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인천=조성룡 기자] 인천현대제철의 이소담은 '정성천의 페르소나'가 될 수 있을까.

15일 인천 남동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0 WK리그 개막전 인천현대제철과 수원도시공사의 경기에서 홈팀 인천현대제철이 후반전 터진 이소담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수원도시공사를 1-0으로 꺾고 승점 3점을 획득, 올 시즌 WK리그의 기분좋은 출발을 알렸다. 인천현대제철은 비록 승리했지만 이전과 같은 화끈한 공격력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숙제 또한 안았다.

이날 인천현대제철 정성천 감독은 유독 한 명을 목놓아 불렀다. 이소담이었다. "소담아, 소담아, 소담아." 현장의 관계자들은 정 감독이 전반전에만 이소담을 약 100회 불렀을 것이라고 추측할 정도였다. 농담 삼아 '정성천의 페르소나'가 이소담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래서 그랬을까. 이소담은 후반 10분 정확한 중거리 슈팅으로 팀의 선제골을 뽑아냈다. 그래도 정 감독은 벤치에서 계속 이소담을 찾았다.

경기 후 정 감독에게 이소담에 관한 질문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그러자 정 감독은 "전반전에 보면 이소담이 상당히 좋은 기회를 많이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면서 "조언으로 들을 수도 있고 질책으로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그런 상황에서 조금만 더 침착하고 냉정하면 기회를 살릴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결국 이소담이 한 골을 넣어주더라"고 만족감을 표했다.

선제 결승골의 주인공 이소담은 정 감독의 이야기를 전하자 "그렇지 않아도 자꾸 감독님이 나를 부른다. 내가 감독님과 함께한 시간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라면서 "감독님이 잘한 날도 제일 많이 내 이름을 부르고 못한 날도 제일 많이 부른다. 내가 좀 긍정적으로도 부정적으로도 생각나는 것 같다. 애정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어쨌든 이번 경기에서 정말 내 이름을 많이 부르셨다. 훈련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이번 경기에서 유독 내 이름을 많이 부르시더라"고 웃었다.

그래도 정 감독의 부름에 이소담은 정신을 바짝 차릴 수 있었다. 이소담은 이어 "정신을 놓을 만 하면 눈빛으로 레이저를 쏘시고 관중석에 다 들릴 정도로 크게 부르신다. 그래서 경기 중에 더 정신 차릴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면서 "전반전에 기회가 많았는데 똑같은 자세와 똑같은 슈팅으로 두 번을 놓쳐 동료들에게 정말 미안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소담은 후반전에 결국 골을 넣었다. 그는 그 때를 회상하며 "후반전에 들어가면서 나중에 지칠 때 지치더라도 꼭 만회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어쨌든 다시 내게 기회가 올 것 같았다. '아 이렇게 슈팅을 하면 안되나' 생각하면서도 기회가 오면 꼭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찬다. 운좋게 들어가기도 했다. 내 슈팅이 슬로우 모션처럼 들어가는데 기분이 정말 좋았다"라고 말했다.

골을 넣었지만 정 감독은 그 후에도 계속해서 이소담을 찾았다. 이에 그는 "골을 넣고 나서도 계속해서 이소담의 이름이 불렸다"라는 이야기를 듣자 또다시 웃으면서 "감독님이 무언가를 지시할 때도 있지만 후반 들어서는 일단 '소담아'라고 부른 다음에 아무 말도 안하신다. 그냥 내 이름을 부르시는 것이다. 이름 바꾸고 싶을 정도로 많이 부른다. 이번 경기는 집에 가서 한 번 다시 볼 예정이다. 도대체 감독님이 내 이름을 몇 번이나 불렀는지 확인해보고 감독님께 말씀 드려야겠다"라고 넉살 좋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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