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석의 유니폼이 부천종합운동장으로 돌아왔다. ⓒ부천FC1995

[스포츠니어스 | 부천=김현회 기자] 차기석의 유니폼이 다시 부천 벤치에 등장했다.

부천FC는 14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0 전남드래곤즈와의 홈 경기에서 쥴리안에게 전반에 결승골을 허용하며 0-1로 패했다. 부천은 4승 2패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고수하게 됐지만 2위 대전하나시티즌과 승점 1점차로 추격을 허용하게 됐다.

이날 경기는 치열했다. 올 시즌 4승 1패로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부천과 K리그2의 유일한 무패 팀 전남(1승 4무)의 경기여서 더 그랬다. 그런데 이 경기에는 또 다른 특별함이 숨겨져 있었다. 바로 ‘비운의 골키퍼’ 차기석에 관한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경기였기 때문이다. 차기석은 부천이 K3리그에 속해 있을 당시 부천 유니폼을 입고 이 경기장에서 뛰었던 선수다. 부천의 힘든 시기를 함께 해오며 지금의 부천FC를 만든 선수 중 한 명이다.

연령별 대표팀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한 차기석은 서울체고 3학년 때인 2004년 6월 27일 17세 183일의 나이로 국가대표에 발탁되면서 '역대 최연소 A대표팀 발탁'의 기록을 세웠다. 2005년 K리그 전남 드래곤즈에 입단한 차기석은 그해 7월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 네덜란드 명문 PSV 에인트호번 입단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한국 대표팀 골문을 10년은 거뜬히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차기석은 2006년 전남의 전지훈련을 마친 뒤 얼굴과 몸이 심하게 붓고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병원 검진 결과 만성 신부전증 진단을 받은 것이다. 결국 그해 6월 차기석은 아버지로부터 신장을 이식받았다. 결국 K리그 데뷔의 꿈을 이루지 못한 그는 그렇게 프로 무대에서 떠나야 했다.

전남과 계약이 끝난 차기석은 K3리그 경주시민축구단과 부천FC에서 잠시 선수 생활을 이어가다 결국 2010년 24세의 나이에 현역 은퇴를 선택했다. 특히나 프로화의 열망이 강했던 부천에서 뛰며 부천이 오늘날 K리그2에서 뛰는 토대를 마련하기도 했다. 차기석은 은퇴 이후 모교인 연세대에서 골키퍼 코치를 맡기도 했지만 이후 또다시 신장 이식수술을 받으면서 축구계를 떠나야만 했다.

차기석은 신부전증에 버거씨병, 다발성근염까지 겹쳐 최근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다가 의식을 회복했다. 지난 3월 인조혈관 재삽입 수술을 했지만 수술 이후 통증이 더 심해졌고 발가락과 손가락도 괴사가 진행 중이다. 인조혈관 삽입 이후 감염이 돼 인조혈관 제거수술을 받기도 했다. 의식을 잃고 중환자실로 옮겨져 산소호흡기를 착용하면서 생사의 기로에 놓이기도 했다. 수술 도중 사망 가능성도 있었지만 수술 이후 이틀 만에 의식을 되찾았다. 현재는 투석을 제대로 하지 못해 폐에도 물이 차 있고 양쪽 발목을 절단해야 할 위기에 놓여있다.

ⓒ프로축구연맹

그와 함께 했던 동료들은 SNS를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또한 경제적으로 어려운 그의 사정을 알게 된 이들은 금전적인 후원을 하기도 했다. K3리그 시절 차기석과 함께 한 부천에서도 응원의 메시지를 준비했다. 한 팬은 전남과의 홈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인 13일 경기장에 와 ‘힘내라 차기석! 할 수 있다!’는 걸개를 내걸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무관중 경기라 경기 당일 경기장에 올 수 없는 상황에서도 차기석을 향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마음이었다.

부천 선수단 벤치에는 차기석의 유니폼이 놓여져 있었다. 차기석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것이었다. 이 유니폼은 차기석이 K3리그 시절 직접 입고 뛰었던 의미 있는 유니폼이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구단 사무국 직원도 대거 바뀐 상황에서 K3리그 시절의 역사까지 보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차기석의 유니폼을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구단에서는 차기석 유니폼을 구하기 위해 어려 방편으로 수소문했다.

그러던 중 K3리그 시절부터 부천을 응원해 온 팬 김영준 씨가 차기석 유니폼을 소장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팬은 부천의 K3리그 시절부터 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부천의 전경기를 현장에서 응원한 열성 팬이다. 구단은 김영준 씨에게 연락을 해 차기석의 부천 시절 유니폼을 빌려왔다. 차기석의 숨결이 담긴 유니폼은 이렇게 어렵게 부천 벤치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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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선수들은 이날 득점할 경우 차기석의 유니폼을 들고 중계 카메라 앞에 서기로 약속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약속한 세리머니였다. 차기석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을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날 부천은 결국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고 차기석의 유니폼을 들어올리는 세리머니도 할 수 없었다. 부천 선수들은 이날 패배도 패배지만 부천에서 뛴 선배를 위한 세리머니를 하지 못해 더더욱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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