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디 쿠에르보스 ⓒ 넷플릭스 제공

[스포츠니어스|조성룡 기자] 코로나19로 전 세계 대부분의 축구리그가 멈췄다.

지루한 나날들이다. 집 밖을 좀처럼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K리그를 비롯한 전 세계 축구리그가 중단됐다. 그나마 벨라루스 리그 정도만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상 지금 볼 수 있는 축구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나날은 쉽게 견디기 힘들다. 특히 매 주마다 K리그 경기장을 찾았던 팬들에게는 집 안에만 갇혀있는 것은 고문과도 가깝다.

이럴 때는 뭔가 재미있는 것에 빠져 시간을 보내야 한다. 특히 드라마에 몰입해 정주행을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특히 축구가 배경이라면 더욱 좋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맨땅에 헤딩' 같은 드라마만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스포츠니어스>가 찾아봤다. 혹시 축구를 배경으로 하는 재미있는 영상 콘텐츠 없을까? 넷플릭스에 가봤더니 생각보다 많다. 지금부터 시간 보낼 만한 작품 다섯 개를 추천한다.

아는 사람은 이미 다 아는 '죽어도 선덜랜드'

이미 넷플릭스를 보는 축구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다큐멘터리다. 시즌1에서는 선덜랜드의 2017-18 시즌을 조명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강등되어 챔피언십에서 뛰는 선덜랜드를 그린다. 그런데 마냥 유쾌하게 보기는 어려운 다큐멘터리다. 선덜랜드의 그대로를 보여주기 때문에 선덜랜드의 성적 역시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축구팬들에게는 팀이 어떻게 몰락할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또다른 교재가 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흥미로운 것은 시즌 도중 부임하게 되는 크리스 콜먼 감독이다. 그는 선덜랜드 감독 이후 중국 슈퍼리그(CSL)로 직장을 옮겨 많은 관심을 모았다. 허베이 화샤 싱푸 감독이었던 콜먼 감독은 재직 당시 경남FC에서 뛰고 있던 말컹을 영입하기도 했다. 물론 현재는 허베이에 없다. 2019시즌 CSL에서 최초로 경질된 감독이 바로 콜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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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아직 정주행을 시작하지 않은 축구팬이라면 빨리 시즌1을 봐야한다. 바로 내일(4월 1일) '죽어도 선덜랜드'의 시즌2가 공개된다. 스튜어트 도널드 구단주 체제의 선덜랜드를 그릴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기록을 찾아보면 시즌2에서 선덜랜드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보지 말자. '스포'없이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축구의 '근본'을 찾아가는 여정 '잉글리시 게임'

요즘 넷플릭스에서 떠오르고 있는 축구 드라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3월 20일 출시됐기에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다. 제법 출연진도 무게감 있다. '킹스맨' 시리즈에 출연했던 에드워드 홀크로프트와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덩케르크'에서 모습을 드러냈던 케빈 거스리가 주연급 역할을 맡았다. 시즌1은 약 45분 분량의 6화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과거의 축구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꽤 흥미롭다. 여기에 노동자 계급과 귀족 계급의 갈등 또한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 축구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실제 배우들의 대사 속에서 당시 축구 전술이 어떻게 구현되는지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축구가 아마추어리즘에서 프로페셔널리즘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한 가운데라는 점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물론 '잉글리시 게임'의 제작진은 100% 실화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제작하지는 않았다. 일부 장면은 역사와 다르다. 하지만 적어도 퍼거스 수터와 아서 키니어드는 실존 인물이다. 축구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두 사람이 같은 시대에 뛰었다는 것은 드라마 제작진에게 천운과도 같지 않았을까. 다만 드라마의 중심 역할을 하는 다웬FC가 지난 2009년 해체됐다는 아쉬움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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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축구의 매력 느껴보는 '보카 주니어스 컨피덴셜'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는 것처럼 아르헨티나의 명문 구단 보카 주니어스의 이야기를 다룬다. 사실 유럽 축구에 비해 남미 축구는 한국의 축구팬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한다. 여러가지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미 축구에 대해 관심이 있는 팬들이라면 한 번 쯤은 이 작품을 봐도 좋을 것 같다. 물론 약간 쌩뚱맞을 수 있는 내레이션은 감안하자.

이 작품은 1화에서부터 눈길을 확 끈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박지성과 함께 뛰었던 카를로스 테베즈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테베즈의 복귀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보카 주니어스 구단 내부의 선수단과 직원들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낸다. 특히 3화에서는 숙명의 라이벌인 리버 플레이트와의 경기 준비를 다루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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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마지막 화는 보는 맛이 있다. 보카 주니어스의 시즌 마지막 모습을 보여준다. '라 봄보네라'고 불리는 홈구장 에스타디오 알베르토 J. 아르만도에 가득 들어찬 팬들의 모습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들의 장면은 남미 축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단 다른 작품에 비해 구성 등에서 아쉬움은 남아있다. 분량도 4화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도 축구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볼 만 하다.

악동이 알고보면 명장? '시날로아의 마라도나'

우리에게 디에고 마라도나는 괴짜 축구천재로 남아있다. 물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상대한 아르헨티나의 감독으로도 기억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별다른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이 다큐멘터리는 그 이후를 다룬다. 중동의 UAE를 거쳐 마라도나가 향한 곳이 제법 독특했기 때문이다. 바로 멕시코 2부리그 팀인 도라도 데 시날로아다.

'시날로아의 마라도나'는 바로 마라도나의 멕시코 이야기를 그린다. 시날로아는 2부리그 15개 팀 중에서도 최하위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던 약체다. 그런 팀을 마라도나가 변화시키는 과정을 극적으로 그린다. 특히 시날로아는 마약의 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과거 마약 스캔들이 있었던 마라도나가 인간적으로도 얼마나 달라졌는지 볼 수 있다. 물론 종종 '옛날 모습' 나올 때도 있다.

흥미롭게도 마라도나는 1960년생이다. 만 60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다큐멘터리는 마라도나의 성장기를 보는 듯한 기분이다. 아니 시날로아라는 팀의 성장과 마라도나의 성장을 동시에 보는 기분이다. 이 다큐멘터리는 7화로 구성되어 있지만 한 회당 40분을 넘지 않기 때문에 짧다는 아쉬움이 조금 남을 수도 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다큐멘터리는 청소년 관람불가다. 아쉽게도 미성년자는 다음을 기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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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구단주의 좌충우돌 구단 운영기 '클럽 디 쿠에르보스'

이 드라마도 청소년 관람불가다. 멕시코에서 제작된 이 드라마는 보다보면 한국의 '막장 드라마' 냄새가 물씬 난다. 주인공으로 다뤄지는 두 남매는 각기 다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이복남매고 갑자기 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여배우가 등장하기도 한다. 우리와는 다른 감성의 '막장'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를 꺼내든 이유는 소재가 '축구'기 때문이다.

'클럽 디 쿠에르보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멕시코 지역의 유명한 축구팀 '쿠에르보스'의 구단주가 사망하자 그의 자녀인 아들 차바와 딸 이사벨이 구단을 이어받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이 구단을 운영하면서 벌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축구에 대해서도 다루고 남매에 대해서도 다룬다. 라틴 감성의 위트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보다 보면 흥미롭게 볼 수 있다.

특히 '클럽 디 쿠에르보스'는 요즘 같이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시국에 딱 좋다. 시즌4까지 나왔다. 무려 45개의 클립이 있다. 게다가 구단의 고위층인 구단주가 팀을 위해 이리저리 돈을 구하고 선수 영입을 하는 과정은 우리의 구미를 당기게 한다. 여기에 멕시코 리그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살짝 엿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축구에 열광하는 멕시코라서 가능한 드라마다. 심지어 이 드라마는 넷플릭스 멕시코에서 '정주행 레이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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