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경기’에도 10번째 매진(?) 앞둔 DGB대구은행파크의 사연

DGB대구은행파크를 가득 채운 팬들의 깃발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DGB대구은행파크가 다시 한 번 하늘색 물결로 뒤덮일 준비를 마쳤다.

대구FC는 오는 16일 16시 30분 DGB대구은행파크에서 포항스틸러스와 하나원큐 K리그1 2020 2라운드 홈경기를 가진다. 앞서 지난 9일 펼쳐진 인천유나이티드와의 올 시즌 리그 개막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둔 대구는 포항을 상대로 시즌 첫 승리에 도전한다.

하지만 해당 경기는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다.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K리그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대구 역시 올 시즌 첫 홈경기를 관중 없이 치르게 됐다. 지난해 개장 후 일약 K리그 최고의 분위기를 자랑하는 경기장으로 거듭났던 DGB대구은행파크이기에 무관중으로 포항과의 경기가 치러진다는 사실은 다소 아쉽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16일 포항과 홈경기에서 DGB대구은행파크는 하늘색 물결로 가득 찰 전망이다. 대구 팬들과 대구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하늘색 깃발 아바타’ 약 12,000개가 DGB대구은행파크를 채워가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대구FC의 열정적인 지지자들로 구성된 엔젤클럽은 ‘코로나19 극복 대팍깃발매진 캠페인’이라는 이름 아래 현재 DGB대구은행파크를 하늘색 깃발로 채우고 있다. <스포츠니어스>는 14일 오후 포항전을 위한 퍼포먼스 준비에 여념이 없는 엔젤클럽 이호경 회장과 연락이 닿았다.

이호경 회장은 이러한 퍼포먼스를 기획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코로나19를 모범적으로 극복한 대구 시민들의 자존심과 모범 도시 대구의 의식 수준을 보여주기 위해 이 캠페인을 기획하게 되었다”며 운을 뗀 이호경 회장은 “대구 팬으로서 개막전을 수개월 동안 기다리고 준비했다. 하지만 무관중으로 개막전이 진행되어서 아쉬운 마음이 강했다. 개막전에서 비록 몸은 선수들과 함께하지 못하지만 마음만이라도 같이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이벤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코로나19 극복 대팍깃발매진 캠페인’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간단하다. 바로 포항과 경기가 열리는 날 DGB대구은행파크 12,000석 전 좌석을 대구FC 앰블럼이 들어간 하늘색 깃발로 가득 채우는 것이다. 하지만 이 깃발은 그냥 깃발이 아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 많은 고통을 겪었던 대구 시민들의 코로나19 완전 종식 염원이 담긴 메시지, 대구FC에 대한 팬들의 응원 메시지 등이 깃발에 젹혀있다.

“중계를 통해 경기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대구 시민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마음이 강했다”는 이호경 회장은 “12,000개의 깃발에 대구 시민들의 영혼이 담겨있을 것이다. 선수들, 대구 시민들에게 응원을 보냄과 동시에 어려운 시기에 대구를 위해 봉사해 주셨던 소방관, 의료인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를 위해서 이벤트를 하게 됐다. 어제부터 엔젤클럽 회원들이 12,000개의 깃발을 경기장에 꽂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듯 엔젤클럽은 단순히 대구 선수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코로나19 사태 초반 많은 고통을 겪었던 대구에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의료인들 그리고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이겨낸 대구 시민들을 위해 이 같은 이벤트를 기획했다. 그렇다면 12,000개의 깃발에 적힌 대구 팬들과 대구 시민들의 응원 메시지를 엔젤클럽은 어떻게 수집했을까.

이에 대해 이호경 회장은 “며칠간 DGB대구은행파크 근처와 대구 시내에서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동성로 거리 등 대구 시내 몇 군데에 거점을 두고 응원 메시지를 수집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K리그에서 깃발 응원을 제일 처음 도입한 팀이다. 몇 년 전부터 홈경기에서 깃발 응원을 많이 했다. 그런 연장 차원에서 다른 것이 아닌 깃발 응원을 선택했다. 다행히 시민들도 캠페인에 많은 참여를 해주셨다”고 답했다.

지난해 대구의 돌풍은 대단했다. DGB대구은행파크 개장과 함께 대구는 일약 K리그를 선도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지난 시즌 무려 아홉 번의 홈경기가 매진될 정도로 대구의 축구 열기는 뜨거웠다. 만약 올 시즌이 정상적으로 개최되었더라면 홈 개막전에서 ‘대팍’의 10번째 매진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DGB대구은행파크는 이제 대구시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시민들의 참여 덕분에 10번째 홈경기 매진은 깃발로 기록하게 됐다”며 웃은 이 회장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며 구단에서도 너무 고마워하더라. 사실 깃발에 들어가는 비용만 하더라도 상당한데 구단에서 시민들과 엔젤클럽의 열정을 보고 ‘포항과 홈경기가 끝난 후에 12,000개의 깃발들을 대구FC 박물관에 영구 보관하겠다’는 약속도 했다”라고 전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렇듯 현재 이 시간에도 DGB대구은행파크는 12,000개의 깃발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깃발 하나하나를 채우는 것에도 막대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사실 한 시간에 20개에서 40개 정도의 깃발밖에 채우지 못한다.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며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을 하고 있다. 어제부터 일을 시작했고 내일 마무리된다. 어제는 20명, 오늘은 50명, 내일은 20~30명이 작업에 참여한다. 여러 번 참여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다들 생업이 있으시니까 한 번만 참석하시는 분들도 있다. 생업에 지장이 되지 않는 선에서 다들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계신다”고 전했다.

비록 이틀 뒤 포항전에서 DGB대구은행파크를 가득 메운 대구 팬들의 모습을 볼 순 없다. 하지만 1만 2천 대구 팬들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힘쓴 240만 대구 시민들, 그리고 시즌 첫 홈경기 준비를 위해 생업까지 뒤로한 채 여념이 없는 엔젤클럽 회원들 덕에 DGB대구은행파크는 개장 후 10번째 매진을 기록할 준비를 마쳤다. 과연 대구 선수단은 12,000명의 염원이 담긴 하늘색 깃발 앞에서 올 시즌 첫 승리를 신고할 수 있을까. 대구와 포항의 경기에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henry412@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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