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권순형 “우리 축구 스타일? 누구 한명에 의존하지 않아”


ⓒ 성남FC

[스포츠니어스|전영민 기자] 올 시즌 성남FC는 새로운 팀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의 K리그1 승격과 생존을 이뤄냈던 남기일 감독이 팀을 떠났고 김남일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다. 한층 치열해진 K리그1에서 성남은 2년 연속 생존과 함께 더 높은 목표인 파이널A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이적생들의 활약이 필수다.

권순형은 올 시즌 성남 유니폼을 새롭게 입게 된 선수 중 한 명이다. 프로 데뷔 후 강원FC, 제주유나이티드 등에서 활약을 이어오던 권순형은 35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성남에서 새 도전에 나서게 됐다. 17일 오후 <스포츠니어스>는 전화 통화를 통해 권순형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꾸준한 몸 관리의 비결과 제주를 떠나게 된 심정 그리고 성남에서의 새 시즌 각오까지. 권순형과 나눈 대화를 소개한다.

반갑다. 성남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렇다. 올해가 프로 12년 차다. 그런데 이런 일은 처음이다. 그전까지는 항상 개막일에 맞춰 컨디션 조절을 해왔는데 개막일이 밀리다 보니까 난감한 면이 있다. ‘컨디션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된다. 하지만 다행히 확진자가 조금씩 줄어서 리그가 개막할 낌새가 보인다. 훈련도 계속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리그 개막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베테랑으로서 선수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있나?
선수들이 이 상황에 동요하기 보다는 평소처럼 하고 있다. 나뿐 아니라 양동현 선수, (김)영광이 형, (김)근배 등 고참 선수들 역시 평소 하던대로 하고 있다. 다만 리그가 연기되었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떨어진 면이 없지 않아 있긴 한데 감독님, 코칭스태프, 선수들까지 ‘전술적으로 완성도를 갖출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고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조직력을 가다듬는데 매진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각자 위치에서 잘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다. 베테랑들이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훈련 과정에서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인다면 특별히 무슨 말을 하지 않아도 선수들이 잘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시간이 빠르다. 벌써 30대 중반이 되었다.
그렇다. 팀에서 영광이 형 다음으로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나랑 동현이가 1986년생이다. 동현이와는 중,고등학교 동창이기도 하다. 프로에선 처음으로 같은 팀에서 뛰게 됐다. 우연치 않게 동현이와 성남에서 만나게 됐다. 고참 선수들과는 겨울 동계훈련 때부터 따로 만나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했다. 하지만 최근엔 코로나19 때문에 몰려다니는 게 쉽지가 않아서 그런 자리를 피하고 있다.

요즘 K리그에서 30대 중후반 선수들의 모습을 보는 게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그렇다. 후배들도 “형처럼 오래하고 싶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다. 먼저 축구를 그만 두신 선배님들이나 친구들도 “최대한 몸 관리를 잘해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라”라고 격려를 많이 해주신다.

K리그 300경기를 넘게 뛰었다. ‘철인’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몸 관리는 어떻게 하나?
가장 기본적인 걸 지키려고 한다. 자는 거, 먹는 거, 쉬는 거에 신경을 쓴다. 먹지 말아야 할 건 안 먹고 하지 말아야 할 건 안 한다. 특별한 건 따로 없다. 평소에 절제를 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 점이 조금 힘들기도 하다. 또 8시간 이상은 무조건 자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단순히 심리적인 것일 수도 있는데 8시간 이상은 자야지 ‘잘 잤다’고 느껴진다.

나뿐만 아니라 베테랑 선수들은 각자만의 루틴이 있을 거다. 영광이 형도 그렇고 동현이도 그렇고 오래 선수 생활을 하는 사람들한테는 그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영광이 형은 먹는 것뿐 아니라 훈련 전후 그리고 모든 생활 패턴이 훈련을 중심으로 맞춰져 있다. 굉장히 몸 관리를 잘하신다. 동현이도 몸 관리를 굉장히 많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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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몸담았던 제주(2011~2013, 2015.10~2020.01)를 떠나 성남으로 오게 됐다. 그 과정을 말해줄 수 있나?
지난 시즌 제주가 안타깝게 강등이 됐다. 이후 감독님이 새롭게 오셨다. 제주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물론 제주에서 오랫동안 있었기에 발걸음을 떼기가 쉽지는 않았다. 서로가 원해서 성남으로 이적했다고 말씀드리는 게 맞을 것 같다. 성남 쪽에서는 정경호 코치님을 통해 제안을 받았다. 코치님이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제주에서 정말 오랜 시간 뛰었다. 하지만 지난해 결과는 충격적인 강등이었다.
전체적으로 (팀 구성원들의) 마음이 분산되어 있었다는 건 사실이다. 경기를 보시는 분들이 느끼시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다들 아시겠지만 안되는 팀엔 이유가 있다. 프런트부터 시작해서 구단 전체적으로 많은 문제들이 있었다. 팬들에게 정말 죄송했고 면목이 없었다. 강등에 대한 안타까움이 정말 컸다.

제주 팬들에게 너무 죄송했다. 좋게 헤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강등을 당하고 헤어지게 되어서 너무 죄송한 마음이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좋게 기억해 주시는 제주 팬분들이 많다. 그런 점에 대해 너무너무 감사하게 생각한다.

한산했던 제주에서 복잡한 수도권으로 오게 됐다.
원래 집이 서울이었다. 그래서 생활의 차이에 있어선 어려움이 없다. 지금도 서울에서 성남까지 출퇴근을 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타면 25분이면 온다.

그간 K리그에서 뛰며 느낀 성남에 대한 이미지는 어땠나?
성남은 되게 끈적끈적한 팀이었다. 만날 때마다 이기기가 쉽지 않았다. 화끈한 면이 있는 팀이었다. 올 시즌에도 그런 색깔들을 계속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여기에 감독님과 코치님이 하고자 하는 축구 색깔을 입힌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본다.

김남일 감독이 공격적인 축구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누구 한 명한테 의존하는 축구가 아니다. 모든 선수들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나 혼자만이 아니라 내 파트너의 움직임을 보며 움직이는 축구다. 내가 움직여서 동료들이 조금 더 편하게 공을 받을 수 있게끔 상대 선수들의 시선을 빼앗는 그런 개념이다. 여태까지 배워왔던 축구는 내가 할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주변 선수들을 인식해야 한다. 선수들 사이에서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감독님이 항상 말씀하시기를 “우리 축구는 시간이 많이 걸리는 축구다”고 하신다. 갈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감독님하고 코치님이 연구를 되게 많이 하신다. 미팅도 많이 하신다. 감독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것이 있다. “성남만의 색깔을 만들자”이다.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감독님에 맞춰 따라가고 있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K리그에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싶어하신다. 어떤 축구라고 구체적으로 말로 설명을 하기는 애매한 부분이 있다. 시즌이 개막하면 직접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정경호 코치가 대단한 전술가라는 이야기들이 떠돈다.
우선 정경호 코치님과는 강원에서 3년 동안 같이 선수 생활을 했다. 그땐 “형”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코치를 하고 계시지만 큰 차이는 없다. 그때도 코치님은 고참급에 속하는 선수셨기 때문이다. 당시 나는 신인이었다. 그래서 코치님이 어려웠다.

코치님이 강원 시절부터 지도자 공부를 하셨다. 여기선 선수와 지도자로 만나게 됐는데 확실히 공부를 많이 하셔서 그런지 지식도 되게 많으시고 배울 점이 많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추구하시는 축구 스타일이 잘 맞으신다. 그렇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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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감독과는 현역 시절 함께한 경험이 있나?
감독님이 인천과 전북에 계실 때 상대 팀으로 경기를 해본 적이 있다. 현역 시절엔 굉장히 터프하셨다. 수비형 미드필더이시지만 공도 잘 차셨다. 상대 편으로 만났을 땐 무섭기도 했다. 되게 강하실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감독님을 아는 분들은 감독님이 절대 그런 분이 아니라는 것을 아실 것이다.

감독님은 엄청 부드러우신 분이다. 완전 따뜻한 남자다. 1월에 팀에 왔으니 감독님과 몇 개월 함께한 셈인데 한 번도 선수들을 다그치시는 걸 본 적이 없다. 선수들에게 잔소리를 하기 보다는 격려를 해주고 밀어주시는 스타일이시다.

하지만 성남 전지훈련 사진에 찍힌 김남일 감독의 사진은 굉장히 화가 나 보였다.
아니다. 감독님은 타고난 카리스마를 갖고 계신다. 그래서 그렇게 보인 것이다. 감독님이 말씀을 하지 않으실 때면 카리스마가 대단하시다. 그래서 훈련할 때 감독님이 특별히 말씀을 하지 않으셔도 선수들이 더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선수들에게 지적은 해주시지만 절대 선수들을 혼내시진 않는다.

김남일 감독이 개인적으로 주문하는 부분이 있을듯한데?
내가 나이가 있다 보니까 훈련이나 회복하는 부분에서 감독님이 세심하게 신경을 써주신다. 감독님이 베테랑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는 시점이 젊은 선수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하신다. 감독님도 그걸 경험하셨다. 그래서 조급하지 않게 믿어주시는 편이다.

개인적인 질문으로 가보겠다. 중거리슛이 워낙 좋다. 비결이 뭔가?
공이 내게 흘러왔을 때 ‘세게 차겠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잘 맞추자’는 생각을 한다. 훈련할 때도 중거리슛 기회가 오면 집중을 해서 차려고 한다.

연습도 많이 했는가?
학창 시절 땐 힘이 없다 보니까 그렇게 많이 슈팅을 때리지 않았다. 상주상무 시절이 기점이 됐다. 박항서 감독님이 슈팅을 많이 주문하셨다. 그래서 슈팅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자신감이 붙지 않았나 싶다.

박항서 감독님이 약간 다혈질적인 부분도 있으시지만 동시에 따뜻하신 분이다. 선수들을 잘 챙겨주시고 생각해 주시는 분이다. ‘츤데레’ 느낌이다. 선수들이 외박을 많이 나가게 하려고 노력도 많이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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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상주 감독 시절 박항서 감독이 경기 중 졸고 있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장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내가 알기로는 감독님의 그 모습이 찍힌 바로 그 경기가 내가 군대에 있을 때다. 하지만 약간의 오해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에 감독님은 조신 게 아니다. 약간 무언가를 생각하고 계셨던 것이다.

ⓒ 스포티비 방송화면 캡쳐. 상주 감독 시절 전북과 경기 중 무언가를 생각(?) 중인 박항서 감독의 모습.

상주 시절 많은 경기를 뛰었다.
그렇다. 총 군 생활 동안 50경기를 뛰었다. 군대 안에서 할 수 있는 게 운동밖에 없었다. 그래서 축구에 더 집중을 할 수 있었다. ‘여기서 도태되면 전역하고 내가 축구계에서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다’는 생각으로 컨디션 유지를 했다.

‘꽃미남 미드필더’라는 별명이 있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완전 옛날 이야기다. 지금은 아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
옛날엔 좋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나오면 후배들이 날 욕할 것 같다.

올 시즌 정해 놓은 목표가 있나?
새롭게 팀을 옮겼다. 감독님, 코치님, 나 모두 이 팀이 처음인데 팀이 잘됐으면 좋겠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팀의 새로운 색깔을 만들고 계신다. 나도 거기에 잘 맟춰가야 한다. 오랜 기간 타 팀에서 있었다. 내게 있는 습관 중에 좋은 건 가져가고 나쁜 건 버려 빨리 팀에 녹아들겠다. 그게 목표다.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올 시즌 팀 목표가 파이널A다. 팀이 거기에 도달할 수 있도록 고참으로 맡은 자리에서 역할을 잘 해내겠다. 구성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맡은 바 일을 잘 해내면 파이널A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때는 ‘몇 경기에 출전하겠다’는 목표를 구체적으로 세웠지만 지금은 몇 경기에 나서든 경기에 들어갔을 때 존재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회가 왔을 때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30대 중반이다. 축구 인생의 목표가 뭔가?
계획을 멀리 세우는 스타일은 아니다. 나이가 35살이 되었는데 올해 시즌이 미뤄지며 생각이 더 많아졌다. 35살에 치르는 시즌의 두 달이 벌써 지나가버린 거다. 그러다 보니까 지금의 이 시간들이 더 소중해지더라. 진부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한 경기 한 경기가 마지막이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 그 시간이 몇 분이 됐든 내겐 정말 소중하기 때문이다. 간절하게 임하다 보면 마무리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성남 팬들이 리그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시즌이 미뤄졌는데 팬들 역시 리그 개막을 기다리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만나 뵙고 싶다. 성남 이적 첫 해인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성남 팬들에게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다만 지금 중요한 건 코로나19에 걸리지 않는 거라는 것이다.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란다.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는데 다들 몸 관리를 잘하셔서 건강한 모습으로 운동장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권순형은 지난 10년간 K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활약을 펼쳐왔던 미드필더 중 한 명이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흘렀고 이제 그도 35살의 고참이 됐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새 시즌 성남에서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게 된 권순형. 올 시즌에도 권순형은 이전과 같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새 시즌 그의 발끝에 성남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henry412@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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