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그리너스가 사드를 배치했다. ⓒ안산그리너스

[스포츠니어스 | 김현회 기자]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금요일 오후 보도자료가 날아들었다. 각 구단은 선수 영입 및 구단의 소식을 언론사에 이렇게 이메일로 전송한다. 이번 보도자료 발신인은 안산그리너스 홍보팀이었다. 그런데 평범한 보도자료라고 생각한 순간 눈이 확 커졌다. ‘안산그리너스가 사드를 배치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보통 선수 영입 보도자료는 제목만 확인하고 ‘스킵’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건 클릭하지 않을 수 없는 제목이었다.

안산의 보도자료는 거짓말이 아니었다. 안산이 영입한 레바논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의 이름은 사드 핫산 알리(SAAD HASSAN ALI)였다. 사드는 미국 태생으로 레바논, 미국 이중국적자다. 미국에서 U-17, U-20 등 연령별 대표팀을 두루 경험했고 2013년부터는 레바논 성인 국가대표 명단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11년 MLS 스포르팅 캔자스시티에서 프로무대에 데뷔한 뒤 파타야 유나이티드 시절에는 현재 울산에서 뛰고 있는 주니오와도 한솥밥을 먹었다.

그렇다면 ‘사드 영입’이 아닌 ‘사드 배치’라는 보도자료는 누구의 아이디어로 나온 것일까. 동아시아를 뜨겁게 달궜던 미사일인 ‘사드(THAAD)’를 연상케 하는 보도자료를 낸 인물이 궁금했다. 평범하게 넘어갈 법했던 선수 영입 보도자료는 ‘영입’이 아닌 ‘배치’라는 한 단어 때문에 화제가 됐다. 더군다나 안산이 영입한 사드는 최전방 공격 자원이다. ‘최전방에 사드를 배치했다’는 말에는 조금의 거짓도 없었다.

안산 홍보팀은 사드가 영입될 당시부터 자연스럽게 “사드가 배치됐다”는 말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사드’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부터 그 뒤에는 바로 ‘배치’라는 단어가 붙었다. 안산 황인풍 과장은 “사드는 영입되자마자 우리끼리 ‘영입’이 아니라 ‘배치’라는 말을 썼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면서 “보도자료를 낼 때도 흥미를 유도하기 위해 ‘사드 배치’를 쓰자고 했다. 일부에서는 너무 장난스러운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홍보였다. 정말로 사드가 최전방에 배치됐다”고 말했다.

사드는 27일 성주, 아니 안산에서 열린 자체 연습경기를 통해 선을 보였다. 황인풍 과장은 “사드가 오늘은 윙포워드로 경기를 펼쳤다”면서 “아직은 동료들과의 호흡을 더 맞춰야겠지만 좋은 공격 자원인 것만큼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풀네임은 ‘사드 핫산 알리’지만 선수단 내에서는 그를 ‘사드’라고 부르고 있다. 정말로 안산 김길식 감독은 올 시즌 사드를 최전방에 배치할 계획이다. 이날도 사드는 최전방에 배치돼 상대를 위협했다.

이 기념구는 사드에게도 특별한 물건이다. ⓒ안산그리너스

사드는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사드는 레바논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한국에서 경기를 치른 적이 있다. 지난 2016년 열린 한국과 레바논의 러시아월드컵 예선이었다. 공교롭게도 이 경기는 안산와~스타디움에서 벌어졌다. 사드가 27일 안산 입단식을 치르던 안산와~스타디움에는 당시 경기를 기념하는 기념구도 놓여져 있다. 사드는 입단식 이후 이 기념구를 놓고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사드는 “당시 경기가 기억난다”면서 “특히나 기성용의 플레이가 대단했다”고 회상했다.

사드는 이제 안산 공격 최전방을 책임져야 한다. 일단 첫 인상은 강렬하다. ‘사드 배치’라는 눈에 확 들어오는 보도자료로 팬들에게 인사했다. 과연 안산 최전방에 배치된 사드는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까. 혹시라도 안산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내 내년 시즌 AFC 챔피언스리그 중국 원정을 떠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드는 제공 능력은 어떨까. 안산시의 안보는 더 든든해졌을까. 사드는 경기력만 좋으면 ‘드립’이 난무할 만한 매력적인 이름인 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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