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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니어스 | 전주=명재영 기자] 잠자고 있던 축구 세포가 깨어났다.

K리그가 드디어 개막했다. 원래대로라면 본격적인 순위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이었어야 했다.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바이러스가 전 인류를 집어삼키면서 생활 필수재가 아닌 프로스포츠는 그동안 뒷전으로 밀렸던 것이 사실이다. 방역과 안전 앞에서 그렇게 K리그는 잠시 잊혔었다.

그렇다고 모든 걸 아예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 국내의 감염 상황이 조금씩 진정되고 방역 단계 또한 조정에 들어가면서 K리그도 조심스레 개막 카드를 꺼냈다. 물론 코로나 이전의 평상시 모습은 아니었다. 감염자가 계속해서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관중을 유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혹여나 경기장 내에서 집단 감염이라도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큰 손해지만 무관중 리그 진행이 결정됐다.

모든 시선은 전북현대와 수원삼성의 리그 공식 개막전이 열리는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향했다. 90여 명의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다. 남자 성인 국가대표급 경기에서나 볼 수 있는 규모다. AFP, 로이터 등 세계적인 통신사뿐만 아니라 터키, 일본, 러시아 등에서도 취재 인력을 파견해 K리그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도 정부를 대표해서 경기장에 방문해 K리그의 개막을 축하했다.

'연습경기처럼 분위기가 흐르지 않을까'하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선수들의 집중력은 여느 리그 경기와 같았고 홈팀 전북 구단 또한 평상시와 똑같이 경기장을 운영하면서 개막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팬들은 비록 경기장을 찾을 수 없었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열띤 응원 전쟁을 펼쳤다. 이따금 경기장에는 녹음된 팬들의 응원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그럴싸한 모습도 연출됐다.

많은 이들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의 삶은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비접촉(언택트)이 일상화되면서 우리가 당연시했던 모든 것은 이제 당연하지 않다. K리그 또한 마찬가지다. 경기장의 모든 인원은 항상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고 그마저도 소수의 관계자에게만 입장이 허용된다. 선수 입장부터 골 세리머니까지 모든 걸 조심해야 한다.

정상 운영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K리그를 향한 모두의 열정이 이날 확인됐기에 이제 K리그는 여느 때처럼 앞으로 달려갈 일만 남았다. 팬들이 밝은 모습으로 경기장에 돌아올 그 날까지 지금의 노력이 헛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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