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니어스|서귀포=전영민 기자] 지난 시즌 부주장으로 부천FC1995 수비진을 이끌었던 임동혁은 올 겨울 제주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었다. 부천과 제주의 특수한 관계를 고려할 때 뜻밖의 소식이었다. 임동혁의 제주 이적 소식이 알려지자 적지 않은 부천 팬들은 임동혁과 부천 구단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그만큼 부천 팬들에게 제주는 여전히 증오의 대상이다. <스포츠니어스>는 이번 겨울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임동혁을 26일 서귀포에서 만났다. 임동혁과의 인터뷰 동안 그의 제주 이적 과정과 제주도에서의 새 삶 그리고 남기일 감독과의 등산 등 다양한 부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반갑다. 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연기되고 있다.

그렇다. 리그가 계속해서 연기되다 보니까 긴장이 됐다가도 풀리곤 한다. 왔다 갔다 한다.

훈련은 잘하고 있나?

사실 내가 태국 전지훈련 때 손가락이 부러졌다. 연습을 하다가 공이 손에 맞아 손이 그대로 부러졌다. 그래서 태국에서 3주를 있었는데 2주를 쉬었다. 힘든 운동은 다하고 경기를 뛰면서 컨디션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손가락 때문에 경기를 뛰지 못했다. 이후에 한국에 들어와서 컨디션을 올렸다. 지금 운동 강도는 중간 정도로 하고 있다.

새로운 동료들과 만나게 됐다.

분위기가 너무 좋은 것 같다. 이번에 이적해온 선수들이 엄청 많은데 원래 기존에 제주에 있던 선수들처럼 다들 분위기가 너무 좋다. 다만 빨리 시즌을 시작하고 싶은데 그렇지 않으니 선수들이 힘들어하는 것 같다. 지쳐가는 것 같기도 하다.

평일에만 훈련을 하는 건가?

아니다. 실제 시즌 때와 비슷하게 하려고 주말에도 운동을 한다. 대신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쉰다. 몸이 조금 힘들다 싶으면 주장(이창민)한테 말해 감독님께 휴식을 요청한다.

휴식을 요청하면 남기일 감독이 받아들이는가?

그렇다.

지난 시즌 충격적인 강등을 경험해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을 줄 알았다.

감독님께서 잘해주셔서 선수들 사기가 더 올라가고 있다. '일을 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개막이 연기되는 바람에 조금씩 힘이 빠지고 있다.

남기일 감독과 한라산을 다녀왔다고 들었다.

맞다. 두 번 올라갔다 왔다. 좋긴 진짜 좋더라. 한라산 코스가 여러 개가 있는데 한 번은 조금 쉬운 코스로 가고 한 번은 조금 어려운 코스로 갔다. 첫 번째 코스는 세 시간 반 정도, 두 번째 코스는 두 시간 반 정도 걸린 것 같다. 날씨 때문에 정상까지 올라가지는 못했다. 되게 좋았다.

등산에 대한 선수들 반응은 어땠나?

올라갈 때는 힘든데 막상 올라가면 되게 좋아서 선수들이 많이 좋아했던 것 같다. 산에 다녀온 뒤 "이틀이나 사흘 정도 쉬면 한라산에 같이 올라가자"고 이야기하는 선수들이 생겼다. 한라산에 올라가보니 사람들이 라면을 먹고 있더라. 우리도 엄청 먹고 싶었다. "다음에 한라산에 올라가서 라면 먹자"고 선수들에게 말했다. 다른 형들이 먼저 가자고 하는 경우도 있고 내가 다른 선수들에게 "가자"고 제안할 때도 있다.

부천에서도 등산을 했었나?

송선호 감독님과도 등산을 가봤다. 부천 시절에 남해 전지훈련을 가서 산에 올라갔었다. '단합하자'는 의미로 갔던 것 같다.

남기일 감독과 함께하게 됐다.

감독님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배울 점이 많다. 카리스마가 있으시고 선수들을 잡는 리더십도 있으시다. 수비를 할 때 디테일한 주문을 하신다. "수비수도 공을 잘 차야 한다. 수비수가 수비만 하는 게 아니라 같이 공격도 해야 한다"고 하신다. 볼 터치나 어떤 상황에선 어떻게 전환해야 하는지 또 선수들 사이로 패스를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디테일하게 알려주신다. 점점 더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빌드업도 강조를 하신다. 처음에 왔을 땐 그간 해보지 못했던 축구였으니까 머리가 아팠는데 하면 할수록 재밌고 좋은 것 같다.

센터백을 보면서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 경기를 하면서 센터백이 하는 게 많다. 패스도 해야 하고 드리블도 해야 한다. 해야 하는 게 너무 많다 보니까 힘들 만도 한데 그만큼 동시에 효율적인 것 같기도 하다. 템포에 맞게 수비수들이 같이 올라갔다가 쳐질 땐 같이 쳐지곤 한다.

발렌티노스, (권)한진이 형, (백)동규 형과 바꿔 가면서 수비를 하고 있다. 수비수들끼리 소통을 많이 한다. 수비수들끼리 밥도 많이 먹으러 가고 카페도 많이 간다.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팀에 온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몇 년 전부터 함께한 선수들처럼 느껴진다.

남기일 감독의 축구는 많이 뛰는 축구로도 유명하다.

태국 전지훈련 때 진짜 힘들었다. 원래는 1월 초에 팀에 합류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계속 "빨리 들어와라"라고 하셔서 팀에 빨리 합류했다. 작년 12월 26일에 팀이 소집됐다. 지금 컨디션은 경기에 나서야 하는 컨디션이다. 이 상태를 개막 때까지 유지해야 한다.

부천 시절엔 송선호 감독, 현재는 남기일 감독까지 유독 훈련량이 많은 감독들하고만 함께하는 느낌이다. 두 감독 중 훈련량이 많은 감독은 누군가?

남기일 감독님이 더 많으신 것 같다. 남기일 감독님은 훈련 시간이 길다. 반면에 송선호 감독님은 짧고 굵게 하신다. 대신 송선호 감독님은 훈련이 진짜 힘들다. 물론 남기일 감독님과의 이번 동계훈련도 진짜 힘들었다. 힘든 운동을 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 남기일 감독님은 5대2 공 돌리기를 진짜 좋아하신다. 거의 한 시간씩 하신다. 그래서 공 돌리기만 해도 힘들다. 그래도 재밌다. 공 돌리기를 하고 남은 훈련을 하니 훈련 시간이 길어지는 것 같다.

제주도에서의 삶은 적응이 됐나?

클럽하우스와 5분 거리에 혼자 살고 있다. 제주도가 너무 좋은 것 같다. 한적하고 조용하고 사람도 별로 없다. 요즘은 선수들과 카페 투어를 다니고 있다. 항상 카페를 찾아보는데 예쁜 카페가 있으면 팀 동료들과 함께 간다. (조)성준이 형, (공)민현이 형, 발렌티노스, (주)민규 형이 같이 가는 멤버다. 맛집 투어도 좋아해서 맛집을 엄청 다닌다. 클럽하우스 근처에도 맛집이 상당히 많다. 나한테 예쁜 카페나 맛집 물어봐라. 알려주겠다.

형들하고만 다니는 이유가 있나?

지금 제주에서 친구가 (윤)보상이 한 명인데 보상이는 결혼을 했다. 그래서 친구가 없다.

제주도 생활에 만족하는 것처럼 보인다.

여유가 있다. 바다 경치도 좋고 생각하기에도 좋다. 퇴근하고 카페에 앉아있는다. 날씨가 좋을 때는 카페에 가만히 있는 것도 좋다. 다만 제주도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비가 오면 할 게 없다는 것이다. 비만 오지 않으면 제주도는 진짜 최고다.

훈련 환경도 진짜 좋다.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인 것 같아서 그게 너무 좋은 것 같다. 다만 여자친구가 있는 선수들은 여자친구와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많이 힘들어하더라.

ⓒ 한국프로축구연맹

섬이라서 조금 답답하진 않나?

나는 아직까지 괜찮다. 그런데 안현범이나 다른 선수들은 "답답하다"는 말을 한다. 그래서 쉬는 날마다 육지로 가는 선수들도 많다.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가진 못하고 있더라. 나는 제주 이적 후에 아직까지 육지로 나간 적이 한 번도 없다. 제주도 생활이 좋다. 원래 시끄러운 걸 좋아하지 않는다. 제주도는 차도 안 밀린다. 부천은 교통 체증이 엄청 심했다.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아침에 일어나서 집 근처 스타벅스로 간다. 거기서 토스트 하나와 아메리카노 하나를 시켜서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10시 반에 훈련을 하고 훈련 후에 점심을 먹는다. 식사 후엔 카페에 가거나 낮잠을 조금 자고 다시 오후에 훈련을 한다. 저녁에는 선수들과 다시 카페를 가거나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한다. 볼링도 친다. 이게 전부다. 계속 이런 생활을 하고 있다.

점심과 저녁은 클럽하우스에서 먹는다. 제주가 밥이 잘나온다. 다른 팀들에서 이적해온 선수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제주가 진짜 숙소 식당이 좋은 편이다. 맛있다"고 한다. 반찬도 여러가지가 많이 나온다. 야채, 과일, 음료수, 샐러드가 다 나온다. 정말 축구하기엔 좋은 환경이다.

부천에서 제주로 이적하게 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감한 이야기긴 하다. 남기일 감독님께서 나를 많이 원하셨다.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적 결정이 쉽진 않았을듯하다.

진짜 쉽진 않았다.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다. 부천 팬들께서 너무 사랑을 많이 해주셨다. 다만 선수로서 조금 더 발전하고 올라가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정말 어려운 결정이었다.

제주의 제안을 받았다고 했을 때 송선호 감독의 반응은 어땠나?

감독님께서도 (나를 둘러싼) 분위기를 바꿔주고 싶으셨나 보더라. 내가 지쳐있던 게 보이시니까 "분위기를 바꾸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또 "네가 팬들께 밉보이고 그런 선수는 아니니깐 가서 잘하면…"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아닌 거 같기도 하다. 부천 팬들께는 화가 나는 일이지 않나. 그래서 말 꺼내기가 조금 겁난다.

부천 팬들의 격한 반응들이 있더라.

봤다. 부천 팬들께는 감사한 마음밖에는 없다. 나한테 다 관심이 있으시고 날 좋아해 주셨으니 그런 반응들이 나오셨던 것 같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격려해 준 팬들도 있었나?

많았다. "제주 가서도 더 잘할 수 있을 거다.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거다"라고 말씀해 주신 팬들도 계신다.

5월 5일에 부천종합운동장에서 부천과 제주의 경기가 있다.

빨리가서 부천 팬들께 인사드리고 싶다. 설렌다고 해야 하나. 나를 기다리고 계신 분들이 있으실 것 같다. "부천 올 때는 진짜 마음 먹고 와라. 조용히 돌려보내 주지 않을 거다"는 댓글을 봤다. 재밌을 것 같다.

제주와 부천의 민감한 관계를 알고도 이적을 결정한 이유는 뭔가?

남기일 감독님께서 워낙 러브콜을 보내주셨다. 그 점이 제일 컸던 것 같다.

제주의 선수단 면면이 화려하다.

진짜 훈련을 하면서도 느끼는 게 선수들이 너무 좋다는 것이다. 워낙 잘하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까 다른 팀들과 경기보다 자체 경기가 더 힘들다. 훈련이 잘 된다. 선수들이 훈련할 때는 다 다른 사람이 된다. 정말 터프해진다. 그러면서 배운다. 훈련할 때만큼은 선수들이 엄청 터프해서 상당히 힘들다.

뜬금없지만 실제로 보니 손흥민과 진짜 닮았다.

그런 얘기를 조금 듣는다.

본인도 손흥민과 닮았다고 생각을 하나?

전혀 아니다. 주위에서 "웃는 게 손흥민 선수와 많이 닮았다"는 말씀을 하시더라. 옛날부터 그런 말을 많이 들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남기일 감독은 수비축구의 대가지만 광주 시절에는 공격적인 축구를 하기도 했다. 올해 제주에서는 어떤 스타일의 축구를 준비하고 있나?

수비를 할 때는 조직적으로 수비를 하지만 공격을 하는 상황에선 공격에 참여하는 인원들이 진짜 많을 것 같다. 센터백도 가끔씩 올라간다. 감독님이 말씀하시는 게 "배분을 잘하자"는 것이다. "공격할 땐 수비수들도 같이 하고 수비할 땐 공격수들도 같이 하자. 배분을 하면 좋은 플레이가 나온다"고 말씀하신다. 빨리 시즌이 시작했으면 좋겠다.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많다. 제주 팬들을 아직 만나보지 못해서 어서 만나보고 싶기도 하다.

프로 생활 내내 K리그2에서만 뛰었다.

올 시즌 K리그2가 역대급인 것 같다. 그래서 더 재밌을 것 같다. K리그2는 정말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진짜 K리그2는 모르는 것 같다. K리그2에는 간절한 선수들이 되게 많다. 진짜 죽기살기로 하는 선수들이 많다.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지난 몇 시즌 간 경기를 꾸준히 뛰었다.

프로 데뷔 첫 해 때는 조금밖에 못 나왔고 두 번째 시즌부터 계속 꾸준히 경기에 나섰던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부천을 잊을 수가 없다.

어느덧 20대 후반이다.

시간이 너무 빠르다. 군대도 가야 한다. 상주상무에 갈 수 있는 건 올해가 마지막이다. 그래서 올 시즌 출전 횟수가 엄청 중요하다. 경기에 많이 나가면 좋겠지만 팀 선수층이 두텁다. 그래도 20경기에서 25경기 정도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올 시즌 목표는 뭔가?

승격이다. 개인적으로 훈련 일지를 쓰는데 목표를 다 적어놨다. K리그2 베스트11 선정, 최소 실점 팀, 25경기 출전이다. 1년에 한 번씩 목표를 세워 일지에 적어놓는다. 적으면 보게 되니까 일지를 적는 편이다.

제주 팬들이 리그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빨리 코로나19가 잠잠해져서 팬들께 좋은 모습 좋은 축구를 보여드리고 싶다. 경기장에서 팬들을 빨리 만나고 싶다. 팬들과 호흡하면서 경기를 뛰고 싶다.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으니 팬들도 좋아하실 것 같다. 코로나19 조심하시고 몸 건강히 잘 챙기셨으면 좋겠다. 부상 없이 제주가 일을 낼 수 있도록 한 몸 희생하겠다. 지켜봐 주시고 많이 응원해 주시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제주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된 임동혁은 인터뷰 내내 "하루 빨리 시즌이 개막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만큼 많은 준비를 했고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부천에 관한 질문이 나왔을 땐 부천 팬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부천 팬들에겐 감사한 마음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제주 이적을 결심했다"는 임동혁. 과연 그는 자신의 계획대로 올 시즌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임동혁에게 많은 축구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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