과 함께 서울역으로 향했다. 그리고 서울역에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노숙인에게 물품들을 기부했다. 닐손주니어가 노숙자들에게 기부한 마스크는 무려 320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에서 뛰는 다른 익명의 브라질 선수들도 함께 마스크 기부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해당 선수들은 일정상 마스크 구입에만 동참하고 서울역 기부 현장에는 오지 못했다.

닐손주니어가 노숙인들을 돕기로 결정한 이유는 바로 어려움에 처한 그들의 모습이 자신의 과거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프로선수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며 적지 않은 연봉을 수령하고 있는 닐손주니어지만 그에게도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나도 어린 시절 돈이 너무 없어서 기부 물품들을 받을 때가 있었다. 기부품들을 받았을 때 너무나도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한편으론 그 물품들을 노숙인들에게 나눠드리며 슬픈 마음이 들었다. 내 어린 시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닐손주니어의 기부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프로선수로 데뷔한 이후 브라질에서 꾸준히 기부를 이어왔다. 말로는 쉽지만 행동으로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바로 기부활동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계기로 인해 그는 꾸준히 기부활동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일까. “브라질에서는 연말에 동네에 있는 축구장에서 자선축구 경기를 한다. 입장료는 받지 않고 대신 음식을 받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그 음식들을 주변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기부한다. 어린 시절부터 선수들의 그런 모습들을 보며 자랐기에 나도 선수가 된 이후 자연스럽게 그러한 활동에 동참하게 되었다.”

지난 2014년 부산아이파크에 입단하며 한국 무대를 밟은 뒤에도 닐손주니어는 고국 브라질로 계속해서 돈을 보내며 ‘기부천사’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기부는 지난달부터 시작했는데 서울역 기부 현장에서 많은 것을 느낀 닐손주니어는 앞으로도 꾸준히 서울역을 찾을 계획이다. “지난달에 서울역에 나갔을 때 기부 물품을 정말 많이 들고 나갔는데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부족했다. 다음달에 서울역을 찾을 때는 더 많은 물품들을 갖고 나갈 계획이다.”

한국에서 닐손주니어가 기부활동을 시작하게 된 것에는 전세계를 덮친 코로나19의 영향도 있다. 브라질에 비해 경제 수준이 나은 한국이지만 한국에도 마스크를 살 단돈 몇천 원이 없는 힘든 상황의 사람들이 있다. 닐손주니어는 이러한 현실에 충격을 받았다. “서울역 현장에 나갔을 때 다른 물품들을 제외하고 마스크만 받아가려고 하는 분들이 꽤나 있었다. 마스크를 구입할 소량의 돈조차 없다는 것은 상당히 슬픈 일이다. 노숙인들에게 현금을 직접 줄까도 생각을 해봤지만 현금을 주게 되면 혹여나 그분들이 술이나 담배를 살까봐 염려가 되었다. 그래서 정말 필요한 물품들로만 기부를 하고 있다.”

따뜻한 그의 마음과 배려심으로 힘겨운 상황에 처한 많은 이들이 귀중한 도움을 받았다. 그에게 도움을 받은 누군가 역시 나중에 위기에 처한 다른 이들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은 한국에 있지만 미래에 다른 어느 나라에서 뛰게 되더라도 기부를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물론 내 조국 브라질 사람들을 돕는 것이 우선이긴 하다. 브라질에는 정말 가난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조금씩만 베풀고 나누면 우리 모두가 잘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henry412@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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