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포드 또는 홍다마, 성남 홍시후의 ‘근본’ 넘치는 인터뷰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축구팬들 사이에는 ‘야누자이의 근본론’이라는 유명한 글이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시작된 이 글은 축구선수의 ‘근본’을 이야기한다. 제법 거친 말투와 함께 공격적으로 쓰인 이 글은 축구선수의 근본을 네 가지 요소로 평가한다. 겉모습과 이성관계, 돈, 그리고 그 선수를 가르치는 지도자다. 이 글은 제법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축구팬들에게 하나의 성경처럼 자리 잡았다. 비록 문체는 거칠지만 구구절절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성남FC에는 이 근본론에 어울리는 유망주가 한 명 있다. 바로 홍시후다. 요즘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신인 중 한 명이다.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홍시후는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발 돌풍의 핵심이다. 게다가 각종 영상과 SNS를 통해 공개된 홍시후의 모습과 언행은 ‘근본론’에 부합하는 선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축구팬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그래서 <스포츠니어스>는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홍시후를 만났다. 축구를 통해 순식간에 유튜브 스타도 됐지만 홍시후는 ‘셀럽’이 아닌 그저 갓 소년 티를 벗은 스무 살 청년이었다. <스포츠니어스>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홍시후의 ‘근본’을 한 번 탐구해봤다.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지금부터 그와 나눈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전한다.

야누자이의 근본론을 아는가.
알고 있다.

근본론에 부합하는 성남의 근본 넘치는 유망주를 만나 반갑다.
나도 SNS를 통해서 야누자이의 근본론을 봤다. 그 때는 그저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그 근본론이라는 것에 내가 대입되어 이야기가 나오니까 정말 신기하더라. 내가 여기서 이렇게 등장할 줄은 몰랐다.

다 최근 활약 덕분이다. 관심도 많아져서 바쁠 것 같다.
아무래도 그렇다. 직접적으로 이렇게 마주앉아 이야기하는 시간은 많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렇게 미디어에도 몇 번 나서게 되니 얼떨떨하다. 프로에 왔다는 것이 실감난다. 마냥 언젠가는 관심 많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즌 초반부터 이렇게 빨리 많은 관심을 받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근본론에 대입해 당신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괜찮나?
괜찮다. 열심히 대답하겠다.

첫 번째 근본의 조건은 ‘겉멋’이다. 하지만 당신은 속칭 ‘배바지’ 패션을 유지한다.
이런 것까지 관심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솔직히 그냥 편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사실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는 대부분이 나와 같이 유니폼을 입고 뛴다. 나는 고등학교에서 바로 프로로 왔기에 그냥 이 패션이 자연스러웠다. 게다가 상의를 빼서 입으면 팔랑거리는 것이 상당히 거슬리기 때문에 넣어서 입는다. 그랬을 뿐인데 많은 관심을 주시더라.

내가 패션에 아예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사복에도 조금씩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옷을 많이 사본 적이 없다. 이제는 이것 또한 일종의 자기관리에 해당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 자신을 위한 작은 투자다. 그리고 성남의 유니폼과 의류가 정말 예뻐서 난 좋다. 심플한 디자인이지만 훌륭해서 사복으로 입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만족한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러고보니 고등학교도 상당히 유명한 곳을 나왔다.
아니다. 내가 나온 학교에서 K리거는 조건규(부천FC1995) 다음이 나다.

‘두사부일체’의 배경이 됐던 상문고 출신 아닌가.
그런가? 나는 ‘두사부일체’는 모르고 ‘말죽거리 잔혹사’를 알고 있었다. 내가 나온 학교를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기 굉장히 편하다. “상문고가 어디야?”라고 물어볼 때 “말죽거리 잔혹사 나온 학교”라고 이야기하면 다 알아듣는다. 고등학교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이 한 마디를 하면 정리된다. 상문고에서는 아직 K리그로 진출한 선수가 많이 없기 때문에 내가 성남에 입단했을 때 많이 좋아해주셨다. 감사하다.

그런데 사실 프로에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다.
맞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K리그 생각은 전혀 못했다. 물론 감독님께 프로에 가고 싶다는 이야기는 자주 했다. 하지만 그보다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준비했다. 알다시피 축구선수에게 대학은 프로의 벽이 높기 때문에 좀 더 실력을 갈고닦기 위해 가는 곳 아니겠는가. 대학 입학을 준비하는 어린 선수가 K리그 입단은 꿈에도 꾸지 못했고 프로 입단 테스트조차도 응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고등학교 졸업은 해야 하는데 내게 프로 입단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그래서 대학 입학 원서를 넣었다. 네 군데를 생각했다. 감독님과 상의해서 붙을 수 있을 것 같은 학교들을 선택했다. 해당 대학교 감독님도 나의 존재를 알고 계시고 나의 현재 상황에서 좀 더 수월하게 갈 수 있다고 생각한 학교들이었다. 그런데 서류 면접에서 몽땅 떨어지고 말았다.

뭘 했기에 수험생 용어로 ‘올킬’ 당한 것인가?
각 학교마다 입시 전형이 다 다르다. 어떤 학교는 자기소개서를 써야하는 곳도 있다. 어떤 학교는 입시 조건 중에 대회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거나 대표팀 경력이 있는, 속칭 ‘스펙’을 보는 곳도 있다. 자기소개서는 내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그리고 당시 우리 학교가 입시 조건에 충족하는 성적을 내지 못해 떨어진 학교도 있었다. 그렇게 네 군데 입시를 모두 실패했다.

대학교를 다 떨어지고나서 그냥 막막했다. ‘이제 어떻게 해야하지? 어디 다른 학교는 갈 수 있을까?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학교에 쉽게 입학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어떻게 해서든지 다른 학교도 알아봐야 했다. 심지어는 ‘만약 다 안되면 다른 분야에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란 생각도 해봤다. 솔직히 내가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 재수 생활은 꿈도 못꾼다. 몸을 쓰는 다른 걸 찾았어야 했다.

집안 분위기도 상당히 좋지 않았을 것 같다.
너무 어두웠다. 특히 아버지가 많이 상심하셨다. 사실 내가 지원했던 대학교 중에 A대학교는 모두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곳이었다. 거의 입학이 확정된 분위기였다. 그래서 다른 세 군데에서 낙방했을 때도 크게 상심하지 않았다. 아버지도 A대학교를 생각하고 마음을 놓고 계셨다. 그러다가 그곳마저 떨어진 것이다. 그 때 정말 ‘멘붕’이 왔다. 집에 들어가면 공기 자체가 무거웠다. 짧은 인생이지만 그 때가 제일 암울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지금 당신은 꿈도 못꿨던 K리그에 와있다. 어떻게 된 일인가?
맞다. 인생역전이다. 평소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지만 과거를 되짚어보면 정말 180도 달라진 인생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내게 에이전트가 생겼다. 근데 에이전트가 내게 성남의 R리그 마지막 경기에 테스트 선수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소개해준 것이다. 그 경기는 지난 2019 시즌 성남의 R리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는 마지막 경기였다.

사실 부담감이 클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전날부터 느낌이 정말 좋았다. 성남의 R리그에 테스트를 받기 전 나는 고등학교 왕중왕전 대회를 치렀다. 그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런데도 테스트 전날 느낌이 너무 좋은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표현할 수 없다. 하루종일 느낌이 계속 좋았다. 뭔가 들떠있고 계속 잘될 것 같다는 생각만 들고 부정적인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서 ‘내일 잘 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좋은 컨디션으로 잘 뛰었다.

결국 나는 성남과 계약을 했다.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집에 갔을 때 부모님은 말 없이 한 번씩 안아주셨다. 그런데 그 때 오만가지 감정이 막 솟구치더라. 행복한 것도 있고 뭉클한 것도 있었다. 울지는 않았다. 그렇게 포옹하는 순간 집안의 무거운 공기가 싹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굳이 그 때는 특별한 표현을 하지 않아도 가족끼리 알 수 있는 그런 감정이 있었다.

그렇게 ‘고졸’ 홍시후의 프로 생활이 시작됐다.
사실 초반에는 걱정이 좀 있었다. 당시 나를 선발한 분은 남기일 감독님이었다. 그런데 시즌을 준비하면서 남 감독님이 성남을 떠나시고 김남일 감독님이 새로 부임한 것이었다. 나는 신인이기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다. 그런데 감독님이 바뀌면 새로운 감독님은 나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프로 생활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그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은 나중에 충분히 깨닫게 됐다.

ⓒ 성남FC 제공

전지훈련도 내게는 신선했다. 해외에서 전지훈련을 하니까 느낌이 확실히 달랐다. 나는 전지훈련이라는 것을 한국 밖에서 해본 적이 없다. 비행기를 타봤자 제주도 밖에 가보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태국까지 가서 훈련을 하니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롱패딩 안입고 훈련해서 좋을 줄 알았는데 롱패딩이 아니라 나시 티 한 장 달랑 입고 훈련하는 경험을 했다.

그래도 큰 불편함은 없었다. 첫 해외 전지훈련이었지만 어려움은 없었다. 내가 외국인과 말할 상황도 자주 없었고 음식도 입에 잘 맞았다. 다행이었다. 오히려 전지훈련 기간 동안 잘 먹고 잘 자서 그런지 살도 좀 쪘다. 이 때 처음으로 내가 해외 체질인가 싶더라.

근본론의 두 번째 조건은 ‘돈’이다. 첫 월급은 어떻게 썼는가.
내 월급은 내가 쓰고 있지만 관리는 아버지가 하고 계신다. 사실 아직까지 부모님께 무언가 선물을 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 대신 골을 넣으면 받게 되는 득점 수당으로 부모님께 작은 선물을 하나 해드리려고 한다.

프로에 와서 많지는 않지만 돈을 번다는 것이 참 든든한 것 같다. 월급이 들어왔을 때 관리하고 계시는 아버지께 얼마가 입금됐는지 물어봤다. 대답을 듣고나니 참 뿌듯했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돈을 벌어본 것이었다. 나는 축구를 하느라 학생 시절에 아르바이트도 해본 적이 없었다. 이게 내가 무언가를 해서 얻은 성과로 번 첫 번째 돈인 것이다. 너무 기분이 좋더라.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고 갑자기 컨디션이 좋아지더라. 하하.

월급 뿐 아니라 많은 것이 새로웠을 것 같다.
당연하다. 대학 생활을 안해봤기 때문에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어느 정도 난다고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등학교 생활을 하고 프로에 와서 보면 모든 것이 다 다르더라. 먹는 것과 옷 입는 것부터 생활하는 모든 것이 전부 신기하고 새로웠다.

내가 기회를 많이 받은 것도 정말 신기했다.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개인적으로는 5라운드 안에 데뷔하는 것이 하나의 목표였다. 하지만 이를 훨씬 뛰어넘어 개막전부터 계속 뛰고 이후에는 선발 출전도 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였기에 굉장히 놀라웠다. 많은 기회를 잡게 될 줄 몰랐다.

내 첫 선발 출전은 3라운드 강원FC전이었다. 떨릴 법 하지만 그래도 앞에 두 경기에 나서고나니 조금의 여유가 생기더라. 긴장되고 떨리는 것보다는 즐거웠다. 경기 입장을 위해 줄을 서있는데 바로 옆에 TV로 보던 선수들이 서 있더라. 그 선수들을 구경하면서 같이 들어가고 그라운드에서 함께 공을 찬다는 것이 신기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지금까지 만나본 선수들 중에서는 FC서울 박주영 선배가 제일 신기했다. 나는 서울에 살아서 어렸을 때 FC서울 경기를 보러 경기장에도 갔고 TV 중계로도 봤다. 그런데 그런 선수가 나와 함께 같은 그라운드에서 뛴다는 것이 신기했다. 우리 팀 다음 경기가 울산현대전인데 거기서 또 이청용 선수를 직접 보면 신기할 것 같다.

아직 신인이라 선수지만 약간의 팬심도 좀 남아있는 것 같다. TV에서 보던 선수들을 보면 유니폼도 바꾸고 싶고 사진도 찍고 대화도 나눠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상황이라는 게 있으니 쉽지 않다. 게다가 우리 팀이 이긴 상황에서 진 팀에 가서 그런 걸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해보겠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당신도 이미 ‘유튜브 스타’다.
나도 들었다. 내 활약상이 담긴 유튜브 영상의 조회수가 몇십만을 기록했다고 하더라. 친구들도 유튜브를 보는데 갑자기 내 얼굴이 나와서 깜짝 놀라서 봤다고 하더라. 그 때 스크린샷 많이 찍어서 보내줬다. 솔직히 갑자기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래도 나도 약간의 ‘관종’이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관심과 사랑 받는 것을 생각해왔고 바랐다.

아무래도 이런 SNS 같은 것들의 혜택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내 축구 실력은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통해 영상도 나오고 이야기도 나오면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관심에 감사하지만 내 생각보다 좀 더 폭발적이어서 나도 조금은 놀랐다.

근본론에 따르면 이럴 때 이성교제에 좀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언젠가는 나도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주변에 이성이 없다.

거짓말하면 안된다.
진짜다. 이유가 있다. 내가 스마트폰이라는 것을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처음으로 샀다. 그래서 기존에 알고 지내던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 이성친구들은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그런데 이후 고등학교에 오니 우리 학교는 남고였다. 그리고 지금 성남에 와있는 것이다.

아…
괜찮다. 오히려 그렇게 된 덕분에 더욱 축구에 집중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이성교제와는 거리를 뒀다. 하고 싶어도 못했던 상황이니 그저 축구만 열심히 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 전선에 뛰어들어 캠퍼스 라이프가 부러울 것 같다.
캠퍼스에서 연애하는 것이 부럽지는 않다. ‘과팅’도 부럽지는 않다. 술도 부모님이 주실 때 몇 번 입에 대봤지만 나와는 거리가 꽤 먼 것 같다. 뭐 이성교제는 언젠가는 하지 않겠는가. 다만 대학교 생활을 하는 것이 또 하나의 경험이 될텐데 그걸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친구들이 조금 부럽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여기 온 이상 나는 성남에서 열심히 뛸 것이다. 게다가 그 친구들보다 돈은 내가 더 많이 번다.

그럴 때는 취미 생활을 갖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도 취미 생활이 있다. 주말에는 호남대에서 뛰고 있는 친한 형인 김완규와 같이 놀러다니고 PC방도 자주 다닌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만 있으려고 노력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쉬운 것이 많을 것 같다.
팬들을 경기장에서 만날 수 없다는 것이 제일 아쉽다. 그 다음으로는 영화관을 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영화를 엄청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영화관 가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김완규 형과도 가고 혼자서도 자주 간다. 영화관에서 신작 영화를 자주 챙겨보는 편인데 코로나19 이후로 영화관을 가지 못한다. 영화관에 가서 카라멜맛 팝콘에 콜라 하나 딱 사서 영화 보면 참 좋다.

버터맛 팝콘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실망스러운 발언이다.
그래도 나는 무조건 카라멜맛 팝콘만 먹는다.

PC방도 자주 간다고 하지 않았나?
자주 갔다. PC방에서는 주로 ‘피파 온라인(피온)’이나 ‘롤’을 했다. 특히 피온의 경우 내가 K리그에 왔으니 슬슬 선수카드가 나올 때가 됐다. 지금 기다리고 있다. 나 자신을 게임으로 보는 것도 굉장히 색다를 것 같다. 나처럼 피온을 즐겨 하는 친구들도 도대체 홍시후 선수카드 언제 나오냐고 많이 물어본다. 나오면 홍시후 꼭 쓸 것이라고 다짐하더라. 근데 막상 나오면 홍시후 못한다고 욕할 것 같다. 귀가 간지러울 예정이다.

그렇다고 피온을 엄청나게 잘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우리 팀에는 (전)종혁이 형이라는 피온 고수가 있다. 실제로 맞붙어본 적은 없지만 K리그 토너먼트 대회에서도 한 번 우승하는 등 형들 사이에서 실력에 대한 이야기가 자자하다. 나는 종혁이 형과 붙을 생각 없다. 막상 붙으면 처참하게 무너질 것 같다. 그저 취미로 즐기는 수준이다.

사실 나는 노래방도 좋아한다. 내가 한 노래에 꽂히면 그 노래만 듣는 스타일이다. 노래방에서도 그 노래만 부른다. 대신 꽂히는 노래가 자주 바뀐다. 힙합에 빠질 때도 있고 팝송에 빠질 때도 있다. 정해진 것 없이 마음에 들면 계속 듣는다. 최근에는 황인욱의 ‘취했나봐’에 꽂혀있다. 노래방 가서 한 번 불러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갈 일 없다.

근본론의 마지막 요소는 ‘지도자’다. 김남일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무서웠다. 알다시피 세간에 알려진 김 감독님의 이미지는 ‘빡센 편’이지 않았는가. 속칭 ‘빠따’로도 알려져 있었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조금 겁도 먹고 쫄기도 했다. 그런데 김 감독님과 대화를 막상 나눠보니 알려진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전혀 그런 면이 없다. 버터처럼 부드러운 분이시다.

그래도 양동현은 무서울 것 같다.
무서운 것보다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에 조금 더 어려운 면이 있다. 그래도 나는 (김)영광이 형을 비롯한 나이 많은 형들을 믿고 의지한다. 경험도 많고 배울 것도 많은 형들이다.

김영광을 삼촌이 아니라 형이라고 부르는가?
형이라고 부른다. 딱히 호칭 정리를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냥 형이라고 편하게 부르고 영광이 형도 잘 받아주신다. 아무래도 삼촌보다는 형이 더 친근감 있지 않겠는가.

형들이 나를 많이 귀여워 해주셔서 항상 감사하다. 농담도 많이 해주신다. 예를 들어 경기 중에 득점 기회를 놓치면 훈련장에서 “골 안넣을 거야?”와 같은 말을 많이 하면서 웃는다. 덕분에 경기를 하면서 부담감을 갖지 않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에만 집중하니 좋은 경기력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외국인 선수와의 호흡도 처음인데 어떤가?
외국인 선수와 뛸 때 아무래도 소통이 가장 많이 신경 쓰인다. 어디로 움직이고 어떻게 경기할 것인지 그라운드 위에서 가볍게 선수들끼리 소통을 해야한다. 그런데 순간적으로 외국인 선수들에게는 영어를 쓰고 다른 선수들에게는 한국어를 써야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려웠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다보면 외국인 선수들이 알아서 듣는다. 순간적으로 한국어를 내뱉어도 그 상황에 맞게 딱딱 해주니 신기했다. 그래도 영어 공부는 조금씩 하고 있다.

공부와 담을 쌓은 사람이 영어 공부라니 내가 다 신기하다.
솔직히 내가 마음 먹고 공부하면 잘한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한 번 벼락치기를 해본 적이 있다. 시험 3~4일 정도를 앞두고 딱 한 과목만 집중적으로 밤 새면서 공부했다. 국어 쪽 과목이었다. 그렇게 공부하고 시험을 보니 80점은 넘었고 90점 가까이 나오더라. 물론 영어 공부도 아직까지는 궁금한 단어를 포털 사이트에 검색하면서 하는 정도다. 그래도 아직은 머리 쓰는 게 많이 어렵다.

롤 모델인 아다마 트라오레와 대화하려면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한다.
내가 아다마 트라오레를 좋아한다. 내 스타일과도 비슷하지만 체격이 정말 좋다. 플레이 스타일도 밀리고 다니지 않고 오히려 상대를 밀고 다닌다. 그런 점에서 트라오레가 좋다. 나 또한 체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를 많이 본받고 싶다. 그래서 시즌 전까지만 해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열심히 했다. 지금은 일부러 체격을 키우면 몸이 둔해지는 면도 있어서 조절하고 있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강등 후보로 평가받던 성남은 시즌 초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솔직히 못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준비도 잘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앞으로 좋지 못한 경기력이 한 번씩은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시즌 전부터 계속 준비를 잘해왔다. 그리고 조직력도 잘 다졌고 몇 경기 해보니 준비했던 장면들이 잘 나오기도 했고 잘 통하기도 했다. 시즌 전 예상이나 주위의 생각과 다르게 지금처럼 상위권의 성적을 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홍시후가 활약하니 이제는 영플레이어상 이야기도 나온다.
시즌 전까지 영플레이어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신인인 내가 경기를 뛰어봤자 얼마나 많은 경기를 뛰어보겠는가.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출전 기회를 많이 받다보니 영플레이어상 욕심도 생긴다. 물론 아직 다른 유망주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그저 내가 꾸준히 하면 영플레이어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남들과 경쟁하고 제치는 것보다 내 스스로가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제 홍시후의 프로 생활은 시작이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지금처럼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지금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렇게 하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지만 항상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잘하고 싶다. 몸 관리를 잘 하면서 좋은 경기력을 꾸준히 유지하고 먼 훗날 은퇴하고 떠나갈 때도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마무리하고 싶다.

홍시후는 말 그대로 혜성처럼 K리그 팬들 앞에 강렬하게 등장했다. 그만큼 그를 향한 기대감도 커졌다. 대학도 가지 못한 무명 선수가 될 뻔했던 홍시후에게는 천지가 개벽할 일이다. 하지만 홍시후는 관심을 발판으로 성장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이 정도면 근본 있는 유망주 맞는 것 같다. 앞으로 그를 지켜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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