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과 일본-김해 거친 안양 구본혁의 꿈 같은 K리그 데뷔전


올 시즌 FC안양에 입단한 구본혁은 이정빈의 공백을 메울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FC안양

[스포츠니어스 | 잠실올림픽주경기장=김현회 기자] FC안양 구본혁이 꿈에 그리던 K리그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렀다.

FC안양은 27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0 서울이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아코스티와 기요소프의 연속골에 힘입어 2-0 승리를 따냈다. 안양은 이 경기 승리로 올 시즌 네 경기 만에 첫 승을 따내게 됐다. 안양은 올 시즌 이 경기 이전까지 3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이날 K리그 데뷔골을 넣은 아코스티나 후반 교체 투입돼 스스로 페널티킥을 만들어 성공시킨 기요소프에게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또 한 명의 선수도 주목을 받기에 충분했다. 바로 이날 K리그 데뷔전을 치른 안양 구본혁이었다. 구본혁은 이정빈이 입대한 뒤 그를 대신해 K리그 첫 경기에 출장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구본혁은 어린 시절부터 장래가 촉망되던 선수였다. U-13 대표팀의 일원으로 활약했고 풍생중 시절 춘계대회 우승을 경험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스페인 데포르티보에 입단하며 화제를 뿌렸다. 당시 구본혁은 대한축구협회에서 축구 유망주로 선정돼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그때 구본혁과 함께 장학금을 받은 이들이 백승호, 이승우, 장결희(이상 FC바르셀로나)와 김우홍, 김영규(이상 UD 알메리아), 안준혁(비야레알)이었다.

구본혁(맨 오른쪽)은 이승우, 백승호 등과 함께 한국 축구의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대한축구협회

하지만 구본혁은 1년 만에 국내로 돌아와야 했다. 만 18세 이하 외국인 선수 경기 출전을 금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으로 1년 만에 국내로 복귀했다. 그래도 이미 스페인으로 건너가 2~3년씩 자리를 잡은 다른 한국인 선수에 비해 갓 스페인에 입단한 구본혁은 버티기가 어려웠다. 그는 이후 영석고 SOL 축구센터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국내로 복귀해서도 펄펄 날았다. 구본혁은 고등연맹 춘계대회에서 MVP를 수상하며 다시 주목받았고 2016년 J2리그 몬테디오 야마가타와 프로 계약을 체결해 3년 6개월간 일본 무대에서 활약했다. 어린 나이에 이뤄낸 성과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이 시기가 축구 인생 중 가장 큰 고비이기도 했다. 출장 정지 규장으로 방황해야 했던 스페인에서보다 일본에서의 생활이 더 힘들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스페인에서는 마냥 축구가 좋아서 버틸 수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생활이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

구본혁은 J2리그 무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축구와 생활 모두 버거웠다. 일본 축구 스타일이 잘 맞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갔지만 그렇지도 않았다. “어린 나이에 프로라는 세계에 왔다. 경기에 나서고 나를 알려야 하는데 기회조차 받기 힘든 상황이었다. 1년 동안 어렵게 친구를 사귀면 그 선수가 팀을 떠나고 또 다른 친구들을 사귀어야 했다. 언어 문제도 있었다. 혼자라서 외로웠다.” 결국 그는 2019년 후반기 국내 복귀를 결정하고 내셔널리그 김해시청으로 향했다.

김해시청에서 반 시즌을 보낸 구본혁은 2020년을 앞두고 K리그 무대 입성을 노렸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이뤄낸 스페인 유학과 일본 진출 등의 화려했던 경력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성인이 된 후 보여준 게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존심을 굽히고 FC안양 입단 테스트 문을 두드렸다. 동계 훈련에 맞춰 FC안양 훈련에 합류한 뒤 김형열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한 처절한 테스트를 시작했고 마침내 안양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

구본혁은 마침내 K리그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프로축구연맹

구본혁은 발기술이 매우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다. 특히 중원에서 패스의 방향과 스피드를 선택하는 능력이 출중하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 모두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선수다. 하지만 안양의 중원에는 닐손주니어와 맹성웅이 수비적으로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었고 공격은 이정빈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 더군다나 22세 이하 자원으로 맹성웅이 활약 중이어서 구본혁이 이 혜택을 입기란 어려웠다. 당장 경기에 나서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기회는 개막 후 네 경기 만에 찾아왔다. 팀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서며 지난 라운드에도 두 골이나 뽑아낸 이정빈이 군대에 가게 된 것이다. 김형열 감독은 이 자리에 곧바로 구본혁을 투입했다. 구본혁은 27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2 2020 서울이랜드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로 출장해 후반 40분 유종우와 교체될 때까지 활발한 활약을 펼쳤다. 전반 초반에는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이었지만 이후 줄곧 왕성한 활동량을 선보이며 팀의 공수 균형 역할을 했다.

경기가 끝난 뒤 구본혁은 자신의 장점을 다 보여주지 못한 경기라고 아쉬워했다. 팀의 상황에 따라 수비적인 역할에 치중해야 했다고 말했다. “장점을 많이 살리지 못했다. 원래 볼터치와 패스 등 공격적인 플레이가 장기인데 오늘 경기에서는 일단 팀이 안정되어야 했다. 3연패를 당하고 있어 일단은 수비가 먼저라고 생각했다. 장점을 최대한 죽여야 했고 첫 경기라 긴장한 것도 있다. 초반에 실수를 하고 멘탈이 흔들렸는데 주변에서 형들이 잘 잡아주셨다. 수비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자고 했다. 오늘은 내가 가진 능력의 5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이날 구본혁의 플레이를 유심히 지켜본 김형열 감독의 평은 좋았다. 김형열 감독은 구본혁의 이야기를 하면서 미소 지었다. “구본혁에게 ‘정빈이하고 너하고 비교되는 플레이를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했다. 구본혁은 오늘 내 기대보다 두 배는 더 뛰었다. 이정빈이 군대에 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더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가다듬고 흡수한다면 이정빈 못지 않은 플레이를 펼칠 것이다.” 마우리데스가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활약에 머무는 가운데 구본혁이 더 공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구본혁에게는 이정빈의 입대가 기회가 됐다. 그는 이렇게 출장 기회가 빨리 찾아올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다. “(이)정빈이 형이 같이 있을 때 정말 잘 챙겨주셨다. 그 형의 플레이를 볼 때면 ‘우와 정말 수준이 다르구나’라고 느끼기도 했다. 형이 군대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언젠가는 나에게 기회가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늘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마음먹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은 몰랐다. 감독님 말씀처럼 나는 정빈이 형과 비교되는 플레이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빈이 형이 공격적인 스타일이라면 나는 안정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며 많이 뛰려고 했다.”

이날 안양은 2-0 승리를 따냈다. ⓒ프로축구연맹

구본혁에게는 역사적인 K리그 데뷔전이었다. 이 경기를 통해 안양은 3연패의 수렁에서 벗어나며 시즌 첫 승을 따냈고 구본혁은 K리그에 처음으로 이름을 새겼다. 경기가 끝난 뒤 그에게도 축하가 이어졌다. “지금 정말 많은 축하 메시지가 오고 있다. 특히나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나를 지도했던 유성우 감독님이 ‘첫 경기라 긴장도 했을 거고 경기 내용이 잘 기억도 나지 않을 텐데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이 하는 모습이 자랑스럽다. 이 기회를 꼭 잡으라’는 말을 해주셨다. 다른 분들의 축하 메시지도 하나 하나 읽어보고 가슴에 새기고 있다.”

K리그 데뷔전이라는 첫 번째 목표를 이룬 구본혁은 이제 다음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날 경기에서는 팀 상황상 수비에 중점을 뒀지만 이제는 그가 잘하는 걸 보여줘야 한다. 구본혁은 이런 각오를 밝혔다. “오늘 승리는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다른 형들이 몸 바쳐서 이뤄낸 승리다. 형들 덕분에 이겼다. 형들이 경기 전부터도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게 도와주셨다. 형들에게 고맙다. 또한 오늘 한 경기에 나섰다고 마음가짐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서 그는 당찬 각오를 이어갔다. “초심으로 임하겠다. 혹시 또 기회를 받는다면 다음 경기, 그 다음 경기에서 능력을 더 보여줘야 한다. 내 장점을 더 보여드리고 싶다. 그리고 코로나19 때문에 열정적인 우리 서포터스 앞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아쉽다. 코로나19가 잘 마무리 되면 우리 서포터스 앞에서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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