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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잠실=홍인택 기자] 서울이랜드는 정말 바뀌었을까. 적어도 지금까지는 긍정적인 모습이다.

서울이랜드FC는 24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2 2020 전남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세 경기 만에 무실점으로 승점 1점을 따냈다. 세 경기 연속으로 이기지 못했지만 지지도 않았다.

서울이랜드는 창단 후 지난 시즌까지 성적 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서울이랜드가 당시 K리그 챌린지에 합류했던 2015년 첫 시즌 성적이 가장 좋았다. 서울이랜드는 첫 시즌 4위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이후 6위와 8위, 이어 2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며 암울한 시기를 보냈다.

창단 초기 1부 리그 승격과 아시아 무대 진출이라는 포부를 내걸었던 서울이랜드는 사령탑과 임직원의 잦은 교체로 부침을 겪기도 했다. 매년 '새로운 모습, 달라진 모습'을 약속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서울이랜드는 분명히 달라졌다. 개막 전까지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제주유나이티드와 1-1 무승부, 다크호스로 주목받았던 경남FC와의 경기에서도 2-2 무승부를 거뒀다. 두 경기 모두 실점을 기록했지만 실점 이후 급격하게 무너졌던 지난 시즌 서울이랜드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서울이랜드는 지난 경남FC와의 경기에서도 마지막까지 추가 득점을 노리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단순히 결과만 거둔 것이 아니다. 서울이랜드는 특히 실점 이후 무기력한 모습을 수차례 보여줬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정정용 감독의 공격적인 성향이 팀에 잘 녹아들었다. 서울이랜드는 이날 펼쳐진 전남과의 경기에서 빠른 속도로 공격 전개를 펼치며 끊임없이 전남을 위협했다.

서울이랜드가 이날 전남드래곤즈와의 경기에서 보여준 가장 큰 차이점은 간격과 속도였다. 서울이랜드는 수비와 중원의 간격을 좁히면서 전남 공격진을 묶어놨다. 전방에 있는 레안드로와 수쿠타-파수, 김민균도 공격 기회만 엿보는 것이 아니라 압박으로 전남의 빌드업을 방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수비와 미드필드에 있는 선수들이 전방으로 공을 빠르게 전달하면서 팀의 속도를 높였다. 경기 속도가 올라가면서 경기의 재미를 더한 건 덤이었다.

경기장을 찾은 최종양 구단주를 비롯한 10명 내외의 그룹 임원들도 서울이랜드의 선전에 뜨겁게 호응했다. 이들은 본부석에 있는 귀빈석에서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서울이랜드의 경기를 지켜봤다. 공격 면에서나 수비 면에서나 서울이랜드가 좋은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박수를 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무관중 경기가 펼쳐진 상황에서 이들은 선수들에게 큰 힘을 보탰다. 임원들은 전반전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모두 라커룸으로 들어갈 때까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이에 선수들도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임원들이 보내는 박수에 김동권도 라커룸으로 향하며 박수로 화답했다. 김성현은 머리 부상에도 붕대를 감고 투혼을 발휘했다. 후반 들어 뛰지 않던 무력한 모습도 올해는 없었다. 후반전 전남이 공격적으로 서울이랜드를 공략할 때도 선수들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전남의 공세를 막아내는 모습을 보였고 전남의 패스 줄기를 끊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무관중 경기 덕분에 드러난 변화도 있었다. 지난 시즌 서울이랜드 선수단은 경기 중 '콜 플레이'를 하지 않아 수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김동권을 중심으로 선수들의 '콜 플레이'도 선명하게 들렸다. 후반 들어 서울이랜드의 수비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김동권이 "집중해!"라고 외치기도 했고 동료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라인의 위치를 외치기도 했다.

서울이랜드는 이날 경기를 무실점으로 끝냈다. 결정적인 기회도 수차례 만들어냈다. 지난 경남과의 경기에서는 손정현에게, 이날은 박준혁의 선방에 결과를 얻지 못했을 뿐이다. 정정용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일단 지지 않은 점이 긍정적이다"라고 밝혔다. 정 감독은 이어 "조급해하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어렵게 우리가 조금씩 만들어간다면 한순간 점프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 그림을 그리면서 천천히 가겠다"라고 밝혔다.

정정용 감독의 마지막 말은 어쩌면 서울이랜드에 꼭 필요한 모습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무기력한 서울이랜드의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경기장 안팎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드러나고 있다. 서울이랜드가 달라진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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