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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수원=전영민 기자] 설기현 감독의 축구는 확실히 많은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

27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수원FC와 경남FC의 하나원큐 K리그2 2020 4라운드 경기의 승자는 홈팀 수원이었다. 수원은 두 골을 터뜨린 마사와 올 시즌 다섯 번째 골을 신고한 안병준의 활약에 힘입어 3-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수원은 리그 3연승을 질주했다. 반면 경남은 올 시즌 첫 패배를 당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경남 설기현 감독은 직전 라운드였던 안양전에서 올 시즌 첫 골을 성공시킨 제리치를 선발이 아닌 벤치에서 시작하게 했다. 그러면서 역시 안양전에서 1골 1도움의 활약을 펼쳤던 황일수 역시 벤치에 뒀다. 이들이 빠진 자리는 김승준, 박기동 등이 메웠다.

미드필더진에서도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안양전에서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한 장혁진을 대신해 김경민이 중원에 나섰다. 최후방 수비진은 부주장 이광선과 신예 강의빈이 맡았고 골문은 앞선 경기들과 마찬가지로 손정현이 지켰다.

이날 경남은 전반 초중반 경기를 지배했다. 빌드업 시에는 김경민이 수비 라인으로 내려와 이광선, 강의빈과 함께 스리백을 형성했다. 중원의 김형원과 김규표 역시 깔끔한 원터치 패스와 전환 패스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하지만 전반 36분 믿었던 수문장 손정현의 치명적인 실책이 나왔다. 손정현이 골킥 상황에서 수비수 이광선에게 짧은 패스를 건넸고 이광선이 손정현에게 리턴패스를 내줬다. 그러나 손정현의 볼터치가 길었고 이 공을 안병준이 태클로 따내 마사에게 연결했다. 그렇게 노마크 상황을 맞이한 마사는 가볍게 경남의 골망을 흔들었다. 설기현 감독이 핵심으로 여기는 후방 빌드업에서 실수가 나온 것이다.

이후 주도권은 수원에 넘어갔다. 그러던 후반 5분 수원의 두 번째 골이 터졌고 후반 16분에는 수원의 세 번째 득점까지 나오고 말았다. 경남의 세 번째 실점 과정은 앞선 선제 실점 과정과 비슷했다. 공 소유권을 따낸 미드필더 김형원이 골키퍼 손정현에게 백패스를 시도했지만 패스의 강도가 너무 약했고 이 공은 손정현이 아닌 마사에게 흘렀다. 이후 마사는 너무나도 손쉽게 손정현을 제쳤고 다시 한 번 행운의 득점에 성공했다.

하지만 설기현 감독은 선수들의 실수에도 오히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실수가 결과에 영향을 미치긴 했지만 선수들이 잘했다고 생각한다. 실수가 두려워서 지금 준비하는 축구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건 내가 생각하는 축구가 아니다"며 쿨한 반응을 보였다. 본인이 주문하는 축구 스타일을 이행하다가 실수가 나온 것이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설기현 감독의 말대로 설기현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은 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 기본적으로 2-3-5 포메이션이라 일컬어지는 설기현 감독의 경남은 수비 라인을 높은 지역까지 올리고 전문 풀백을 두지 않는다. 대신 센터백 바로 앞선에 위치한 미드필더들이 수비 상황 시에 측면 아래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한다.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수문장 손정현이 수비진 뒷공간을 커버하는 스토퍼 역할을 수행한다.

공격 작업에 있어서도 모험적인 스타일을 유지하기는 마찬가지다. 설기현 감독의 부임 후 경남 수비진은 쉽사리 길게 공을 걷어내지 않는다. 대신 최후방부터 짧은 패스를 이어가며 공격진까지 전진을 시도한다. 이 과정에서도 역시 수문장 손정현과 센터백들이 중심이 되어 빌드업 전개를 시작한다.

그러나 많은 위험부담이 있는 스타일인만큼 벌써부터 빌드업 과정에서 많은 실수들이 나오고 있다. 앞선 안양과 리그 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는 손정현이 최후방 수비수의 백패스를 손으로 잡는 쉽게 보기 힘든 장면까지 나오기도 했다.

설기현 감독이 부임한 후 경남 선수들은 한 목소리로 "경험해보지 못했던 축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간 K리그에서 흔치 않았던 축구 스타일이기에 선수들과 설기현 감독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날뿐 아니라 계속되는 치명적인 실책들은 경남에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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