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FC 출신’ 남동 오성진 “안정환 감독, 우리와 차원이 달랐어”

[스포츠니어스|인천=전영민 기자] 지난 2015년 방영된 ‘청춘FC 헝그리 일레븐’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저마다 사연이 있는 선수들의 모습이 전파를 타며 많은 이들이 청춘FC에 관심을 가졌다. 오성진 역시 당시 많은 관심을 받았던 선수 중 한 명이다. 청춘FC에서의 시간 후 오성진은 서울 유나이티드, 양평FC를 거쳐 현재는 신생팀 남동FC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청춘FC’ 방영 후 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오성진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스포츠니어스>는 16일 오후 인천 남동구에서 오성진을 만나 여러 이야기를 나눠봤다.

반갑다. 어떻게 지내고 있나?
작년에는 양평FC에서 활약했고 올해는 새로 창단된 남동FC로 오게 됐다. 현재 공익으로 복무하고 있기도 하다.

어디서 공익 근무를 하고 있나?
인천 간석오거리 쪽에 있는 신명여고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 경비실에서 외부인 출입을 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이다. 올해 2월 28일에 입대했다. 아직 훈련소는 가지 않았다. 복무를 먼저하고 있다. 훈련소는 아마 겨울에 시즌이 끝나고 난 후에 갈 것 같다.

나름대로 편한 곳에서 공익 생활을 하게 됐다.
다들 나보고 “운이 좋다”고 하더라. 자리가 우연치 않게 났다. 그래서 입대하게 됐다. 내년 11월 30일이 제대다. 까마득한데 그래도 열심히 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지 않을까 싶다.

공익 판정을 받은 사유는 뭔가?
발가락에 피로골절이 있었다. 뼈가 한 번 뿌러지고 붙었는데 나중에 재발했다. 그래서 공익 판정을 받았다.

요즘 일과는 어떻게 되나?
팀이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훈련을 하는데 공익 일 때문에 오전 훈련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저녁 운동만 하고 있다. 저녁 7시 반부터 9시에서 9시 반 정도까지 훈련을 한다. 헬스장 등록도 해놔서 퇴근을 하곤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운동장으로 간다. 아무래도 일과 운동을 병행하니까 조금 벅차긴 하다. 그래도 저녁 운동 때 100%를 쏟아부으면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녁에 운동할 때 열심히 하는 편이다.

다만 공익들이 저녁에만 운동을 하다 보니까 적응해야 하는 점도 있다. 우리는 항상 연습경기를 토요일 오전에 한다. 저녁에 운동을 하다가 토요일에만 갑자기 오전에 하니까 그게 좀 불편하다. 그래도 연습경기를 뛸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것 아니겠나.

남동FC에 오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감독님과 코치님이 좋게 봐주셨다. 감독님 밑에서 여러가지를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신생팀이긴 하지만 남동으로 오게 됐다.

생활은 어떻게 하고 있나?
경기장 바로 앞 오피스텔에 선수단 숙소가 있다. 집이 먼 선수들과 같이 그곳에서 생활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양평은 집이 멀든 가깝든 다들 숙소 생활을 했지만 이곳은 그렇진 않다.

신생팀인데 팀 분위기는 좀 어떤가?
처음엔 다들 다른 팀에서 왔으니까 어수선한 면도 있었지만 점점 한 팀이 되어가는 게 보인다. 우리끼리 똘똘 뭉치고 있다. 내가 1993년생인데 팀에서 나이가 세 번째로 많다. 어떻게 보면 고참이다. 팀 주장은 나랑 동갑이고 작년에 화성에서 뛰었던 문준호가 하고 있다.

K3리그, K4리그 팀들의 전력이 상당히 강해졌다.
그렇다. 프로 무대에 있던 선수들이 내려오다 보니까 다들 강해졌다. K4리그에선 포천, 파주, 시흥 세 팀이 좋은 멤버들을 데리고 있다고 하더라. 하지만 우리도 충분히 좋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기 눌리지 않고 열심히 하면 잘하는 팀들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년에 양평에서 활약은 어땠나?
지난 시즌에 챔피언십까지 포함하면 17경기 정도를 뛰어 6골 11도움을 했다. 나는 골을 잘 넣는 스타일이 아니다. 다른 선수들이 골을 잘 넣을 수 있도록 하는 도우미 역할이다.

도움을 굉장히 많이 했다. 지난 시즌 도움왕이었나?
K3리그에선 도움왕 제도가 없다. 다만 양평에선 내가 작년에 제일 많이 도움을 기록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청춘FC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벌써 5년이 지났다.
그때 친구 한 명이 “신청해봐”라고 말해줘서 신청을 했는데 잘 풀려서 방송에도 출연하게 됐다. 하지만 잘하고 있던 와중에 아쉽게도 다쳤다. 이후에도 이적을 하려고 하면 그때마다 계속 다쳤다. 다행히 작년엔 양평에서 뛸 수 있었다. 테스트를 봤는데 날 좋게 봐주셨다. “같이 하자”고 하셨다. 축구를 하면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팀을 만났던 게 양평이었다. 그래서 여기까지 왔다.

그 당시 방송에서 이을용 코치가 “오성진에게 관심이 있는 K리그 팀들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나도 그 이야기를 방송 보고 알았다. 나한테 직접 연락이 온 팀들은 없었다. 그런 점을 코치님께서 조금만 귀띔해 주셨으면 조금 더 조심하면서 했을 것이다. 방송 마지막에 피로골절이 오면서 경기를 해보고 싶었던 팀들과의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아쉽게 됐다. 그때 몇 팀들이 청춘FC 다른 선수들에게 “테스트 보러 와라”라는 연락을 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부상 때문에 연락이 오지 않았다. K리그 팀들 테스트에 서류를 많이 넣어봤는데 제대로 테스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다 서류에서 탈락이었다. 솔직히 말한다면 주변에 인맥도 없다. 그래서 테스트를 볼 기회가 없었다. 현실에 부딪쳤다.

당시 좋은 활약을 펼쳤던 걸로 기억하는데 의외다.
들은 얘기로는 프로팀들이 청춘FC 선수들을 보는 시선이 좋지 않다고 들었다. ‘청춘FC 선수들만 힘든 게 아닌데 너무 이 선수들만 힘든 것처럼 보이는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프로팀들이 가졌었다고 들었다. 그래서 쉽게 테스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내셔널리그 팀들에서도 제안이 없었나?
그렇다. 내셔널리그 팀들 역시 러브콜이 없었다. 내가 많이 부족하고 또 내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러브콜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TV로는 잘하는 장면만 나간다. 하지만 축구인들은 풀경기를 다 보신다. 내가 부족한 게 보이니깐 선뜻 러브콜을 못하시는 것 같더라.

부상 전 청춘FC에서 보인 활약은 인상적이었다.
안정환 감독님과 이을용 코치님께 많은 걸 배웠다. 청춘FC에서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축구다운 축구를 배웠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간절하게 했다.

당시 서울유나이티드 소속이었는데 청춘FC에 지원을 했다. 팀에서 청춘FC 지원을 싫어하지 않았나?
팀에서 돈을 받는 상황이라면 모르겠는데 당시에 서울유나이티드에서 내가 돈을 받진 않았다. 그래서 청춘FC에 지원할 수 있었다. 처음엔 팀에서 싫어했는데 나중엔 좋게 보내주셨다. 그때 K3리그 팀들이 중간에 선수들을 빼간다고 청춘FC를 싫어했던 기억이 난다.

ⓒ 대한축구협회

무급임에도 서울유나이티드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했던 이유가 뭔가?
다른 팀에 가려고 하면 항상 부상을 입었다. 그래서 서울에 오래 있었다.

그 당시 생계는 어떻게 해결했나?
지금은 없어졌는데 강남에 있는 브라질 스테이크 집에서 서빙 알바를 했다. 팀 훈련이 없는 시간에 알바를 하면서 돈을 벌었다.

힘든 상황에서도 계속 축구를 한 이유는 뭔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고 가장 잘 아는 일이기 때문에 계속했다. 작년에 양평에선 계약도 했고 돈을 정식으로 지급 받으면서 축구를 했다. 행복하게 축구를 했다.

공익을 병행하고 있는데 남동에서도 급여를 받나?
받는다. 조금 힘들긴 한데 그래도 신생팀 치고는 선수 대우를 잘 해주셔서 편하게 지내고 있다.

청춘FC 동료들과 연락은 하나?
다들 멀리 떨어져있긴 한데 잘 돼서 연락 오는 사람들도 있고 따로 연락해서 만나는 사람들도 많다. 주장이었던 김동우 형은 경희대학교 수원캠퍼스 쪽에 센터를 하나 냈다. “한 번 놀라와라”라고 연락을 주신다. 명승호 선수는 유튜브를 하고 있다. 제일 잘 나가는 건 이웅재 선수다. 프리스타일 축구를 하고 있다. 최근에 매니지먼트 회사랑 계약하고 후원도 받는다고 들었다.

안정환 감독, 이을용 코치와는 연락을 하나?
안정환 감독님이 워낙 바쁘시지 않나. 감독님이 선수들에게 “3월 3일에 한 번 보자”고 하셨는데 코로나19 때문에 뵙지 못했다. 자주는 연락드리지 못하지만 가끔 한 번씩 연락을 드리면 답장을 주신다. 최근에도 “밥 한 번 사주세요”라고 했는데 감독님이 “알겠다”고 하셨다.

방송 이후 안정환 감독의 까칠한 모습이 많이 화제가 됐다.
감독님은 운동장 안에서만 까칠하시다. 우리가 걱정되니까 그렇게 하신 거다. 경기장 밖에서는 세세하게 챙겨주시고 신경 써주시는 분이셨다. 안정환 감독님, 이을용 코치님을 처음 봤을 땐 몸을 보고 ‘진짜 아저씨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축구를 해보면 엄청 다르다. 왜 그분들이 국가대표가 됐는지를 직접 보여준다. ‘클래스는 죽지 않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은 게 패스, 드리블 하나하나가 우리랑 차원이 달랐다. ‘괜히 국가대표를 했던 게 아니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시범을 보이시면 처음엔 ‘우리는 못 따라할 것 같은데’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니까 됐다. ‘아 감독님들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알려주시는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 대한축구협회

방송 후 정말 많은 주목을 받았다.
방송 이후에 바깥을 나갔는데 웬만한 사람들이 다 알아봤다. 어떻게 보면 좋긴 했는데 또 어떻게 보면 부담스럽기도 했다. 축구를 잘해서 관심을 받았으면 좋았을 텐데 내가 부상을 당한 걸 사람들이 알았고 그런 점이 걱정되서 많은 분들이 주목을 해주시니까 아쉽긴 했다.

다시 개인적인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에이전트에게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고 들었다.
고3 때 대학교를 진학해야 하는 상황에서 성균관대학교에서 “모든 걸 면제해줄 테니까 와라”라는 제안을 받았다. 그런데 성적이 되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그때 감독님이 추천해주신 에이전트가 있었는데 그 에이전트가 “J리그 팀에서 테스트를 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일본으로 갔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J리그 팀이 아니고 5부리그 팀이었다. “돈을 달라”고 하더라. 그때의 일 때문에 고등학교 감독님한테도 연락을 안드리고 있다.

올 시즌은 어떤 포지션에서 활약할 것 같은가?
처음 팀에 왔을 때는 윙어 역할을 했는데 지금은 왼쪽 윙백을 하고 있다.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하는 활동량이 많은 자리다. 공격수를 선호하긴 하지만 윙백도 내 장점이 돋보일 수 있는 자리다. 괜찮은 것 같다.

축구 인생의 목표가 뭔가?
축구를 해오면서 국가대표를 목표로 잡았는데 이젠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 올라가 K리그에서 10경기 이상을 뛰어보는 게 목표다. 그 목표를 이룬 다음 다른 목표를 정하려고 생각 중이다. 이왕이면 K리그1에서 뛰는 게 좋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K리그1이든 K리그2든 K리그에 가서 잔디를 밟고 관중들의 환호를 듣고 싶다.

군 복무를 잘 마무리하고 나서 유럽을 나갈 생각도 가지고 있다. 유럽에 나가서 테스트를 보고 싶다. 그래서 언어 공부도 조금씩 하고 있다. 어릴 때 브라질에 유학을 갔다 와서 기본적인 포르투갈어는 된다. 포르투갈어랑 스페인어를 더 공부하면서 동시에 영상도 만들고 해서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쪽에서 도전을 해보고 싶다.

오성진의 축구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서울 유나이티드 시절에는 무급으로 선수 생활을 하며 알바와 축구를 병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성진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제는 자신의 어릴 적 꿈대로 돈을 받으며 본인이 좋아하는 축구를 하고 있다. 과연 남동에서 새 도전에 나서게 된 오성진은 올 시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더불어 먼 훗날엔 K리그 경기장을 누비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오성진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빈다.

henry412@sport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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