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FC 한정우가 말하는 낯설고 힘겹고 고달팠던 카자흐스탄에서의 1년


[스포츠니어스|수원=전영민 기자] 시즌 전 많은 팬들과 전문가들은 올 시즌 K리그2의 3강 체재를 예측했다. K리그1에서 강등된 제주유나이티드와 경남FC, 그리고 기업구단으로 새롭게 태어난 대전하나시티즌이 승격 티켓을 놓고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재 K리그2에서 가장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팀은 김도균 감독이 이끄는 수원FC다. 수원은 리그 다섯 경기에서 12득점을 기록하는 무시무시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일약 돌풍의 팀으로 부상했다.

많은 이들은 수원 상승세의 비결로 6골 2도움을 기록하며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안병준과 그의 파트너 마사를 꼽는다. 하지만 측면에서 성실한 움직임을 보여주며 때론 날카로운 공격력을 보이기도 하는 한정우 역시 수원 상승세의 숨은 공신 중 한 명이다. 1998년생으로 U-22세 자원이기도 한 한정우는 수원에 입단하기 전 경남을 거쳐 카자흐스탄 리그에서 활약한 다소 특이한 경력을 가진 소유자다. <스포츠니어스>는 5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한정우와 만나 약 1시간 동안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봤다.

올 시즌 개막 후 모든 경기에 출전하고 있다.
작년에 카자흐스탄에 있을 때 많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서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졌었다. 최근에는 감독님, 코칭스태프 분들이 잘 봐주셔서 뛰고 있다. 그래도 완전히 좋은 상태는 아니다. 한 50% 정도다. 아직 내 실력이 다 발휘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처음보다는 좋아지긴 했는데 경기 중에 내 장점을 더 보여줘야 한다. 몇몇 장면에선 장점을 보여줬지만 지속적으로는 보여주지 못한 것 같다.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는 상태다. 작년에 카자흐스탄에 있을 때는 하루 종일 입을 닫고 있는 날이 있을 정도로 말을 별로 하지 않았는데 수원에서는 워낙 형들이 잘해주시다 보니까 조금씩 자신감을 찾고 있는 것 같다.

초반이긴 하지만 수원이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성적이 말해주듯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부천전에서 져서 아쉬움도 있지만 패배에 다운되지 않고 있다. 선수단 모두 부천전에서 잘못되었던 점을 인정하고 있다. ‘부족한 점을 보완해서 다음 경기에서는 잘 하자’는 마인드를 감독님이 심어주셨다. 형들도 분위기를 끌어올려 주셔서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훈련 중이다.

공격진에서 마사, 안병준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내가 두 형들에게 더 잘 맞춰야 한다. 병준이 형은 굉장한 스트라이커다. 마사 형도 마찬가지다. 내가 두 형에게 더 도움을 주면 두 형의 장점이 극대화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두 형에게 맞추려고 한다. 마사 형도 한국말을 능숙하게 한다. 장난도 많이 치고 대화도 많이 하고 그러는 편이다.

마사 형이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한다. 집에서 따로 공부를 하는 것 같더라. 다만 말을 할 때 문법이나 이런 면에선 아직 조금 힘든 점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웬만한 한국어는 다 알아듣고 의견을 낼 수 있는 수준이다. 다만 전술 미팅을 할 때 어려운 용어가 나오거나 코칭스태프가 주문을 하는 게 있으면 옆에서 병준이 형이 통역을 해준다. 형들도 마사 형에게 장난을 많이 친다. 이런 긍정적인 면들이 합쳐져 운동장에서 마사 형의 좋은 경기력이 나오는 것 같다.

외국인 선수한테 형이라고 하는 선수는 처음 본다.
마사 형한테는 항상 형이라고 하고 있다. 다른 외국인 선수들한테는 형이라고 하지 않는데 마사 형은 우리나라 선수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외모도 한국인이랑 비슷하다. 그래서 친근감 있게 형이라고 한다.

수원이 좋은 성적을 거두며 김도균 감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감독님이 팀원들에게 빠른 공격 전환을 원하신다. 특히 수비를 하다가 빠르게 공격적으로 나가길 원하셔서 경기 중에 그렇게 하기 위해 항상 준비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어려웠다. 체력적으로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속 훈련을 하다 보니 적응이 되었다. 감독님이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말씀을 하시는데 선수들끼리도 빠른 공격 전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생활적인 부분에서도 감독님이 장난을 치며 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만들어주신다. 엄하신 것보다는 팀원들이랑 어울려 잘 지내시고 훈련장에서 조언도 많이 해주신다. 특히 나는 어리다 보니까 감독님이 자신감을 많이 심어주려고 하신다. 감독님이 항상 경기 전에 “자기 자신을 믿고 경기를 해라. 자신감을 가져라. 그러면 너네가 준비한 것들을 잘할 수 있다”고 하신다. 다그치시는 건 많이 없다. 물론 선수들이 알아서 잘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경남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숭실대학교 2학년까지 다니고 휴학을 했다. 2019년 1월에 경남에 들어갔는데 내가 경남에 들어가고 난 다음 내 플레이가 담긴 영상을 카자흐스탄 팀인 FC카이라트에서 보고 긍정적으로 평가를 해주셨다. 그리고는 카이라트에서 내게 오퍼를 보냈다. 하지만 경남에 막 입단한 상황이었기에 좀 애매했다. 그런데 경남에서도 내 입장을 이해해 주셨다. 경남에서 “좋은 경험을 해봐라”라고 하며 나를 풀어주셨다. 그래서 카자흐스탄으로 갔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경남에 있었던 시간이 별로 되지 않는다. 두 달도 있지 않았던 것 같다. 동계훈련도 가지 않았다. 동계훈련을 앞두고 숙소에서 선수들과 같이 훈련하고 준비하고 있었던 때에 카자흐스탄에서 오퍼가 온 것이다.

작년 경남은 K리그1 팀이었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도 나가는 팀이었다. 그런데 굳이 미지의 세계인 카자흐스탄으로 도전한 이유가 뭔가?
항상 유럽리그를 경험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 찾아보니 카자흐스탄도 유럽축구연맹(UEFA) 소속이더라. 그리고 내가 입단한 카이라트의 경우 UCL이나 유로파리그 진출권에 있는 팀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옛날부터 TV로 손흥민 선수의 경기를 보며 유럽리그를 접했는데 그걸 보면서 든 생각이 ‘나도 유럽에 가면 내 실력을 다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은데’였다. 하지만 막상 가서 생활을 해보니 TV로 보는 게 다가 아니었다. 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면 그 여파가 운동장에서 나왔다. 카자흐스탄에서 생활을 하며 지금 유럽에서 성공한 선수들이 다 대단하신 선수들이라는 것을 느꼈다.

카자흐스탄 어느 도시에서 생활을 했나?
옛 수도인 알마티라는 도시에 있었다. 지금 수도는 아스타나다. 알마티에는 한국 교민 분들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옛 수도이다 보니까 도시 자체는 되게 좋았다. 서울 같은 느낌의 도시였다. 시설들이 다 좋아 불편함은 없었다. 다만 한국처럼 지하철이나 버스 등 교통편이 좋은 건 아니었다. 그래도 택시비가 되게 싸다. 친구가 없어서 주말에 쉬는 날이면 혼자 도심에 나갔다. 교민 분 중 나를 잘 챙겨주시던 분이 한 분 계셨는데 그분 집에 가서 한국 음식을 먹곤 했다. 그분이 계시지 않았으면 한국으로 더 일찍 돌아올 수도 있었다.

훈련장을 비롯해 카이라트의 전체적인 시설 수준은 어땠나?
세계에서 손꼽을 정도로 클럽 하우스가 잘되어 있었다. 루이스 피구나 호베르투 카를로스 그리고 FIFA에서도 훈련장에 자주 찾아올 정도였다. 시설 문제는 전혀 없었다. 다만 내가 처음 갔을 때 많이 들었던 말이 “외국인 선수가 숙소에만 있으면 너희 실력이 나오지 않는다”는 거였다. 다들 “바깥에 나가서 카페도 가고 그래야 한다”고 했다. 내가 숙소에 산다고 하니까 감독과 선수들이 모두 의아해하더라. “나가서 아파트를 구해서 살아라. 숙소에 있으면 멘탈이 안 좋아진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항상 숙소 생활을 했던 사람이라 속으로는 ‘이 정도 숙소면 되게 좋은 거 아닌가?’ 했는데 살다 보니까 다들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 알겠더라. 그렇게 큰 숙소에 사는 1군 선수가 나밖에 없었다. 대부분 카자흐스탄 선수들이었고 외국인 선수들 중엔 크로아티아와 러시아 출신 선수 정도만이 숙소에 살았다. 숙소에서 되게 적적하고 외로웠다.

물론 숙소가 되게 좋긴 했다. 숙소에 수영장과 헬스장이 있었고 나 혼자 숙소에 있는 경우에도 맨날 주방장이 출근을 했기 때문에 식사가 나왔다. 또 어린 나이에 괜히 밖에 나가 살면 밥도 챙겨먹지 않을 것 같아서 숙소 생활을 했는데 지금 와서 느끼는 것은 ‘밖에 나가서 생활했으면 카자흐스탄에 더 빨리 적응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다. 아쉬움이 든다.

언어도 통하지 않아 힘들었을 것 같은데?
혼자서 되게 노력했다. 유튜브를 맨날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보면서 독학으로 러시아어를 공부했다 . 그런데 러시아어는 독학으로 될 수 있는 언어가 아니다. 단어를 조금씩 알아들어도 말하고 표현하는데 있어서 힘들었다. 개인 선생님을 붙여서 러시아어를 배워볼까 생각도 했는데 선생님을 찾기도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욕은 다 알아듣고 말할 수 있었다.

카자흐스탄은 러시아 밑에 위치한 국가다. 카자흐스탄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지역에 있는 국가들은 러시아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러시아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한다. ‘굳이 우리가 왜 영어를 해야 해?’란 마인드다.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감독을 비롯해 몇 선수에 불과했다. 그래서 영어를 하지 못하는 선수들이랑은 대화를 많이 하지 못했다.

카자흐스탄어도 따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 그런데 카자흐스탄어가 러시아어와 비슷하다. 우리 팀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러시아어와 카자흐스탄어를 동시에 사용했다.

작년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카자흐스탄 팀인 아스타나가 유로파리그에서 경기를 하는 걸 봤다. 그런데 아스타나 선수단 대부분이 외국인 선수더라.
우리 팀도 그랬다. 카자흐스탄 거의 모든 팀에 한 팀당 외국인 선수들이 8명씩 있었다. 솔직히 처음에 가기 전엔 카자흐스탄 선수들을 좋지 않게 생각했다. ‘실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란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까 UEFA에 속한지 오래되어서 다들 피지컬과 힘이 좋더라. 물론 기술적인 부분은 한국이나 일본보다 떨어졌다. 하지만 피지컬은 확실히 우위가 있었다. 그런 부분에 적응하는 게 조금 힘들었다.

유럽은 팀 훈련도 상당히 거칠다고 들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좋은 팀들은 서로 선의의 경쟁으로 거칠게 하는 느낌인데 우리 팀은 거친 걸 넘어서 팀원들끼리 한 번씩 싸우고 그랬다. 슈팅 게임을 하다가도 갑자기 싸운다. 내가 러시아어를 잘 못하니까 무슨 말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팀 동료들끼리 주먹다짐도 했다. 생활 면에선 문제가 없었는데 경기장에 들어가면 선수들이 한 번씩 도는 그런 게 있었다. 약간 ‘갱스터’ 느낌처럼 싸우니까 조금 무서웠다.

내가 팀에 입단하고 터키로 가서 선수들과 처음 만났다. 그때 팀이 동계훈련을 터키에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동계훈련 땐 선수들이 싸우는 일이 거의 없었다. 싸워도 경기하다가 다른 팀과 싸우는 정도였다. 그런데 시즌을 시작하니까 그땐 우리 팀 선수들끼리 싸우더라. 그게 무서웠다. 공이 없어도 발을 보고 태클이 들어오고 이런 식이었다.

축구 외 이야기이긴 하지만 중앙아시아 지역에 멋진 관광지가 많다고 하던데?
나를 잘 챙겨주시던 교민분이 나를 관광지에 데리고 가곤 하셨다. 옛날에 ‘세계테마기행’ 같은 프로를 보면 솔직히 ‘중앙아시아를 왜 가지? 차라리 유럽을 갈 텐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까 왜 가는지 알겠더라. 그곳만의 매력이 있다. 중앙아시아는 여러 민족들이 있기 때문에 조화가 잘 어우러져 있다. 어떤 곳은 중앙아시아 느낌인데 어떤 곳은 또 유럽 느낌이 난다. 그래서 여행하기 좋은 것 같다. 카자흐스탄 내에서만 여행을 했는데 교민분 얘기를 들어보니까 조지아나 아르메니아도 좋다고 하더라. 카자흐스탄에서 유럽으로 넘어가는 비행기 값도 되게 싸다. 갈 때 카자흐스탄을 경유해서 가면 싸게 갈 수 있다.

전체적인 물가도 싸다. 원래 이슬람 국가가 돼지고기를 안 먹고 소고기만 먹지 않나. 그런데 카자흐스탄엔 러시아 인들도 많이 살고 또 러시아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시장에 가면 돼지고기를 싼 값에 많이 판다. 맛도 좋아서 많이 사 먹었던 기억이 난다.

ⓒ 수원FC

한식은 거의 먹을 기회가 없었을 것 같은데?
한 한국 식당에서 나를 좋게 생각해 주셔서 내게 김치를 많이 싸주셨다. 그래서 그걸 숙소에 가져가서 주방장에게 “한 번만 썰어달라”고 하고 숙소에서 먹었다. 원래 내가 음식을 잘 가리지 않는 편이라 음식에는 큰 문제가 없긴 했다. 물론 몇 번 먹다 보면 질리긴 했다. 숙소에서 거의 맨날 파스타 아니면 고기가 나왔다. 처음엔 맛있다가도 계속 먹다 보니까 물렸다. 그럴 때 김치를 꺼내고 고추참치를 먹었다.

카자흐스탄에 있으면서 살이 되게 많이 쪘다. 훈련량이 한국처럼 많지 않았고 시간도 1시간 30분 정도였다. 거기에 가끔 훈련을 노는 분위기로 했다. 레크리에이션처럼 말이다. 그런데도 선수들이 제대로 안했다. 일단 감독이 너무 어렸다. 1986년생이었다. 반면에 팀에서 제일 고참이 1984년생이었다. 그래서 감독과 그 고참이 마찰이 몇 번 있었다. 한국 같은 경우엔 감독이 미팅 시간에 무언가를 말하면 일단 선수가 수용을 하고 나중에 그게 되지 않았을 때 따로 찾아가서 얘기를 하지 않나. 그런데 거긴 감독이 미팅 시간에 자기 의견과 다른 이야기를 하면 바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 쏘아붙인다. 그리고 감독과 불이 붙는다.

그러면 선수가 다른 선수들에게 “내 말이 맞잖아. 너네도 그렇게 생각하잖아”라고 주장한다. 이런 문화다. 감독이 어려서 존중을 받지 못해 그랬던 건진 모르겠는데 감독이 훈련을 시킬 때도 선수들이 자기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대충대충한다. 프로의식이 부족한 선수들이 있어서 안 그래도 훈련 시간이 짧은데 훈련 분위기가 망가진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 팀 훈련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훈련을 했다. 그럼에도 체중도 늘고 체력도 저하가 됐다.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이 되어서 갔는데 김학범 감독님이 날 보시자마자 “너 왜 이렇게 살이 쪘냐? 살 빼라”라고 하셨다. 지금은 옛날과 똑같은 몸 상태가 되긴 했는데 카자흐스탄에선 그런 점이 조금 힘들었다.

1986년생이면 같은 팀에서 뛰고 있는 유현(1984년생)보다 어린 나이다.
감독이 벨라루스 사람이었다. 원래 라이프치히 23세 이하 팀 감독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감독뿐 아니라 팀 지도자들이 다 독일에서 왔다. 프로그램도 되게 좋았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선수들은 카자흐스탄 감독 아래에 있었으니까 그 감독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처음 보는 강도 높은 피지컬 훈련을 해야 하니까 선수들이 하지 않았다. 체력 훈련에도 참여하지 않더라. 하지만 나는 되게 신기하고 좋은 훈련들이 많아서 열심히 했다. 낙하산 메고 뛰는 훈련도 있었다. 그런 훈련을 계속해서 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도 애들이 안 하다 보니까 감독도 결국 훈련 프로그램을을 바꾸고 강도도 낮췄다. 결과적으로 나한텐 좋지 않았다.

변방 리그는 임금 체불이 많던데 그런 건 없었나?
없었다. 내가 뛰던 팀은 돈이 많은 구단이었다. 석유재벌이 소유한 팀이었다. 다만 우리 팀은 시설이 워낙 좋은 팀이라 괜찮은데 다른 팀은 원정 경기를 가면 경기장이 인조잔디인 곳들이 많았다. 원정도 땅이 커서 비행기를 타고도 서너 시간을 간다. 전체적인 리그 수준으로 따지면 K리그1, K리그2 보다는 좋지 않다. 몇몇 좋은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발 기술이 많이 떨어진다. 다만 선수들의 피지컬은 좋은 편이다.

1년 동안 있으면서 1군 경기를 6~7경기 정도 뛰었다. 초반에는 좋은 평가를 받았고 잘했는데 적응을 하지 못하다 보니까 기량이 떨어졌다. 중간에 감독한테 “임대를 가고 싶다”고 말했다. “너무 힘들다. 6개월만 한국에 임대를 가서 경기를 뛰고 오겠다”고 했다. 출전 기회가 가면 갈수록 적어져서 되게 힘들었다. 초반엔 재밌었는데 나중엔 많이 힘들어서 좋은 기억은 많지 않다. 물론 좋은 경험이긴 했다. 해외 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수원에 있는 형들도 장난으로 “나도 카자흐스탄 갈 수 있냐?”고 하신다. 실력으론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가면 생활 면에서 힘든 게 많다.

훈련도 1시간 30분밖에 안했는데 남는 시간에는 뭘 했나?
우선 잠을 되게 많이 잤다. 또 훈련 시설이 정말 좋아서 남는 시간엔 무조건 혼자 운동을 했다. 원래 쉬질 못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그러다가 감독한테 걸려서 혼이 났다. 작년 6월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쉬는 날에 혼자 드리블과 슈팅 훈련을 하고 있었다. 그때 감독 차가 훈련장에 들어오더라. 그리고는 감독이 날 보더니 “끝나면 내 방에 와라”라고 해서 나는 ‘아 다음 경기에 선발로 나서겠구나’ 했다. 그런데 감독이 갑자기 “왜 운동을 하냐. 쉬는 날엔 쉬어야 한다. 그게 프로다”고 하더라. 할 말이 없었다. “알겠다. 다음부터는 체력을 잘 안배하겠다”고 답했다. 결국 다음 경기에도 나서지 못했다.

ⓒ 수원FC

그러다가 국내로 돌아온 시점이 언제인가?
카자흐스탄 리그가 3월부터 11월까지 진행된다. 겨울엔 추워서 축구를 못한다. 11월에 시즌이 끝나면 팀에서 두 달 동안 휴가를 준다. 그때 한국으로 들어와서 소속된 에이전트 회사와 이야기를 했다. “너무 힘들었다. 올림픽도 있고 하니깐 경기 감각을 찾고 싶다”고 회사에 말했고 회사에서 내 의견을 수용해서 팀과 잘 이야기를 했다. 계약을 잘 풀고 나오게 됐다.

이번 1월에 있었던 올림픽 대표팀의 U-23 챔피언십엔 참여하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원래 대회 전까지 계속 선발이 되다가 이번 대회 때는 선발이 되지 못했다. 나도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기에 탈락이 아쉽진 않았다. 대신 전지훈련에 가서 정말 열심히 했고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다. 올림픽에 대한 욕심을 갖고 있진 않다. 내가 열심히 하다 보면 결과는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냥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말처럼 내가 할 거를 다하고 기다리려고 한다. 그러면 올림픽에 가지 못하더라도 후회가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열심히 하자’고 멘탈을 잡고 있다.

작년 화성에서 있었던 U-23 대표팀과 우즈베키스탄의 친선전에 취재를 갔다. 그때 뛰는 걸 봤던 기억이 난다.
맞다. 선발로 나섰다. 우즈베키스탄 애들이 딱 보면 카자흐스탄 애들처럼 생겼다. 많이 보던 애들이었다. 또 러시아를 쓴다. 그래서 경기 중에 걔네가 말하면 내가 우리 팀 선수들에게 “형 왼쪽으로 막아”라고 말해줬다. 욕도 다 알아들으니까 재밌었다. 즐기면서 했다. 물론 그날 원하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아 힘들긴 했지만 많은 경험을 하면 좋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과거에 박지성이 일찍 국가대표를 은퇴하며 ‘장거리 비행’을 이유로 든 적이 있다.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되었을 때 장거리 비행을 경험했는데 정말로 힘들던가? 
나도 박지성 선수가 그런 말씀을 하셨을 때 ‘국가대표를 내려놓을 만큼 힘드셨을까’는 생각을 했다. 물론 나는 아직 어려서 힘든 건 모르겠더라. 하지만 이런 건 있었다. 소속팀에서 일정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쉴 틈이 없다. 경기가 없는데도 팀에서 최대한 늦게 한국으로 떠나게 허락해줬다. 그러면서 “경기 끝나면 바로 돌아와야 해” 이런 식이었다. 그래서 약간 힘들었다. 대표팀에 가서 잘하고 싶고 또 가기 전에 피로를 다 풀고 가고 싶은 게 선수의 마음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빡빡하게 일정을 잡아서 가니까 피로가 쌓인 채로 갔었다. 하지만 그런 걸 견뎌내는 것도 필요하다. 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려고 해서 ‘몸이 대단히 힘들다’ 이런 건 많이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얼마 전 친정팀인 경남과 경기를 했다.
대학교에 있던 나를 받아준 팀이다. 그런데 그때 계시던 감독님, 코치님이 다들 새로운 분으로 바뀌셨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형들이 “맞다. 너 경남에서 뛰었었잖아”라고 하셔서 나도 친정팀과 경기를 했다는 걸 경기 끝나고 알았다. 경남에는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경남전을 앞두고 준비도 많이 했다. 경남이 빌드업 축구를 하는 팀이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한 준비를 했다. 처음에 몇 번 뺏기면 안할 텐데 경남 선수들이 공을 여러 번 빼앗겨도 계속 빌드업을 하더라. 그래서 오히려 초반엔 말렸다. 하지만 그 상황에 운 좋게 경남의 실수가 나왔고 병준이 형이 잘해서 우리가 선제골을 넣었다. 그 장면이 아니었으면 힘든 경기가 될 수도 있었다.

아무래도 점유율을 내주고 시작하니까 힘들었다. 수비수들은 뒤에서 왔다 갔다 하면 되지만 공격수들은 한 번씩 앞으로 압박도 가야 하고 거기서 상대가 풀어나오면 체력에 부담이 많이 온다. 그래도 그때 (조)유민이 형이나 (이)한샘이 형이 뒤에서 리딩을 하면서 “이거 우리가 다 생각했던 장면 아니냐. 주도권 내주고 하는 거 였잖아. 말리지 말고 하자”해서 마음을 다잡았는데 그 타이밍에 상대 실수가 나왔다.

ⓒ 수원FC

올 시즌 리그 전경기에 출전 중이다. 본인의 장점을 소개해달라.
나는 넓은 공간보다 좁은 공간에서 강한 선수다. 감독님도 그렇게 말씀하신다. 남들보다 키가 작지만 보폭이 좁고 스텝, 드리블, 개인기에서 자신이 있다. 또 나는 몰랐지만 감독님과 코치님이 “활동량이 상당히 많다”고 하시더라. 이런 장점들을 기반으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수비 시에 형들이 뛰는 몫까지 내가 더 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직 젊기도 하고 내가 그렇게 하면 다른 선수들이 부담을 덜 수 있다.

포지션은 키가 큰 선수들이 서는 자리 빼고는 다 서봤다. 지금은 윙어로 나서고 있고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중앙 미드필더로도 나섰다. 공격형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왼쪽 수비수로도 나선 적이 있다. 스트라이커와 센터백 자리 빼고는 다 서봤다. 수원에서는 좌우 측면 윙어로 훈련을 하고 있다. 나랑 (모)재현이 형이 양 측면 윙어로 나서는데 내가 왼쪽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으면 재현이 형에게 말해서 자리를 바꾼다. 재현이 형이 경험이 많아서 날 이해를 잘해준다.

올 시즌 수원의 공격진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미드필더 선수들의 기량 역시 만만치 않은듯하다.
말로니는 브라질 선수답게 드리블이나 개인 능력이 좋다. 그 옆에 서는 (김)건웅이 형도 경험이 많고 기술적으로 좋은 선수다. 그런데 말로니한테 너무 시선이 집중되어 있어서 건웅이 형한테 스포트라이트가 덜 가는 것 같다. 말로니가 공격적으로 나서고 건웅이 형이 뒤에서 받쳐주기 때문에 많은 빛을 보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두 선수의 조합이 상당히 좋다. 말로니가 수비적으로 힘들어할 때 건웅이 형이 커버를 해준다. 또 두 선수가 함께 서면 공 배급도 잘 된다. 때로는 공격적으로 치고 올라오며 분위기를 바꾸는 선수들이라 공격수들한테는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을 보면 작년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은데?
말로니, 다닐로는 티아고 피지컬 코치까지 해서 같은 브라질 출신이라 그렇게 힘들지 않을 거다.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셋이서 이야기를 하면 된다. 통역도 있다. 또 가족들도 다 한국에 와 있다. 하지만 슬로바키아에서 온 아코스는 외로울 수밖에 없다. 아직 가족들도 오지 않아 혼자 한국에 있다. 그 마음을 내가 너무 잘 알아서 괜히 한 마디라도 더 해주고 그런다. 작년에 나를 보는 느낌이다. 내가 카자흐스탄에 있을 땐 유럽 문화라 그런지 선수들이 먼저 다가와주지 않았다. 아코스가 혼자 밥을 먹고 있으면 (이)한샘이 형이나 (유)현 형이 “가서 같이 밥 먹어줘라”라고 하기도 하신다. 아코스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된다. 아코스가 입에 거미줄을 치지 않도록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K리그 첫 시즌이다. 올 시즌 목표는 뭔가?
20경기 이상 선발 출전과 공격포인트를 10개 이상 올리는 것이다. 아직 공격포인트가 없다. 원래 카자흐스탄은 페널티킥을 얻어내면 도움으로 쳐줬는데 K리그는 그렇지 않더라. (한정우는 경남과 리그 4라운드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또 K리그2에 속한 팀들이 다들 좋은 팀들이지만 자동 승격을 하고 싶다. 우리가 할 것만 열심히 하다 보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자동 승격이 힘들면 플레이오프에 꼭 진출해보고 싶다. 개인적인 것보단 팀을 먼저 생각하려고 하고 있다. 팀이 상위권에 위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

낯선 카자흐스탄에서 1년간 힘겨운 경험을 해봤기에 한정우는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발판 삼아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다. 과연 시즌 초반 무서운 기세를 보이고 있는 수원FC는 이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정우는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까. 먼 길을 돌아 비로소 기회를 잡게 된 한정우의 도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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